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베시의 다문화 공생정책의 일환으로 지역 주민의 해외 교류를 도모하는 ‘하버 스위츠 카페’ 행사 – 출처: 통신원 촬영 >
고베시는 외국인 주민과 일본인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공생을 추진하면서, 국제교류와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지역사회의 문화적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문화사회에서 문화교류는 서로 다른 국가의 문화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직접 만나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고 상호 이해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음식은 일상생활과 밀접하면서도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문화적 매개라는 점에서 지역사회 차원의 문화교류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 5일 수요일, 고베시(神戸市)에 위치한 고베시립청소년회관(神戸市立青少年会館)에서는 일본의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을 대상으로 세계 각국의 음식에 대해 배우는 ‘하버 스위츠 카페(ハーバースイーツカフェ)’ 이벤트가 개최되었다. 해당 이벤트는 국제항구 도시인 고베의 매력을 살려 다양한 문화교류와 함께 지역활동의 연계 현황에 대해 소개하고자 중앙구사회복지협의회(中央区社会福祉協議会)와 비영리 법인 고베유스넷(こうべユースネット)이 기획하고 주최했다. 고베유스넷은 청소년의 사회참여와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 법인으로, 이번 행사에서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문화 교류와 지역활동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벤트 현장에서는 “외국의 과자를 맛보면서 해외 출신인 사람들과 교류하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다문화교류원들이 자기 나라의 식문화를 소개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기 위해 개최되었다고 설명했다.
< 고베시의 다문화 공생 정책 중의 하나인 ‘다문화교류원 제도’ - 출처: 고베시 다문화교류원 웹사이트 >
고베시는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면서 일본인과 외국인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지역 공생의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목적으로 ‘지역 내 외국인과의 공생 추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정책의 일환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생활지원, 일본어 강좌와 함께 다문화 교류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고베시 다문화교류원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해당 제도는 각 문화가 존중하며 공존하는 다문화사회를 만들기 위해 외국인과 지역을 이어주는 제도 중의 하나로, 고베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지역 내 축제, 행사 등의 문화교류 이벤트 등에 파견하여 지역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유료 봉사활동이다. 다문화교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해외유학생과 직장인들은 해당 제도를 통해 일본문화를 학습하며 동시에 고베에 대해 알아가고 지역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얻는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도 다문화교류원들은 모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교류원들의 식문화에 대해서도 알아가면서 일본인 학생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 고베시 다문화교류원이 소개하는 한국을 비롯한 6개국의 식문화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이벤트에 참가한 학생들의 비율을 살펴보면 중학생 8명, 고등학생 17명, 대학생 8명이었으며 다문화교류원과 행사 관계자까지 포함해 총 참석 인원은 약 45명이었다. 여성이 9할을 차지할 정도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학생들에게 참가 계기에 대해 질문하자 국제교류와 봉사활동, 지역활동(NPO) 등에 관심을 가져 이번 이벤트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특히, 봉사활동 사이트나 고베시의 홈페이지, 이벤트 개최장소인 청소년회관 사이트 등을 통해 해당 이벤트를 발견해서 지원한 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오후 13시부터 15시까지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에서는 고베시 다문화교류원인 해외 유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모국의 과자를 통해 식문화를 소개하고 고베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학생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식문화를 소개하는 것에 앞서, 중앙구 사회복지협의회의 담당자는 “고베시 중앙구에는 외국인 분들이 전체 인구의 13%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많기에 그들의 문화와 생활 등을 이해하기 위한 이벤트 등을 개최하고 있다. 오늘은 외국의 식문화에 대해 알아본 후에 지역 활동을 소개해보려고 한다”고 이벤트 목적과 기획 배경을 소개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행사가 특정 국가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방식으로 기획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행사는 중앙구 사회복지협의회의 제안으로 마련됐으며, 다문화교류원과 지역의 봉사단체 등이 함께 참여했다. 다문화교류를 문화기관 내부의 프로그램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복지 및 지역활동과 연결하려는 지역사회 기반 활동이라는 점이 이번 문화행사의 특징이다.
< ‘하버 스위츠 카페’의 개최 직전, 뷔페 코너에 국기와 함께 진열된 세계 각국의 식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이벤트에 참여한 다문화교류원은 총 6명으로, 중국인 3명, 한국인 1명, 스페인인 1명, 멕시코인 1명이었다. 이중, 4명은 일본에서 이미 취직을 한 직장인이었으며, 다른 2명은 유학생이었다. 국가별로 2~3개의 식품이 소개되었으며 식품을 소개하기 전에 각자의 언어로 인사를 한 후, 식문화와 음식 속에 깃든 개인적인 추억을 나누었다. 중국의 과자로는 광둥식 미니 월병과 우롱차, 자스민차가 소개되었고, 한국의 과자로는 전통적인 약과와 한국 김, 쌀과자인 밀크 클래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고베시 청소년들은 다문화교류원으로부터 음식의 유래와 추억에 대해 들은 뒤 자유롭게 음식을 맛보는 방식으로 각국의 식문화를 체험했다. 단순히 외국 음식을 전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음식에 얽힌 개인의 경험과 설명을 들으며 문화와 그 추억까지 함께 접하는 교류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중국인 직장인 출신인 A씨는 중국 과자에 대해 소개하며 “광둥성은 남쪽 지역이라 (이번에 준비된 월병보다) 보통의 월병은 5배 정도 크다”, “중국에서는 가족과 함께 달의 모양을 하고 있는 월병을 먹는다”라고 중국의 식문화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의 다문화교류원 B씨는 약과의 명칭과 재료를 설명하는 동시에 해외 지인에게 약과를 선물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약과는 옛날에는 꿀과 참기름을 약으로 인식했기 때문에 약과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꿀과 참기름, 생강 등을 섞은 반죽에 약과의 모양 틀을 찍은 후에 한 번 더 꿀을 바른다”라는 약과의 레시피와 함께 “캐나다 할머니께 20개 약과를 드리니 하룻밤 만에 다 드셨다”는 추억을 공유하며 현대적으로 많은 사람을 받는 전통 과자이며, 국적에 관계 없이 모두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는 과자라고 소개했다. 또 한국의 김과 쌀과자도 함께 소개하며 한국 식품의 소개를 마쳤다.
이처럼 음식에 대한 설명에 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결합되면서, 참가자들은 특정 국가의 문화를 단순히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문화를 개인의 경험과도 연결해 접할 수 있었다.
<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마음 가는 대로 고르는 간식 뷔페, 한국 음식을 담는 일본인 학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참가자들은 테이블마다 배치되어 있는 나무젓가락과 쟁반을 가져가서 좋아하는 식품들을 가득 담은 후 음식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짭짤한 한국 김을 좋아해서 밥 없이 몇 팩이나 먹는 일본인 학생들이 많았으며, 처음 보는 약과랑 쌀과자에도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 김은 참가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준비된 물량이 대부분 소진되었지만 약과와 쌀과자는 상대적으로 많이 남아 있었다. 이는 한국 식문화가 참가자에 따라 소비와 수용의 정도가 달랐으며, 기존의 식습관과 친숙도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수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이후에는 비영리 법인 고베정주 외국인지원센터 등을 비롯한 봉사단체 관계자와 일본어 교사, 봉사활동 참가자 약 6명의 주도로 지역 내 다문화 교류 및 봉사활동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외국인 유학생과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요리 교류, 언어교류, 상담 및 재난 관련 봉사활동 등의 사례가 소개됐으며, 실제 봉사활동에 참여한 고등학생들도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는 이번 행사가 일회성 식문화 체험에 그치지 않고 다문화 교류를 지역사회 활동 참여로 연결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세계 각국의 과자를 맛보면서 봉사활동 설명회를 듣는 일본인 학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해당 이벤트를 마치며 참가 학생들에게 인터뷰를 해본 결과, “대학 입시 등으로 봉사활동, 지역 국제교류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봉사활동에 대해 알아가면서 해외 식문화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고 문화교류 이벤트에 대해 긍정적인 소감을 밝혔다. 행사 후 인터뷰에서 일본인 참가자는 “한국의 김밥을 좋아해서 한국 과자도 먹어보고 싶었다”고 답했으며, 스페인 출신 참가자는 약과와 쌀과자를 처음 접한 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국어에도 관심을 보였다. 아이를 데리고 온 중국인 다문화 교류원 E씨는 “아이가 한국 김을 너무 좋아한다”고 한국 식품에 대해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사회 활동에 흥미가 있어 참가하게 된 일본인 학생들에게 이번 이벤트는 지역사회의 외국인들과 교류하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 보는 실질적인 교육의 장소로 기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행사 참가자들의 한국 식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이번 행사는 지역 차원의 민간 문화교류를 통해 한국 식문화가 자연스럽게 소개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해당 이벤트의 기획 배경에 대해 질문해 보니 다문화교류원 담당자는 “지역의 봉사활동을 소개하며 각국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기획은 중앙구의 사회복지협의회에서 (저희에게) 제안해 주셨습니다. ‘하버 스위츠 카페’ 행사 자체는 올해 처음으로 개최했습니다”라고 행사 기획의 배경에 대해 밝혔다.
이처럼 다문화 공생 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다문화교류원 제도와 이번에 개최된 ‘하버 스위츠 카페’ 행사는 지역 주민과 외국인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한국 식문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외국인이 함께 문화를 체험하고 대화하는 과정 자체가 문화교류와 상호문화적 이해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은 서로 다른 문화를 단순히 소개하는 ‘문화 다양성’의 차원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직접 만나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상호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볼 수 있다. 즉, 각국의 음식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의 의미와 개인적 경험을 설명하고 참가자들이 함께 맛보도록 함으로써 문화 간 상호작용을 유도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음식은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를 시작하고 공통의 경험을 형성하는 문화적 매개로 기능했다.
물론 이번 행사의 참가자는 국제교류와 봉사활동에 관심을 가진 청소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러한 결과를 지역사회 전체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음식에 대한 체험, 다문화교류원과의 상호작용, 지역활동에 대한 정보 제공을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결합했다는 점은 일방적인 문화소개 행사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나아가 이번 사례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체험형 문화교류가 해외 현지 주민과 한국 문화 사이에 직접적인 접점을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한국의 국제문화교류에서도 지역사회 활동과 해외문화 체험을 결합한 지속적인 교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데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 문화교류의 측면에서도 이러한 방식은 시사점을 갖는다. 종래 해외에서의 한국 문화 확산은 케이팝,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사례는 김·약과와 같은 일상적인 식문화 역시 현지 주민과 직접적인 접점을 형성하는 문화교류의 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역의 청소년·주민·외국인 거주자가 함께 참여하는 교류 프로그램으로 구성할 경우, 한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인이 직접 경험하고 대화하는 참여형 문화교류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고베시 웹사이트,
https://www.city.kobe.lg.jp/a78534/kyousei.html#TagengobanKohoshiKOBE
- 고베시 다문화교류원 웹사이트,
https://site2.convention.co.jp/kobe.tabunka-kouryu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