패션과 미식의 수도 밀라노에서는 단순한 한식당 숫자의 증가를 넘어서서 이탈리아 식문화의 정수와 한국 전통 발효 식재료가 정교하게 만나는 수준 높은 파인다이닝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히 개최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바로 2026년 7월 12일부터 15일까지 밀라노 하우스 오브 메디테라네오에서 펼쳐진 ‘셰프 레지던시 2026’의 세 번째 프로젝트, 대한민국 편이다. 현지 라이프스타일 매체인 ⟪엔에스에스 지클럽(nss G-Club)⟫의 2026년 7월 18일자 보도를 통해 이탈리아 현지인들이 왜 한국의 미식 문화에 매료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
프로세코 디오시(Prosecco DOC) 보호 협회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투올로가 주관한 이번 레지던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와 세계적인 미식 문화를 결합하는 장기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다. 브라질에 이어 7월의 주인공으로 대한민국이 선정된 것은 이탈리아 미식계가 한국 음식의 입체적 미학에 얼마나 깊이 주목하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한국의 초청 셰프로는 현대 한식을 대표하는 윤아름 셰프가 참가했다. 윤 셰프는 밀라노 일정에 앞서 프로세코 디오시 드림랜드와 산지 와이너리들을 직접 방문하여 이탈리아의 전통 테루아와 와인 제조 유산을 체험했다. 이후 밀라노 현지 셰프들과 미식 전문가, 마에스트로 마르티노 푸드 아카데미의 청년 셰프들을 대상으로 4일간의 마스터클래스 및 워크숍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기획 단체인 밀란 러브스 서울(Milan Loves Seoul)이 문화적 가교이자 통역으로 참여하여,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한국 고유의 식재료와 조리 기법이 이탈리아 셰프들에게 깊이 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왔다.
7월 15일 밤을 수놓은 갈라 디너는 한국의 여름 전통 식재료와 이탈리아 현지 제철 재료의 경이로운 결합이었다. ⟪엔에스에스 지클럽⟫ 보도에 따르면 이날 선보인 메뉴들은 한국의 발효, 식감, 풍미의 대조를 완벽히 구현하며 현지 미식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동치미 같은 시원함을 주는 백김치와 한식 발효의 정수인 된장 드레싱은 이탈리아 최고급 해산물인 빨간새우 및 바지락, 능성어 요리와 어우러졌다. 또한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을 지닌 오미자와 한국 고추의 청량한 매콤함은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여름 식재료인 호박꽃, 능성어, 가리비 요리에 섬세한 킥을 더했다. 표고버섯의 깊은 감칠맛과 복숭아, 살구 같은 이탈리아의 제철 과일이 결합되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무는 텍스처를 완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매 코스마다 짝을 이룬 프로세코 디오시 와인의 산도와 버블은 한국 발효 음식의 깊은 풍미를 깔끔하게 잡아주며 한식과 이탈리아 와인의 상호 보완성을 입증해 냈다.
흔히 이탈리아는 자신들의 식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고집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꼽힌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레시피와 고유의 정통성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외부의 식문화를 수용하는 기준은 상상 이상으로 까다롭다. 그런 이탈리아의 미식가들과 청년 셰프들이 한식의 핵심인 발효와 조화의 원리에 열광했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러나 미식의 최전선에 있는 셰프들과 파인다이닝 시장에서 한식이 거둔 이러한 고무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차원에서 한식이 이탈리아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탈리아인들의 식습관은 보수성을 넘어 일종의 거대한 순혈주의적 전통 위에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르보나라에 크림을 넣거나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는 것조차 문화적 모독으로 여길 만큼 자국 음식의 레시피 변형에 민감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외래 음식문화에 대한 대중의 진입장벽이 유독 높다. 일례로 이탈리아 식문화의 핵심은 파스타나 피자처럼 직관적이고 비교적 단순한 재료의 조합으로 원물 본연의 맛을 내는 데 있다. 반면 한식은 복잡한 양념과 발효, 마늘이나 젓갈처럼 강렬하고 이국적인 향신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오랫동안 익숙한 맛의 틀 안에서만 소비해 온 이탈리아 일반 가정의 식탁까지 침투하기에는 심리적·감각적 거부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밀라노나 로마 같은 대도시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식당 방문이 트렌디한 경험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도시나 기성세대의 일상적인 외식 선택지에서 한식은 여전히 ‘낯선 아시아 음식’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식의 일상화가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숙제다.
이처럼 2026년 7월 셰프 레지던시 행사의 성공은 이탈리아 내 한류의 위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이자 동시에 명확한 과제를 던져준다. 한식이 일부 미식 전문가나 트렌드세터들만의 전유물에 머물지 않고, 이탈리아의 보수적인 일상 식문화 속으로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엔에스에스 지클럽(nss G-Club)⟫, (2026. 07. 18), ‘Chef Residency 2026: la cucina coreana di Areum Yoon protagonista a Milano’,
https://www.nssgclub.com/it/lifestyle/46224/chef-residency-2026-la-cucina-coreana-di-areum-yoon-protagonista-a-milano
- ⟪와인쿠튀르(Winecouture)⟫, (2026. 07. 22), ‘South Korea Was the Protagonist of the Third Stop of the Chef Residency with Prosecco DOC’,
https://buly.kr/A48199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