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태권도, 일본의 가라데, 중국의 쿵푸, 태국의 무에타이처럼 각 국가를 나타내는 운동들이 있다. 미얀마도 이와 마찬가지로 여러 전통 무술이 있으며, 대표적으로 ‘타잉(Thaing)’이라 불리는 무술이 있다. 이 타잉은 모든 미얀마 무술을 포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복합적인 체계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타잉에서 파생된 무술로 ‘반도(Bando)’와 ‘반쉐이(Banshay)’가 있는데 반도는 맨손 무술을 중심이며, 반쉐이는 검, 창, 봉 등 전통 무기를 사용하는 무술이다. 그리고 ‘나반(Naban)’이 있는데 이 나반은 상대를 넘어뜨리는 기술과 타격 기술 위주라 레슬링과 유사한 면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미얀마 무술 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현대의 킥복싱과 유사한 ‘렛훼(Lethwei)’라는 운동이 존재한다.
오늘은 그중 렛훼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렛훼는 서기 3세기경 미얀마 승려들에 의해 발전된 것으로 전해지며, 오랫동안 미얀마 군대의 중요한 전투 기술로 자리매김하였다. 16세기부터 18세기에는 미얀마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뛰어난 선수들은 ‘왕실 복서(Royal Boxer)’라는 칭호도 받았다고 한다. 영국의 식민 시절에는 렛훼가 금지되기도 하였으나 지방 농촌지역에서는 춤이나 축제 공연의 일환으로 경기가 진행되었고 세계 2차대전 이후 오늘날의 경기체계로 자리매김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이 렛훼는 미얀마 젊은 남성들의 성인식과 비슷하게 용기와 강인함을 상징하고 있으며,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렛훼 예(Lethwei Yay)’라는 경기 전에 추는 춤, 세 번 손뼉을 치며 상대에게 예의를 표하는 ‘렛카 몬(Letkkha Moun)’이라는 의식 등을 통하여 ‘링 밖에서는 겸손하고, 링 안에서는 두려움 없이 싸우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운다.
< ‘2026 차세대 미얀마 전통 렛훼 대회’ 관련 기사 보도 - 출처: ‘미얀마 내셔널 포털’ 웹사이트 >
렛훼는 미얀마의 이웃 나라인 태국의 무에타이와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다른 점도 존재하는데 바로 렛훼는 박치기가 허용이 된다는 점이다. 미얀마에서 렛훼의 별칭은 ‘아홉 개의 무기(The Art of Nine Limbs)’이며 무에타이는 ‘여덟 개의 무기(The Art of Eight Limbs)’로 불린다. 둘 다 양손 주먹, 양팔 팔꿈치, 양쪽 무릎, 양쪽 다리 등 8개를 공통으로 사용하는데 여기에 렛훼는 박치기가 허용이 되는 점이 있다. 그리고 스포츠화된 무에타이는 복싱글러브를 사용하지만 미얀마는 여전히 맨손에 스트랩 정도만 감고 싸울 만큼 보다 더 잔인하다는 인상이 있다. 또한 재밌는 점은 렛훼는 전통적으로 녹아웃(Knock Out, KO)이 가장 중요하므로 경기에서 녹아웃이 나오지 않으면 판정승이 따로 없이 무승부로 끝나는 것이 원칙이며, 녹아웃을 당하더라도 1회에 한하여 2분 회복을 할 수 있는 규칙이 있고 피가 나서 3차례 이상 닦게 되면 녹아웃으로 간주하는 규칙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판정승 제도를 도입하여서 무승부를 최소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는 한 라운드당 3분씩 3~5라운드가 일반적이며 라운드당 쉬는 시간은 2분인데 대규모 경기에서는 예외적으로 12라운드까지 진행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얀마의 전통 렛훼 대회가 매년 개최되긴 하지만 선수들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한 숫자가 열리지 않아, 렛훼를 좋아하는 젊은 층들이 줄어든다고 한다. 7월 9일 미얀마의 일간지 《엔피 뉴스(NP NEWS)》에 따르면 미얀마의 렛훼 선수인 ‘툰툰민’은 렛훼를 배우고자 하는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전국 규모의 큰 대회는 미얀마 양곤(Yangon)에서 일 년에 한 번 정도가 열리는 게 전부인데 이마저도 안 열릴 때가 많고 지방 대회는 더더욱 열리지 않는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또한 이렇게 대회가 열리지 않아 선수들의 생계가 어려워지며 젊은 선수들의 흥미가 떨어지고 기량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이 때문에 생계를 위해 출전 기회가 많은 태국의 무에타이로 전향하는 사람들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렛훼 선수들과 이야기를 직접 나눠 보니 미얀마 국적 선수가 태국에서 무에타이 경기를 하는 경우도 있고 태국의 비공식 경기장에서 렛훼 선수와 무에타이 선수의 경기가 펼쳐지는데 상금이 커서 도전하는 선수들이 꽤 있다고 한다. 과거에 미얀마로 격투 기술 교류를 하러 왔던 한국 선수들이 렛훼를 감상하고는 “경기를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라는 평가와 동시에 “사람들이 성실하고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한다”는 평가도 같이 한 바 있다. 렛훼 선수들은 평소에는 생계를 위해 헬스 트레이너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개인 시간에 운동을 하는데 선한 눈빛의 사람들도 실제 렛훼 경기를 하면 사람이 순식간에 바뀔 만큼 승부욕이 강하다. 또한 지방 렛훼 경기의 경우 상금이 일반적으로 미얀마 서민의 급여 석 달 치 정도에 해당하는 상금이기 때문에 굉장히 열심히 한다고 알려져 있다.
< 미얀마 렛훼 경기 수의 감소로 인해 선수 생계가 어렵고 렛훼 문화를 지키기 어렵다는 기사 - 출처: ‘엔피 뉴스’ 웹사이트 >
이렇듯 자국 내 대회가 많지 않아 렛훼 선수들의 생계가 어려워지고 기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좋지 않은 소식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존재한다. 바로 씨름이다. 씨름은 한국 사람에게는 설날이나 추석 때 친척들이 TV를 볼 때면 늘 나올 만큼 전 국민이 다 아는 스포츠였다. 그러나 이 씨름도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기 때문에 30~40대 이하의 나이대에서는 그동안 인기가 저조했다. 단시간에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이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축구나 농구, 야구처럼 기술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것 또한 그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씨름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고 또한 씨름을 전통 문화 유산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2018년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신청하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씨름에서 작은 체구의 선수가 큰 체구의 선수를 기술적으로 제압하는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널리 알려지며 씨름이 힘과 덩치로만 하는 것이 아닌 유연성, 기술력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고, 그러면서 어린이들과 청소년, 젊은 층들에게도 점점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지금도 씨름계는 전통을 지키고 씨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렛훼도 이런 노력을 통해 다시 미얀마 사람들에게 국민스포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얀마에서 진행했던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중 미얀마에 태권도, 양궁 등 다양한 부분에서 체육활동을 지도하는 사업도 있었으며, 한국의 기술력을 통해서 미얀마 전통문화유산을 복원한 프로젝트도 있었다. 렛훼가 우리의 고유문화는 아니지만 한국이 다시 사람들이 씨름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던 경험을 토대로 스포츠 매니지먼트와 관련한 사업이나 한국과 미얀마의 양국 전통 스포츠 교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등 미얀마 사람들이 뤳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양국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통 방식을 현대적으로 개선하는 부분에 대한 세미나, 렛훼를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렛훼 선수의 한국무술 체험기, 또는 태권도, 씨름 등 한국 전통 무술의 발전과 진행 방향 등이 미얀마의 전통 무술 렛훼를 지키는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무에타이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도 매스컴의 주목이 있었으며 태국 자체에 전 세계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렛훼도 무에타이 못지않게 박진감 넘치고 야성미를 넘치는 경기를 하기 때문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자극을 좇는 최근의 젊은 세대들에게 더욱 흥미를 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현재 국제 종합격투기(MMA) 대회인 유에프시(UFC)와 원 챔피언십(One Championship)에서 활약하는 선수 중 미얀마 출신의 선수들이 제법 눈에 띄고 있다. 유에프시의 경우 현재 플라이급의 챔피언인 조슈아 반(Joshua Van)이 미얀마 출신으로 5월 방어전에서도 승리하였다. 그리고 아웅라 앤 상(Aung La N Sang)도 지금은 은퇴했지만 원 챔피언십에서 챔피언을 한 전적이 있다. 물론 둘 다 해외에서 격투기를 시작했지만 아웅라 앤 상은 인터뷰를 통해 미얀마 전통 무술인 렛훼와 반도를 어렸을 때부터 접하였고 이것이 정체성에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으며, 둘 다 미얀마인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살아간 선수들이다.
현재 한국의 격투기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또한 다양한 무술을 찾아 여행하는 유튜브 채널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렛훼도 여기에 소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밖에도 렛훼의 무규칙적이고 원초적인 점을 좋아하는 서양단체에서도 렛훼 대회를 세계적으로 발전시키려고 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단체에 미얀마인들의 진출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여기서 렛훼를 수련한 사람들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렛훼는 무에타이에 비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렛훼를 수련한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유명해져서 렛훼 또한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엔피 뉴스(NP NEWS)》 (2026. 07. 09). ပြည်တွင်းလက်ဝှေ့ကလပ်များ ပျက်စီးမည့်အနေအထားဖြစ်နေဟု လက်ဝှေ့ကျော် ထွန်းထ,ွန်းမင်း ဖွင့်ဟ
https://www.npnewsmm.com/news/6a4f7524cb144b5b0304f94a
- 《미얀마 내셔널 포털(Myanmar National Portal)》 (2026. 07. 27). Myanmar Fight (34) မျိုးဆက်သစ် မြန်မာ့ရိုးရာလက်ဝှေ့ပြိုင်ပွဲများ ကျင်းပ,
https://buly.kr/9BYID1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