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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교민사회에 내재된 한류

등록일
2026-09-21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인도네시아

  • 해당 장르

    대중문화

주요내용

인도네시아 교민사회에 내재된 한류
- 재인도네시아 한인 문화예술총연합회(문예총) 예술제 -

 제9회 문예총 예술제 포스터
< 제9회 문예총 예술제 포스터 - 출처: ‘한인포스트’ 웹사이트 >
재인도네시아 한인문화예술 총연합회(이하 문예총)는 인도네시아 한인사회 안에서 문학, 미술, 서예, 음악, 무용, 국악, 사진, 공예 등 여러 문화예술 단체를 하나로 묶은 문화예술 연합체로 2008년 출범했다. 현재 김준규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 지부(이하 문협 인니지부) 회장이 2025년부터 3년 임기의 제10대 문예총 회장으로 재임 중이다. 한편, 현재 매년 개최하고 있는 문예총 종합예술제는 2014년 시작된 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동면에 들었다가 2024년에 비로소 깨어나 올해로 9회차를 맞았다.

한류의 전파는 화려하게 전 세계를 융단폭격하는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는 물론 한국문화원과 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거나 후원하는 정부기관 및 단체들의 다양한 현지 행사들과는 전혀 다른 층위에서 현지 교민사회의 전문적인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조용히, 그러나 도도히 명맥을 이어오며 서서히, 알듯 모르듯 현지에 스며든다는 것이다. 그런 교민 문화 활동으로는 문예총 예술제가 대표적이다.

문예총 예술제는 공연 분야에서 한국무용, 국악, 풍물·사물놀이, 합창, 오케스트라, 색소폰, 앙상블 등이, 전시 분야에서는 미술, 서예, 한지공예, 꽃꽂이, 사진, 시화, 캘리그래피 등이 참여해 왔다. 문예총의 특징은 한인사회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자원을 한 무대에 올리는 종합예술 플랫폼이라는 데 있다.

제9회 문예총 예술제는 9월 12일 토요일~13일 일요일 양일간 자카르타(Jakarta) 시내 롯데쇼핑애비뉴 메인아트리움 로비에서 진행되었으며, 문협 인니지부, 꿈캘리협회, 한인꽃꽂이회, 묵향 민화협회, 재인도네시아 한인미술협회의 작품전시회와 함께 12일 오후 같은 건물 3층 아이스팰리스(Ice Palace) 홀에서의 시상식과 공연행사가 열렸다.
9월 12일 토요일 아침 제9회 문예총 예술제 전시회 상황
< 9월 12일 토요일 아침 제9회 문예총 예술제 전시회 상황 – 출처: 통신원 촬영 >
문협 인니지부의 문학 공모전인 제8회 적도문학상 시상식에 이어 개막 선언, 주요 내빈 축사, 테이프 커팅식 이후 세 시간 남짓 다채로운 무대 공연으로 이어졌다.

김준규 회장은 축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위축되었던 문화예술 활동이 회원들의 뜨거운 열정과 헌신적인 의기투합으로 마침내 다시 생생한 활기를 되찾았다고 자평했다. 문화와 예술은 한 나라의 고유한 정신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척도이며 해외 생활의 고단함 속에서도 틈틈이 재주와 끼를 갈고닦아 온 이들이 한민족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현지 사회에 널리 알리는 민간 외교관이라 말했는데 이는 인도네시아 사회에서 한국 고유의 문화 활동을 수행하는 문예총 소속 단체들의 본질이라 할 것이다.

윤순구 재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는 문예총 예술제가 인도네시아 현지 예술인들과 일반 시민들이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의미 있는 예술 축제로 더욱 깊이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축사를 전했고 김종헌 인도네시아 한인회장을 대신해 격려사를 전한 이지완 한인회 수석부회장은 삶의 애환과 고단함을 서로 보듬고 힘을 북돋는 ‘아리아리’의 정신처럼, 한인회 역시 문화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동포사회의 행복을 증진하고 한·인니 문화 교류의 든든한 가교 구실을 하겠다며 이번 예술제의 포스터 전면에 내세운 ‘아리아리 아라리오’의 언어적 의미에 방점을 두었다. 

공식 기념사를 마친 뒤 주요 내빈들은 단상에 모여 테이프 커팅식을 진행했고 공식 개막식 직후 김준규 회장의 시 <연어 아리랑>의 화상 낭송을 시작으로 10개 단체의 공연이 이어졌다.

재인니 한인 음악협회(회장 유은영)가 한국 가곡 <마중>, 오페라 <오 솔레 미오>, 바이올린 듀엣 연주(<아리랑>, <원스 어폰 어 디즈니 드림(Once Upon a Disney Dream)>)으로 서막을 연 후 자카르타 한국무용단(단장 정방울)의 이매방류 살풀이 춤, 제이케이시시(JKCC) 자카르타 한인 어린이 합창단(지휘 송예선)의 <신나는 꿈여행>, <벚꽃팝콘>이 공연되었다.

전통 타악과 현대 대중음악을 접목한 ‘장구랑 나랑’(회장 박형동)의 풍물패 공연 <아리랑(BTS)>,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가 현장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재인도네시아 색동회(단장 이강용)의 색소폰 합주 <머나먼 고향>, <나는 행복한 사람>, <돌아와요 부산항에>이 교민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제이케이더블유시(JKWC) 자카르타 한인 여성 합창단(지휘 송예선)은 합창 <바람이 불어오는 곳>, <붉은 노을>, 뮤지컬 <맘마미아 메들리>로 무대를 꾸몄고 마지막으로 재인니 자카르타 한인 오케스트라(KISO, 단장 허민경)가 쇼스타코비치 모음곡 5번과 웅장한 <아름다운 나라>를 연주했다. 무대 종반에 케이아트(K-ART, 나하진, 나하선, 나하민)의 케이팝 댄스 찬조출연이 있었고 마지막엔 전 출연진과 관객이 한목소리로 <아리랑>을 제창하며 공연행사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9월 12일 토요일 제9회 문예총 예술제 공연장
< 9월 12일 토요일 제9회 문예총 예술제 공연장 – 출처: 통신원 촬영, ‘한인포스트’ 웹사이트 >
문예총 연혁

문예총은 초창기엔 문화적 소양을 가진 한인사회 유력인사들이 회장을 맡다가 2018년부터 풍물패, 여성합창단, 색소폰동호회, 문협인니지부 등 문예총 소속 개별 문화단체 협회장들이 속속 문예총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예술제의 전문성을 높였고 문화적 스펙트럼도 더욱 넓어졌다.

처음으로 풍물패 회장이 문예총을 맡았던 2018년의 제5회 종합예술제는 남부 자카르타 리뽀몰 끄망(Lippo Mall Kemang)에서 일주일 동안 전시, 공연, 문화 체험을 결합해 서예, 시화, 한지공예, 꽃꽂이 등의 전시는 물론 전통차 시음 체험, 그리고 국악, 한국무용, 오케스트라, 합창, 색소폰, 풍물 등의 공연을 함께 구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원이 복주머니 작가 이정효를 초청해 예술제에서 관련 전시회를 열었고, 한국적 문양과 인도네시아 전통 그림자극 인형인 와양(wayang)을 결합한 작품도 소개했다. 기본적으로 문예총은 한국문화의 일방적인 전파가 아닌, 한국과 인도네시아 문화의 결합과 변주를 시도해 왔다고 하겠다. 

2019년 제6회 문예총 예술제는 롯데쇼핑애비뉴에서 열렸다. 일주일간 전시를 진행하고 주말 공연과 릴레이 미니콘서트, 그리고 13~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1318 청소년 예술경연대회’도 마련했다. 특히 청소년 행사는 케이팝을 매개로 노래, 댄스, 비트박스 등을 선보이며 차세대 한인과 인도네시아 청소년들의 연결을 시도했다. 당시 문협 인니지부는 공광규 시인의 인도네시아어 번역시집 『햇살의 말씀(Pesan Sang Mentari)』을 소개하며 시화전과 도서 사인회를 함께 열었다. 이는 문예총의 활동이 한국 문화 콘텐츠를 현지인에게 소개하며 양국 문화의 접점을 만드는 것을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듬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모든 것을 멈춰 세웠다.

팬데믹 기간 내내 침묵했던 문예총 예술제는 5년 만인 2024년 10월 28일 월요일 저녁 다시 리뽀몰 끄망의 야외 무대에서 별도의 전시회 없이 각 소속 단체들이 공연하는 것으로 긴 잠에서 깨어났다. 단 하루 저녁 시간의 짧은 행사였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다. 이후 2025년부터 롯데쇼핑애비뉴에서 예술제를 열었는데, 일주일이던 예술제 기간이 이틀로 줄어든 대신 알찬 프로그램과 큐레이션을 선보였다.

1920년 첫 조선인 장윤원 선생이 도착하며 시작된 인도네시아의 한인 사회는 198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해 한때 전체 교민 수가 5만 명을 넘나들었고, 팬데믹 이후 2만 명 전후의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교민들은 업무차 발령을 받거나 사업하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일부 인도네시아어 전공자를 중심으로 한 교환학생들과 학자들이 일부 있지만 교민 사회는 문화적으로 척박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예술을 목적으로 인도네시아로 건너온 사람은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사관을 위시한 정부 산하 조직들과 여러 경제 단체들이 주도하는 환경 속에서도 교민사회 민간 부문에 다방면의 문화 전문가들이 알게 모르게 존재하며 문화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이 바쁜 생업과 가사 와중에도 문화단체에 가입해 전시장과 공연무대에 올리기 손색없는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실로 감탄할 만한 일이다.

이번 2026 문예총 예술제는 팬데믹 이후 예술제가 재개된 후 종전의 위상을 거의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 비록 예술제 전시 기간은 대폭 줄었고 전시와 공연에서 팬데믹 이전과 달리 현지인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어 한인들의 행사라는 느낌이 강해졌지만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자카르타 시내 몰의 메인 로비에서, 어쩌다 찾아오는 한국 유명 배우나 아이돌이 아닌 이웃에 사는 한국인들의 그들 사회 속에 내재한 한류의 본체를 보여 주었다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현지 한인사회의 전통 문화활동과 내재된 한류를 지원하고 성장시키는 것은 유명 케이팝 그룹과 한국 드라마 배우들의 현지 공연과 사인회 못지않게 중요한 일일 것이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한인포스트≫ (2026. 08. 17). 제9회 문예총 종합예술제,
https://haninpost.com/archives/130782
- ≪한인포스트≫ (2026. 09. 16). “문화와 예술로 하나 된 한·인니 교류의 장”… ‘제9회 문예총 종합예술제’ 개막식 성료,
https://haninpost.com/archives/131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