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네시아에서 걸그룹 시크릿넘버(Secret Number) 전 멤버 주(ZUU)가 소셜미디어로 공개한 해명 영상이 인도네시아 팬덤에서 논의되고 있다. 시크릿넘버는 발리 왕족 출신인 디타(Dita)와 인도네시아인 딘다(Dinda)가 활동하며 현지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은 다국적 걸그룹이다. 원년 멤버 디타는 2025년 4월 팀을 떠났고, 같은 해 8월 딘다가 새 멤버로 합류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영상을 올린 주는 2021년 10월 27일부터 2026년 4월 8일까지 활동한 시크릿넘버의 전(前) 멤버다.
6월 20일 주는 틱톡(TikTok) 생방송에서 인도네시아 팬들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평소 정기적으로 생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해 온 주는 이날 방송에서 “6~8시로 한 번 해볼까? 6시, 8시로 해보자. 그럼 어떻게 되나”, “어떻게 해도 사실 인도네시아가 들어오긴 하거든”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빠가 인도네시아 알고리즘을 탈 것 같은 시간은 피해서 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일부 인도네시아 팬들에게 자신들이 콘텐츠 노출을 방해하는 존재로 취급된다는 인상을 주면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틱톡은 인공지능 기반 추천 시스템인 ‘추천 피드(FYP, For You Page)’를 통해 이용자별로 콘텐츠를 노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주의 발언이 인도네시아 이용자에게 콘텐츠가 노출되는 것을 피하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확산되었다.
< 주(ZUU) 틱톡 생방송 당시 화면 – 출처: 유튜브 ‘판따우’ 채널(@pantaucom) >
해당 생방송 내용은 곧바로 인도네시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지 누리꾼들은 “더럽다(@halfnaked.vu)”, “이 소식을 듣자마자 팔로우를 취소했다(@alfiano_hamada)”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커지자 주는 다음날인 21일 해명 생방송을 진행해 “인도네시아 팬들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속적으로 희롱하거나 부적절한 댓글을 남기며 생방송을 방해하는 일부 시청자를 피하려던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논란이 된 영상은 전후 맥락이 모두 삭제된 채 악의적으로 편집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팬들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 인도네시아 누리꾼(@saintisshine)은 “인도네시아어로 해명했어야 했다”며 영어로 진행된 해명 방송을 지적했고 또 다른 누리꾼(@istrinya_baharuddinreal92)은 “생방송에서 여러 차례 ‘인도네시아에서 사랑을 보낸다(love from Indonesia)’고 댓글을 남겼지만 읽어주지 않고 다른 댓글만 읽었다. 정말 인종차별적이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밖에도 “누가 너 보고 싶대?(@rio_hinata19)”, “그냥 소셜미디어 계정을 신고하자(@moctaa__)” 등 비판이 이어졌으며 “주의 팬들은 대부분 인도네시아인이다. 디타 덕분에 알게 된 것이지 디타가 아니었다면 주를 몰랐을 것이다(@v1naaa.96)”라는 반응도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 인도네시아 걸그룹 노나(No Na)를 응원하자(@ammarrr011)”, “인도네시아 노래를 듣지 왜 케이팝을 듣나?(@wa_bdur)” 등 케이팝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노나는 미국 음반사 88라이징(88rising) 소속 인도네시아 4인조 걸그룹으로 2025년 5월 데뷔 이후 <수퍼스티셔스(Superstitious)>,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 등을 발표하며 현지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현지 언론에서도 이번 문제를 다뤘다. 인도네시아 종합 엔터테인먼트 매체 《아이디엔 타임스(IDN Times)》는 지난 22일 관련 논란을 보도하며 “시크릿넘버 출신 주가 틱톡 생방송에서 인도네시아 알고리즘을 피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어 주를 두고 “껍질을 잊은 땅콩(Seperti kacang lupa kulitnya, Like a peanut forgetting its shell)”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자신의 출신이나 자신을 도와준 은인을 잊고 교만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빗대는 인도네시아 속담으로 우리말의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나 ‘배은망덕한 사람’과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논란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나타나고 있는 케이팝과 팬덤 문화에 대한 피로감과 맞물리며 더욱 큰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유력 디지털 매체 《꿈빠란(Kumparan)》은 지난 6월 7일 “인도네시아에서 케이팝 팬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매체에서 인용한 전(前) 케이팝 팬은 “팬덤 문화는 엄격하다. 이럴 때는 꼭 이렇게 저럴 때는 꼭 저렇게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팬들은 결국 지치게 된다. 이러한 문화가 일부 사람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결국 케이팝을 떠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힙합(Hip-hop)과 인도네시아 대중음악 당둣(Dangdut)을 결합한 장르인 힙둣(Hipdut)을 즐겨 듣는다고 밝혔다. 힙둣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는 음악 장르로 텐시(Tenxi), 젬시(Jemsii), 나이킬라(Naykilla)의 <가람 앤 마두(Garam & Madu)>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논란으로 현지 누리꾼들 사이에서 언급된 노나 역시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 합주인 가믈란(Gamelan)을 활용한 음악을 선보이며 현지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일부 현지 누리꾼들이 노나를 언급하며 자국 아티스트를 응원하자는 반응을 보인 것은 단순히 한 연예인의 발언 논란을 넘어 최근 변화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대중음악 소비와 팬덤 문화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팬덤 문화에 대한 피로감은 올해 초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데이식스(DAY6) 콘서트를 둘러싼 팬덤 간 온라인 설전으로 더욱 확산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인터뷰에 응한 시민은 “당시 사건 이후에는 케이팝 팬이라고 하기보다 케이팝을 자주 듣는다고 말하는 편이 더 편하다”고 밝혔다. 이어 “케이팝은 고여 있고 다양성이 부족하다”며 특히 “서구화된 케이팝(Westernized K-Pop)은 정체성이 사라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음악 시장에서 케이팝 선호도는 팝(Pop)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며 당둣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최대 모바일 설문조사 플랫폼 작팟(Jakpat)이 자바와 발리에 거주하는 17~44세 주민 1,6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2025 뮤직콘서트 트렌드 및 팬덤 행동(Music Concert Trends & Fan Behaviors 2025)’에 따르면 2025년 인도네시아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음악 장르는 팝(71%)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당둣(32%)과 케이팝(31%)이 비슷한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세대별로는 팝이 밀레니얼세대와 지(Z)세대에서 각각 67%와 75%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고 케이팝은 지(Z)세대에서 35%로 당둣(27%)보다 높았지만 밀레니얼세대에서는 26%로 당둣(38%)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 2025년 인도네시아 엠지(MZ)세대 사이 가장 인기 있는 음악 장르 – 출처: ‘작팟’ 웹사이트 >
음원차트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확인된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 인도네시아 차트를 살펴보면 케이팝의 존재감은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2021년 12월 스포티파이 인도네시아 톱 50 차트에는 케이팝 아티스트 11팀이 이름을 올렸으나 2026년 5월에는 단 한 팀도 차트에 진입하지 못했다. 7월 27일 기준 최신 톱 50 차트에서도 케이팝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현지 차트는 인도네시아 가수와 글로벌 팝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지 음악 시장에 대한 케이팝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 2017년 1월~2026년 5월 월별 스포티파이 톱 50위 중 케이팝 비중 – 출처: ‘꿈빠란(Kumparan)’ 웹사이트 >
이번 주(ZUU) 논란은 단순히 한 차례 생방송 발언으로 촉발된 사건이라기보다 그동안 누적돼 온 케이팝과 팬덤 문화에 대한 피로감이 표출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팬덤 문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케이팝의 대중적 영향력 역시 과거에 비해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티스트의 부주의한 언행은 개별 논란을 넘어 케이팝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세계적인 케이팝 소비 시장 중 하나인 만큼 현지 팬들과의 꾸준한 소통과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신회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케이팝에 대한 호감도 역시 원래 수준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는 음악과 공연뿐 아니라 팬들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가 케이팝의 지속적인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아이디엔 타임스(IDN Times)》 (2026. 07. 22). Zuu Eks Secret Number Minta Maaf usai Bilang Gak Mau Masuk Algoritma FYP Indonesia,
https://www.idntimes.com/korea/knews/zuu-eks-secret-number-minta-maaf-usai-bilang-gak-mau-masuk-algoritma-fyp-indonesia-00-hwff8-zzrtlg
- 《꿈빠란(Kumparan)》 (2026. 06. 07). Musik K-Pop di Indonesia Perlahan Ditinggalkan Pendengarnya, Beralih ke Hipdut,
https://kumparan.com/kumparanhits/musik-k-pop-di-indonesia-perlahan-ditinggalkan-pendengarnya-beralih-ke-hipdut-27XIIVfT7R0
- 《클래쉬(Clash)》 (2026. 04. 20). Indonesian Girl Group no na Share New Single ‘rollerblade’,
https://www.clashmusic.com/news/indonesian-girl-group-no-na-share-new-single-rollerblade/
- 《작팟(Jakpat)》 (2025. 09. 19). Music Concert Trends & Fan Behaviors 2025,
https://insight.jakpat.net/music-concert-trends-fan-behaviors-2025/
- 스포티파이(Spotify) 웹사이트,
https://open.spotify.com/playlist/37i9dQZEVXbObFQZ3JLcXt
- 유튜브 ‘판따우’ 채널(@pantaucom),
https://www.youtube.com/shorts/CEs7nZcUsYE
- 나우닷츠 하이프(NowDots Hype) 인스타그램 계정(@nowdotshype),
https://www.instagram.com/p/DbLOhvhhM-q/
- 드리머스 라디오(Dreamersradio) 인스타그램 계정(@dreamersradio),
https://www.instagram.com/p/DbFRRkbTU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