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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 기다린 세 편의 한국영화 — 이창동과 홍상수가 뉴욕영화제로 돌아온다

등록일
2026-09-11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미국

  • 해당 장르

    영화

주요내용

뉴욕이 기다린 세 편의 한국영화 — 이창동과 홍상수가 뉴욕영화제로 돌아온다
- 이창동의 귀환과 홍상수의 두 신작, 뉴욕영화제에서 이어지는 한국 작가영화의 존재감 -

2026년 뉴욕영화제 메인 섹션에 라인업된 한국영화 3편
< 2026년 뉴욕영화제 메인 섹션에 라인업된 한국영화 3편 - 출처: 필름 앳 링컨 센터 웹사이트 >
뉴욕의 가을 영화제가 시작되면 세계 영화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맨해튼 링컨 센터로 향한다. 올해 제64회 뉴욕영화제(New York Film Festival)는 9월 25일부터 10월 12일까지 열리며, 한국영화 팬들에게도 눈여겨볼 만한 라인업을 마련했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Possible Love)>과 홍상수 감독의 <그녀가 돌아온 날(The Day She Returns)>, <눈 둘 데가 없네(Nowhere to Lay My Eyes)>가 모두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Main Slate)에 이름을 올렸다.

뉴욕영화제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부대 프로그램이나 특별 상영작과 구분해서, 그해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선정한 세계 각국의 주요 작품들을 모아놓은 핵심 프로그램을 메인 슬레이트 라고 하는데, 한국 감독의 작품 3개 모두 이 섹션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2026년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에 가능한 사랑이 노출되어 있다
< 2026년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에 가능한 사랑이 노출되어 있다 - 출처: 필름 앳 링컨 센터 웹사이트 >
  
특히 이 세 작품이 의미 있는 것은 한국영화를 별도의 ‘한국영화 섹션’으로 묶어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 영화계의 주요 작가들이 내놓은 신작과 함께 메인 경쟁 아닌 공식 라인업에서 뉴욕 관객을 만난다. 올해 메인 슬레이트에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리드무 레이, 하마구치 류스케, 마이크 리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감독들의 작품이 함께 포함됐다. ≪에이피(AP)≫ 역시 올해 뉴욕영화제 라인업을 소개하며 이창동을 주요 감독들의 복귀작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8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베니스에서 먼저 주목받다

가장 큰 관심은 단연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다. 2018년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장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영화계의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경제적 배경을 가진 두 부부의 관계를 중심으로 노동, 계급, 상실과 트라우마,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을 이야기한다.
 2026년 뉴욕영화제 홈페이지에 소개된 ‘가능한 사랑’
< 2026년 뉴욕영화제 홈페이지에 소개된 ‘가능한 사랑’ - 출처: 필름 앳 링컨 센터 웹사이트 >
  
뉴욕 관객에게 소개되기 전 이미 베니스영화제에서 상당한 반응을 얻었다. 미국 매체 ≪벌처(Vulture)≫는 영화가 공개된 직후 ‘올해 베니스 최고의 영화가 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집중 조명했다. 이 매체는 <가능한 사랑>이 <기생충>처럼 계급 문제를 장르적 충돌로 밀어붙이는 대신, 부와 가난 사이에 놓인 보이지 않는 거리와 인간관계의 도덕적 모호함을 천천히 파고든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영화·TV 전문 온라인 매체 ≪더 랩(The Wrap)≫ 역시 베니스 리뷰에서 영화가 거의 세 시간에 달하는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서두르지 않으며, 계급 갈등과 트라우마, 다큐멘터리 제작의 윤리를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고 평가했다. 제목 역시 ‘코리안 드라마 어큐뮬레이츠 파워(Korean Drama Accumulates Power)’였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힘이 축적된다는 의미다.
영화 매체 ‘더 랩(The Wrap)’에서 베니스영화제의 ‘가능한 사랑’을 리뷰하고 있다
< 영화 매체 ‘더 랩(The Wrap)’에서 베니스영화제의 ‘가능한 사랑’을 리뷰하고 있다 - 출처: ‘더 랩’ 웹사이트 >
  
영국 매체 ≪가디언(Guardian)≫의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가디언은 두 부부의 관계를 통해 노동계급과 부유층 사이의 착취와 우정, 감정적 조작을 다루면서도 어느 한 인물을 단순한 가해자나 피해자로 규정하지 않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통신사 ≪로이터(Reuters)≫ 역시 베니스 현장에서 이창동 감독의 복귀를 주요 뉴스로 다루며, 영화가 한국의 실제 노동분쟁에서 출발해 트라우마와 인간의 존엄, 기술 변화 속에서의 노동 문제를 이야기한다고 소개했다. <가능한 사랑>은 한국의 2027년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영어 포스터
<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영어 포스터 - 출처: 필름 앳 링컨 센터 웹사이트 >
   
이창동 감독에게 뉴욕은 낯선 도시가 아니다. 뉴욕 맨해튼(Manhattan) 링컨 센터 내에 위치한 비영리 영화 예술 기관인 필름 앳 링컨 센터(Film at Lincoln Center)는 <박하사탕> 이후 그의 주요 작품들을 뉴욕 관객에게 소개해 왔으며, <밀양>과 <버닝>을 뉴욕영화제를 통해 상영한 바 있다. 올해 <가능한 사랑>은 9월 27일 미국 프리미어를 갖고 이창동 감독과 전도연, 설경구, 조여정, 조인성 등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홍상수에게 뉴욕은 이미 익숙한 무대

홍상수 감독에게 뉴욕영화제는 새로운 도전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이어진 관계에 가깝다. 그의 작품은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매년 뉴욕영화제를 찾았다. 2021년 제59회 영화제에서는 <당신얼굴 앞에서(In Front of Your Face)>와 <인트로덕션(Introduction)>이 메인 슬레이트에 포함됐고, 2022년에는 <소설가의 영화(The Novelist’s Film)>와 <탑(Walk Up)>이 뉴욕 관객을 만났다. 2023년에는 <우리의 하루(In Our Day)>와 <물 안에서(In Water)>가 나란히 상영됐다. 2024년에도 <수유천(By the Stream)>과 <여행자의 필요(A Traveler’s Needs)>가 메인 슬레이트에 포함됐다.
 홍상수 감독의 ‘그녀가 돌아온 날’ 스틸컷
< 홍상수 감독의 ‘그녀가 돌아온 날’ 스틸컷 – 출처: 아이엠디비 웹사이트 >
   
이 흐름을 보면 올해 홍상수 감독의 두 작품이 뉴욕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단순히 한국영화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뉴욕 영화계에서 홍상수라는 작가의 영화 세계가 이미 하나의 지속적인 관람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녀가 돌아온 날>은 오랜 은퇴 후 영화계로 돌아온 중년 여배우를 중심으로 예술과 관계, 다시 시작하는 삶을 바라본다. 반면 <눈 둘 데가 없네>는 실험영화 감독인 상희가 제주도에서 어머니와 가족을 다시 만나면서 나이 듦과 가족의 책임, 창작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필름 앳 더 링컨 센터는 이 작품을 ‘감정적으로 깊이 뿌리내린 동시에 홍상수 특유의 모호함을 지닌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눈 둘 데가 없네’ 스틸컷
< 홍상수 감독의 ‘눈 둘 데가 없네’ 스틸컷 - 출처: 필름 앳 링컨 센터 웹사이트 >
   
특히 <눈 둘 데가 없네>는 뉴욕에 도착하기 전 이미 국제영화제에서 주요 성과를 거뒀다. 2026년 로카르노영화제(Locarno Film Festival)에서 홍상수 감독은 감독상을, 김민희는 연기상을 받았다. 뉴욕영화제는 이 수상 경력을 공식 소개에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국영화는 이제 ‘소개되는 영화’에서 ‘기다리는 영화’로

최근 몇 년간 뉴욕영화제의 한국영화 라인업을 돌아보면 변화가 더욱 선명하다. 2022년에는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과 홍상수의 <소설가의 영화>, <탑> 등이 메인 슬레이트에 올랐다. 당시 <헤어질 결심>은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라는 강력한 국제적 배경을 안고 뉴욕에 왔다.

2023년에는 홍상수의 두 작품이 메인 슬레이트에 포함됐고, 2024년에도 두 편이 다시 이름을 올렸다. 2025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 없다>가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에 포함됐다. 
 홍상수 감독의 ‘눈 둘 데가 없네’ 영어 포스터
< 홍상수 감독의 ‘눈 둘 데가 없네’ 영어 포스터 - 출처: 필름 앳 링컨 센터 웹사이트 >
따라서 2026년의 세 편은 갑작스러운 ‘한국영화 붐’의 결과라기보다 지난 몇 년 동안 뉴욕에서 축적돼 온 한국 작가영화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올해는 서로 다른 세 편의 영화가 한꺼번에 뉴욕에 온다. 이창동은 8년 만의 복귀작으로 베니스의 강한 평가와 함께 뉴욕에 도착하고, 홍상수는 이미 뉴욕 관객에게 익숙한 영화 언어로 두 편의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뉴욕에서 중요한 것은 또 다른 지점에 있다. 세계 영화의 흐름을 직접 만들어가는 도시에서 한국 감독들의 신작이 어떤 반응을 얻는가다. 올해 뉴욕영화제에서 <가능한 사랑>은 미국 관객에게 처음 공개된다. 베니스에서 시작된 논의가 뉴욕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그리고 홍상수의 두 작품이 이미 형성된 뉴욕 관객층과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는 영화제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9월 말, 링컨 센터의 스크린 위에서 한국영화는 다시 뉴욕을 만난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온 영화’라는 설명보다 이창동과 홍상수라는 두 작가의 새로운 영화가 뉴욕에서 무엇을 말하게 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 전망이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필름 앳 링컨 센터(Film at Lincoln Center) 웹사이트,  
https://www.filmlinc.org/nyff2026/films/the-day-she-returns/
https://www.filmlinc.org/nyff/nyff64-lineup
https://www.filmlinc.org/nyff2026/films/nowhere-to-lay-my-eyes/
https://www.filmlinc.org/nyff2026/films/possible-love/
- ≪벌처(Vulture)≫ (2026. 09. 06). Could This Be the Best Film at Venice This Year?,
https://www.vulture.com/article/the-best-film-at-venice-film-fest-2026-is-possible-love.html
- ≪더 랩(The Wrap)≫ (2026. 09. 06). ‘Possible Love’ Review: Korean Drama Accumulates Power for Almost Three Hours,
https://www.thewrap.com/creative-content/movies/possible-love-review-lee-chang-dong
- ≪더 가디언(The Guardian)≫ (2026. 07. 15). The Day She Returns review – another Hong Sang-soo round of slow, reflective boozing really hits the spot,
https://www.theguardian.com/film/2026/jul/15/the-day-she-returns-review-another-round-of-slow-reflective-boozing-really-hits-the-spot
- ≪로이터(Reuters)≫ (2026. 09. 06). South Korea's Lee Chang-dong tackles labour trauma in Venice comeback,
https://www.reuters.com/business/media-telecom/south-koreas-lee-chang-dong-tackles-labour-trauma-venice-comeback-2026-09-06
- 아이엠디비(Imdb) 웹사이트, 
https://www.imdb.com/title/tt39368030/mediaviewer/rm2285099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