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드라마 <조춘청랑>과 한국 드라마의 위기와 기회
- 넷플릭스 비영어 2위, 국내 브랜드평판 진입, 그리고 중국 드라마의 장르 확장 -
지난 8월 26일 유쿠(优酷)와 넷플릭스에서 동시에 공개된 중국 드라마 <조춘청랑(早春晴朗)>이 공개 닷새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 TV 주간 순위 2위에 올랐다. 중국 본토 드라마가 이 순위표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한국에서도 조용하지만 분명한 신호가 잡혔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2026년 9월 드라마 브랜드평판 순위에 분석 대상 21편 가운데 유일한 해외 드라마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주연 배우 징보란(井柏然)의 ‘입덕 영상’이 퍼지며 젊은 여성 팬덤이 생겨나고 있다. 사극과 추리극에 기대던 중국 드라마가 현대 로맨스극으로 영역을 넓혀 한국 시청자의 일상 가까이 들어온 지금, 이 흐름은 한국 드라마에 위기일까, 기회일까.
작품과 성적: 안팎에서 동시에 터진 흥행 <조춘청랑>은 작가 구냥볘쿠(姑娘别哭)의 동명 웹소설이 원작으로, 하얼빈 출신 신입 사원 상즈타오가 베이징의 대형 광고회사에 들어가 독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롼녠과 비밀 사내 연애를 시작하고,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다 10년 만에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징보란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 한자음인 ‘정백연’으로 더 널리 불린다. ≪중국신문망(中国新闻网)≫에 따르면 이 작품은 공개 사흘 만에 유쿠 자체 인기 지수 1만을 넘겨 올해 현대극 가운데 최단 기록을 세웠고, 방영 기간 시청 데이터 업체 윈허(云合)의 일간 유효 재생 순위 1위를 이어가며 최고 27.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해외 성적은 더 눈에 띈다. 넷플릭스 공식 뉴스룸에 따르면 8월 24~30일 주간 조회수 240만 회, 시청 시간 2,150만 시간으로 비영어 TV 부문 2위에 올랐고, 그 주 탑10 안의 유일한 중국 작품이었다.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일간 순위 6위, 54개 국가·지역의 일간 탑10에 들었으며,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대만에서는 일간 1위, 브라질에서는 2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번 기록은 압도적 흥행이라기보다 중국 현대극이 처음 글로벌 순위표 최상단에 닿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개 속도도 달랐다. 공개 일주일만인 9월 2일 이미 13화가 공개됐고, 중국 방영 기준 24화는 9월 9일에 완결됐다. 매주 두 편씩 공개하는 한국 드라마와 달리, 시청자는 2주 남짓한 기간에 이야기 전체를 몰아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의 반응: 순위 너머의 팬덤 중국 포털 ≪시나(新浪)≫의 콘텐츠 플랫폼에 올라온 글은 공개 초기 한국 넷플릭스 순위를 9위로 전했다. 순위가 높지 않아 보이지만, 국내 소셜미디어 안에서는 분명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2026년 8월 10일부터 9월 10일까지 드라마 21편의 브랜드 빅데이터 4,061만여 건을 분석해 참여, 미디어, 소통, 커뮤니티, 시청 지수를 매겼는데, <조춘청랑>은 여기서 19위에 올랐다. 분석 대상 21편 가운데 유일한 해외 드라마다. 순위 자체는 높지 않지만, 한국 방송과 OTT 드라마로 채워지는 국내 화제성 지표에 중국 드라마가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한국 시청자의 일상적인 대화 안으로 들어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세부 지수를 보면 <조춘청랑>의 브랜드평판지수는 455,479로, 시청지수(37,060)보다 참여지수(148,238)가 네 배 가까이 높았다. 방송 시청 규모보다 온라인에서의 참여와 확산이 화제성을 끌어올린 셈이다. 게다가, 앞서 한국에서는 올해 1월 구교환과 문가영 주연의 한국 영화 <만약에 우리>가 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누적 관객 162만 명을 기록하자 그 원작인 2018년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后来的我们)>가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탑 10 영화’ 9위로 역주행했다. <먼 훗날 우리>에서 베이징으로 상경한 청춘의 10년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징보란이다. 이 영화의 네이버 평점은 9.51점을 기록한 바 있다. 현지 보도 요약: 사극에서 도시로, 중국 드라마의 장르 확장 ≪소후(搜狐)≫ 플랫폼에 게재된 칼럼은 이번 성과를 중국 드라마 해외 진출의 구조 변화로 읽었다. 칼럼에 따르면 사극, 선협물(仙侠), 서스펜스는 중국 특유의 동양 미학과 낯선 세계관만으로도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중국 드라마의 전통적 강세 장르였다. 그러나 왕조와 예법, 신분 관계나 중국 역사 흐름을 따로 이해해야 하는 탓에 아시아 밖에서는 장르 애호가 층에 머무는 한계가 분명했다. 도시 감성극은 이해의 문턱을 낮춘다. 칼럼은 <폭싹 속았수다>가 넷플릭스에서 3,500만 회 조회를 기록한 사례를 들며, 일상과 인물의 감정만으로도 대규모의 언어 간 소비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조춘청랑> 역시 베이징을 관광지처럼 비추지 않고, 자취방과 사무실과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의 주제로 보여주었다. 이 전환은 한 작품의 우연이 아니다. 같은 칼럼은 유쿠가 <몰래 숨길 수 없어(偷偷藏不住)>, <달래기 어려워(难哄)>, <꽤 괜찮은 인생(蛮好的人生)>에 이어 <조춘청랑>까지 도시 감성극을 연속으로 내놓으며 해외 시청자들을 폭넓게 끌어들일 드라마를 차곡차곡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이치이(爱奇艺) 국제판은 도시 로맨스, 사극과 선협, 중국 제작 애니메이션, 코미디 영화 등을 고루 배치해 2025년 해외 공개량을 전년보다 114.5%로 대폭 늘렸다. ≪펑파이신문(澎湃新闻)≫에 게재된 연예 칼럼은 올해 4대 플랫폼 연간 라인업의 현대극만 약 60편에 이르며, 직장 심리전, 청춘 멜로, 힐링 드라마까지 세분화해 공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소후≫에 게재된 다른 칼럼은 2025년 윈허 장편 유효 재생 상위 20위 안에 든 현대극이 두 편뿐이었을 만큼, 틀에 박힌 ‘재벌남과 순진한 여주’ 공식이 시청자의 피로를 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중국신문망≫은 <조춘청랑>의 경우 성인의 절제된 사랑 이야기와 누구나 겪을 법한 직장 생존기 그리고 누구보다 진취적인 여자 주인공의 성격이 해외 시청자의 공감를 샀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 뉴스룸에 올라온 장지정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볼 수 있듯 “사랑을 더 성숙한 관점에서 탐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중국신문망은 동시에 국내외 평가의 ‘온도차’도 짚었다. 중국 시청자들에게는 현실과는 다른 직장 판타지를 주지만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자신의 처한 현실과는 다른 직장 문화를 보게 되기도 한다며 그 신선함이 해외 드라마를 찾게 되는 요인이 된다. 기사는 대중적 서사 안에서 중국의 현실적인 삶의 고유한 결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를 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겼다. 왜 한국의 젊은 여성 시청자인가 첫째, ‘어른의 연애’와 여성 서사다. 극 중 롼녠의 성숙하고 안정감 있는 성격이 징보란 배우의 외모와 잘 어울리고 그게 드라마를 정주행하는 큰 요인이 되었다. 드라마 시청 후 인스타그램이 ‘징보란’ 혹은 ‘정백연’으로 검색하면 그의 최근 활동이나 사복 패션 한국어 자막이 달린 중국 현지 인터뷰 등을 찾아 볼 수 있다.
여성 서사의 경우, 극 중 상즈타오는 연애에 삶을 맡기지 않는다. 사랑과 일이 부딪히는 순간 일을 택하고, 스스로 자리를 잡은 뒤에야 롼녠과 대등하게 다시 만난다. 쑨첸은 ≪넷플릭스 뉴스룸(Netflix Newroom)≫의 보도에 따르면, 시청자들이 용감하고 끈질기며 성실한 이 젊은 여성에게서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로맨스의 설렘과 커리어의 성장을 함께 보여 주는 이 조합은 연애 판타지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 2030 여성 시청자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둘째, 한국 시청자가 알아보는 ‘상경 서사’다. <먼 훗날 우리>부터 <조춘청랑>의 서사와 중국신문망이 지적한 ‘온도차’는 같은 이야기를 한다. 대도시로 올라온 청춘의 불안과 버팀은 중국 현지 시청자에게 익숙한 풍경이지만, 한국 시청자에게는 서울로 올라와 첫 직장에서 버티고 연애와 커리어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던 자신의 20대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셋째, 속도와 생태계다. 2주 남짓한 기간에 24화 전편이 공개되는 구조는 몰아보기로 단기간에 몰입한 시청자가 곧바로 소셜미디어에서 장면을 공유하고 원작과 전작을 찾아 나서게 만든다.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칼럼에서 스타, 플랫폼, 스토리텔링이 맞물리며 중국 드라마 팬덤이 일회성 소비에서 지속적 향유로 바뀔 준비를 마쳤다고 진단했다. 김수정·김수아의 연구(2018)가 분석했듯 한국의 중국 드라마 팬덤은 2015년 이후 점차 형성돼 왔지만, 그동안은 중국 플랫폼과 동호회를 오가는 마니아 문화에 가까웠다. 넷플릭스 동시 공개는 그 문을 대중 시청자에게 활짝 연 셈이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한국 드라마에 주는 시사점 앞의 ≪소후≫ 게재 칼럼은 중요한 경고를 함께 담고 있다. 문화적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은 곧 경쟁이 더 직접적이라는 뜻이다. 감정이 자연스럽게 흐르는지, 배우가 어른들 사이의 말하지 않은 감정을 연기해 낼 수 있는지가 곧 승부처가 된다. 이는 정확히 한국 드라마가 가장 강했던 영역이다. <조춘청랑>이 파고든 곳은 동시대를 사는 여성의 일과 사랑이라는, 한국 로맨스가 가장 잘해 온 영역이다. 위기와 기회는 바로 이 자리에 함께 있다. 더욱이 리메이크와 공동 기획처럼 양방향의 지식재산권(IP) 교류를 경쟁이 아닌 확장의 도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조춘청랑>의 한국 넷플릭스 순위는 9위였고, 브랜드평판 순위는 19위였다. 숫자만 보면 작은 성과다. 그러나 순위표 바깥에서의 중국 드라마 팬덤은 한국 시청자가 넷플릭스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지 보여 주었다. 중국 드라마의 장르 확장은 한국 드라마에 위협이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꾸준히 쌓아온 한국 드라마의 기술과 가치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거울이기도 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인스타그램 웹사이트, www.instagram.com - 더우반(豆瓣) 웹사이트, https://movie.douban.com/subject/36660844/ -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웹사이트, https://brikorea.com/rk/kdrama2609 - 김수정, 김수아 (2018). 한국 수용자의 중국드라마 팬덤 형성과 브로맨스 코드. ≪젠더와 문화≫, 11(2), pp. 195-233. - ≪퍼레이드(Parade)≫ (26. 08. 27). ‘The Early Spring’ Cast, Episodes and Netflix Schedule, https://parade.com/tv/the-early-spring-cast-netflix-episodes-release-schedule - ≪넷플릭스 뉴스룸(Netflix Newsroom)≫ (2026. 09. 02). ‘The Early Spring’ Blooms at No. 2 on Netflix’s Global Non-English TV List, https://about.netflix.com/en/news/the-early-spring-blooms-at-no-2-on-global-non-english-tv-list - ≪중국신문망(中国新闻网)≫ (2026. 09. 04). 于Netflix拿下全球第二 《早春晴朗》海外热播的背后, https://www.chinanews.com.cn/cul/2026/09-04/10690536.shtml - ≪양쯔만보(扬子晚报)≫ (2026. 09. 04). 优酷《早春晴朗》打破Netflix国产剧纪录,国剧出海走红引发外媒热议, https://finance.sina.cn/2026-09-04/detail-iniqryeu0878320.d.html?vt=4 - ≪소후(搜狐)≫ (2026. 09. 05). 拿下奈飞TOP2,《早春晴朗》凭什么让全球观众从“看”到“聊”, https://timeline.sohu.com/news/FXNtFOSDK3?from=news - ≪시나(新浪看点)≫ (2026. 08. 28). 首播即登顶!《早春晴朗》海外多国霸榜创纪录, https://ent.sina.cn/2026-08-28/detail-inipvwaa0167634.d.html?oid=.bwnh&vt=4 - ≪소후(搜狐)≫ (2026. 03. 01). 2026现偶关键转折:告别甜宠,奔赴现实与创新的新蓝海, https://xueqiu.com/5868117133/377473587 - ≪펑파이신문(澎湃新闻)≫ (2026. 07. 07). 现偶2026,越来越上头?, https://m.thepaper.cn/newsDetail_forward_33465052 - ≪머니투데이≫ (2026. 06. 09). 글로벌 팬덤 열풍, 중국 드라마가 온다 [투데이 窓/임대근], https://www.mt.co.kr/opinion/2026/06/09/2026060811151187606 - ≪데일리안≫ (2026. 06. 28). 위기일까 기회일까…넷플릭스에 길들여진 한국 콘텐츠, 생태계 복원 ‘몸부림’[주류가 된 비영어권③], https://buly.kr/4bknP8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