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작 도서 인도네시아 번역 출간, 뚜렷한 숨고르기
- 현지 한국 원작 번역도서 시장에 새바람을 위한 제언 -
한국 원작 도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상당한 기반을 구축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관련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확인된 한국 원작 번역도서는 2026년 7월 기준 교육만화 등을 제외하고도 464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소설이 약 60%를 차지한다. 한국 도서는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 자기계발, 경제·금융 등으로 장르가 확대되면서 독자층을 넓혀왔다. 연도별 신규 번역 출간 추이를 보면 2020년 33종, 2021년 38종, 2022년 49종으로 증가한 뒤 2023년 35종, 2024년 43종, 2025년 42종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2026년은 8월까지 14권으로 한국 원작의 신규 번역·출간 속도가 예년보다 크게 느려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지난 몇 년간의 빠른 성장에 따른 조정 또는 숨고르기 국면으로 보인다. 현지 출판사 관계자들은 최근 확실히 한국 원작 도서의 현지 출판이 상대적으로 뜸해졌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는 과거에는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매력에 상당히 가 있던 가중치를 작가, 장르, 베스트셀러 가능성 등에 좀 더 많이 두게 된 것이라 하겠다. 현재 인도네시아 서점에서는 일본, 중국 작품들이 소설을 중심으로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특징과 강점을 거울삼아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한국 도서의 현주소를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일본 작품 일본 원작은 오래전부터 인도네시아 출판시장에 깊숙이 들어와 만화뿐 아니라 추리·미스터리·청춘·로맨스·공상과학(SF)·휴먼드라마 등 소설 분야에서도 안정적인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출판시장에서 일본 원작 도서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안정적인 번역-유통망과 독자층을 기반으로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일본 콘텐츠는 번역된 만화책 단행본들이 먼저 자리 잡으며 친숙해졌고 이를 바탕으로 라이트노벨과 청소년소설은 물론 미스터리-추리소설, 로맨스, 청춘소설, 순수문학 등으로 독서 영역이 자연스럽게 확대됐다. 따라서 일본 원작 도서의 경쟁력은 특정 인기 장르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문화에서 문학으로 이어지는 폭넓은 콘텐츠 포트폴리오에 있다고 하겠다. 비록 그라메디아(Gramedia)나 미잔그룹(Mizan Group) 정도의 출판 대기업은 아니지만 한·중·일 등 동아시아 문학을 전문적으로 소개해 온 하루출판사(Penerbit Haru)는 번역 도서 전문 출판사로서 가장 많은 한국 원작 도서를 번역출판한 회사다.
하루출판사는 특히 일본문학을 ‘제이릿(J-Lit, Japanese Literature)’이라는 별도의 레이블로 운영하면서 일본 소설을 지속적으로 번역·출판하고 있다. 초기에는 라이트노벨이나 젊은 독자를 겨냥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지만, 현재는 히가시노 게이고, 미나토 가나에, 아키요시 리카코, 이마무라 마사히로, 모리 히로시 등 현대 작가뿐 아니라 다니자키 준이치로와 같은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 작가까지 아우르고 있다. 2026년에도 이러한 흐름은 계속되고 있다. 하루출판사는 5월 아키요시 리카코의 『배틀 아일랜드(Island Battle Royal)』, 8월에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고양이와 쇼조와 두 여자(Kucing, Shozo, dan Dua Perempuan)』을 출간하는 등 일본 소설 신간을 꾸준히 추가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대표적인 현대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그래스하퍼(Three Assassins)』가 그라메디아의 지피유(GPU, Gramedia Pustaka Utama) 부문을 통해 출판된다. 인터넷 독서 감상 웹사이트 ‘굿리즈(Goodreads)’의 독자들이 작성한 ‘일본 원작 소설 및 단편소설 번역 도서(Novel dan Kumcer Terjemahan Jepang-Indonesia)’라는 목록에는 현재 642권이 등록돼 있다. 굿리즈의 이용자가 작성한 목록이라는 점에서 이 숫자를 인도네시아에서 공식적으로 출판된 일본문학 전체의 정확한 통계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소개된 일본 소설과 단편집이 수백 종에 달하는 시장 규모를 보여주는 참고 지표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480여 편에 비해 대체로 압도적인 숫자다. 이 목록은 만화 단행본을 포함하지 않은 일본 고전 및 현대소설, 청소년문학 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포함한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패션 등 다양한 대중문화는 오랜 기간 인도네시아 젊은 세대를 통해 스며들어 그 결과 일본 작가와 일본적 배경을 가진 이야기의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일본 콘텐츠의 인지도, 번역 경험, 출판사의 전문 레이블, 대형 출판사의 유통망, 그리고 이미 형성된 독자층 위에 새로운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추가되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에서 일본 원작 도서는 숙련된 다수의 전문 번역가들을 포함해 독립적인 번역출판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무협지에서 벗어난 중국 작품 인도네시아의 번역출판 시장에서 중국 문학은 일본 문학에 비해 아직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작품의 장르와 작가층이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 문학은 오랫동안 무협소설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현대 로맨스와 미스터리, 현대문학 등으로 중국 문학의 외연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중국 문학의 대표적인 인물이 중국 무협소설의 거장 김용(金庸)으로 그의 대표작 『사조영웅전(射鵰英雄傳)』은 인도네시아에서 『Memanah Burung Rajawali』라는 제목으로 번역·출판되면서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했다. 오늘날 인도네시아에서 중국 문학은 과거 무협소설을 통해 형성된 독자 기반 위에 새로운 장르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작가들이 추가되는 과정이라 하겠다.
하루출판사가 중국어권 문학을 소개하기 위해 운영하는 엠노벨(M-Novel)과 같은 번역출판 레이블은 중국 현대소설을 인도네시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통로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는 현대적인 사랑과 인간관계를 다룬 로맨스소설부터 중국 현대사와 사회를 바라보는 문학작품, 미스터리와 추리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현대문학 분야에서는 중국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모옌(莫言)의 작품도 인도네시아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모옌의 『변화(Change)』와 같은 작품은 중국 현대사회의 모습과 개인의 삶을 보여주며 우샤오웨의 『엔들리스 러브(Endless Love)』와 같은 현대 중국 로맨스소설도 번역 출판되었다. 중국 본토 작가뿐만 아니라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중국어권 문학이 함께 소개되고 있는데 홍콩의 대표적인 추리소설가 찬호께이(陳浩基, Chan Ho-Kei)의 『망내인(網內人, Second Sister)』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 디지털 사회의 어두운 면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기존 중국 무협소설과는 상당히 다른 현대적 미스터리로, 인도네시아 독자들이 중국어권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독자들은 찬호께이를 히가시노 게이고, 아키요시 리카코, 미나토 가나에 등 일본의 인기 추리작가들과 함께 동아시아 미스터리 문학의 주요 작가로 평가하기도 한다. 한국 원작 번역도서 시장 새바람을 위한 제언 한류의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과 중국 도서의 약진에 비해 한국 원작 번역도서는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추세지만 혜민스님, 오수향, 손원평, 백세희 등 여러 한국 작가들이 인도네시아에서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 작가로 자리 잡고 있다. 현지 오프라인 서점에서 일본이나 중국 도서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진열 공간은 비교적 쉽게 발견되지만 앞서 언급한 한국 도서들을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묶어 보여주는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 작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해외문학’이나 장르별 서가에 다른 국가의 도서들과 함께 진열되면서 한국 도서의 존재감이 분산되는 것이다. 이는 유통·마케팅 전략이 효과적이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별 도서의 번역 종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한국 도서가 하나의 문화·출판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도록 시장의 가시성을 높이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문체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등이 현지 대형 서점 및 출판사와 협력해 한국 원작 번역도서의 상설 매대나 서가, 또는 정기적인 독립 진열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라메디아의 협력을 얻어 주요 매장에서 6개월 또는 1년 단위의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판매량과 독자 반응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온라인 서점의 한국 도서 특별전, 신간 소개, 독자 리뷰 이벤트 등을 결합하면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한국 도서의 노출을 확대할 수 있다. 물론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대부분 특별 행사를 통한 한국 책의 특별 전시의 성격이어서 단발적인 단기 홍보에 그쳤다.
또한 지금까지 해외 진출 지원의 중심이었던 번역 지원에서 시장 조성 지원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이동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인도네시아에는 상당수의 한국 번역도서가 축적돼 있는 만큼 앞으로는 번역 자체보다 현지 마케팅, 서점 진열, 작가 초청, 독자 행사, 소셜미디어 홍보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인도네시아 젊은 독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책을 찾고 소개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케이팝과 한류 팬덤을 한국 도서로 연결하는 디지털 마케팅도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로 번역된 결과물의 품질을 담보하기 위한 인도네시아 번역가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도 필요하다. 현지에 출판되는 한국 원작 번역도서는 적지 않은 수지만 한국어 번역가들은 한정되어 있어 능력이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한 이들이 다수 한국 원작 도서 번역에 동원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된 것은 아직도 권당 200달러 전후로 형성되어 있는 현지 번역료 때문이기도 하다. 보수가 너무 적으니 번역 품질이 적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한국 출판사와 현지 출판사 사이를 연결하는 도서 에이전시의 전문성 강화도 필요하다. 단순히 판권을 중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현지 출판사의 장르별 강점과 유통망, 가격, 초판 규모, 마케팅 능력 등을 분석하고 계약부터 출간 이후 판매까지 관리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전문 에이전시가 육성된다면 더 말할 나위 없다. 한국문화원의 역할 역시 단순한 도서 전시를 넘어 독자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향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미 유사한 방향의 노력이 이미 있는 것으로 보이며, 예를 들어 ‘케이북 위크 인도네시아(K-Book Week Indonesia)’를 정례화하고 한국 작가 초청 북토크, 현지 번역가와의 대화, 독서모임, 한국 영화·드라마와 원작도서를 연결한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원작 번역도서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더 많은 책을 번역해 출판하는 것 이상으로 이미 존재하는 한국 책과 작가를 하나의 시장으로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당국과 출판사, 에이전시 등이 현지 출판사, 서점과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을 모색해 장기적으로 보다 긴밀히 협력할 필요가 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웹사이트, https://www.kpipa.or.kr/p/g3_5/264 https://www.kpipa.or.kr/p/g3_5/222?sst=wr_datetime&sod=desc&sop=and&page=1 - 한국국제문화교류원 웹사이트, https://kofice.or.kr/www/bbs/view.do?bbsSn=53229&mnucd=178&scBbsMngSn=18&utm - ≪북마크 제이에프(Bookmark_JF)≫ (2026. 07. 30). FY2025 Report: Southeast-Asian Translators & Editors’ Visit, https://www.bookmark.jpf.go.jp/e/news/9755/?utm - ≪차이나데일리(Chinadaily)≫ (2026. 01. 06). University bookstore opens reading center in Indonesia, https://global.chinadaily.com.cn/a/202601/06/WS695ca285a310d6866eb3241a.html?utm - 하루출판사 공식 엑스 계정(@penerbitharu), https://x.com/penerbitharu/status/1252470905940267008 https://x.com/penerbitharu/status/1252468428725579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