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뉴욕 가을 밤 달군 ‘손흥민 효과’
- 2만 5,000명 몰린 뉴욕 원정 경기에 한인 관중, 전체의 10% 이상 몰려 -
쌀쌀한 가을바람도 손흥민을 향한 뉴욕 한인 팬들의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지난 10월 17일(현지시간) 뉴욕 퀸스 시티필드(New York Queens Citi Field)에서 열린 뉴욕시티 에프시(NYCFC)와 로스앤젤레스 에프시(LAFC)의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정규 시즌 경기에는 한인 관중 약 3,000명이 몰려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뉴욕한인회 측 추산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에는 약 2만 5,000명의 관중이 입장했으며, 한인 팬들은 태극기와 손흥민 응원 피켓을 들고 열띤 응원을 보냈다.

이날 경기는 아시아계·태평양계 미국인 공동체를 기념하는 뉴욕시티 에프시의 ‘아시아계와 태평양계 미국인의 밤(AAPI Night, 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 Night)’ 행사로도 진행됐다. 뉴욕한인회, 뉴욕대한체육회, 뉴욕한인축구협회, 뉴욕·뉴저지월드컵위원회 등 한인 단체들이 공동 응원전을 준비하면서 경기장에는 대형 태극기와 손흥민 응원 피켓이 등장했다. 손흥민을 향한 응원은 프로축구 경기를 넘어 뉴욕 한인사회가 함께 모여 한국 선수의 활약을 응원하는 공동체 행사로 이어졌다.
특히 이날 경기에는 뉴욕 및 미 동부 지역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문화 사절단이자 차세대 음악 꿈나무들로 구성된 뉴욕한인청소년합창단(단장 고은자)이 초청받아 경기 전 엄숙하게 미국 국가를 제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하프타임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인 <골든(Golden)>을 선보이며 3만여 관중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어린이와 청소년 단원들이 한목소리로 준비한 아름다운 화음은 손흥민의 출전으로 고조된 경기장 분위기를 한층 더 뜨겁게 달구며, 미국 주류 무대에서 한인 청소년들의 문화적 역량과 에너지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뜻깊은 명장면을 남겼다.
이번 경기는 손흥민이 로스앤젤레스 에프시로 이적한 뒤 뉴욕에서 치른 첫 경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한인 관중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관중석 곳곳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했고, 손흥민에게 공이 연결될 때마다 큰 함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손흥민은 경기 후 뉴욕 한인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미주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팬분들 덕분에 추운 날씨 속에서도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며 “항상 이렇게 멀리서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너무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경기장에서 펼쳐진 응원과 선수의 화답은 이번 원정이 경기 결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의미를 지녔음을 보여줬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로스앤젤레스 에프시는 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레오 발타(Leo Walta가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하지만 후반 14분 뉴욕시티 에프시의 안드레스 페레아(Andrés Perea)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며 승리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 직전 역습 상황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파고들어 날린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결승골은 무산됐다. 관중석에서는 아쉬움의 탄식이 터졌지만, 손흥민이 공을 잡을 때마다 이어진 환호는 경기 내내 계속됐다.
야구장인 시티필드에서 열린 축구 경기라는 점도 이색적인 장면을 더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야구장에서 축구 경기를 치른 것이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경기는 손흥민의 인기가 관중 동원으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뉴욕한인회 측을 인용한 보도는 손흥민의 출전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기 전날과 당일에도 온라인 및 현장 티켓 구매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한인 단체들은 합동 응원전을 준비했고, 팬들은 뉴욕·뉴저지(New Jersey) 일대에서 시티필드로 모여들었다.
메이저리그사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 합류 이후 로스앤젤레스 에프시의 원정 경기 관중은 이전보다 16% 증가했다. 2025시즌 선수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도 리오넬 메시 다음인 2위에 올랐으며, 팀 합류 직후 72시간 동안에는 글로벌 스포츠 상품 유통망 파나틱스(Fanatics)에서 가장 많이 팔린 선수 유니폼으로 집계됐다. 로스앤젤레스 에프시 첫 4경기 동안 메이저리그사커 시즌 패스(MLS Season Pass)의 경기당 시청자 수는 61% 증가했다. 메이저리그사커와 로스엔젤레스 에프시의 소셜미디어 콘텐츠 역시 손흥민의 데뷔 무렵 수억 회의 노출을 기록했다. 그동안 현지 스포츠 전문 매체인 ≪이에스피엔(ESPN)≫과 ≪디 애슬레틱(The Athletic)≫ 등 주요 외신들들도 손흥민의 메이저리그사커 진출을 비중 있게 다루며 그의 파급력을 주목해왔다. 외신들은 손흥민이 리오넬 메시의 뒤를 이어 북미 축구 리그(MLS)의 흥행 지형도를 바꾸고 있는 핵심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단순히 경기력 측면을 넘어, 이민자 사회와 현지 주류 스포츠 팬들을 하나로 묶고 미국 내 축구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아이콘’으로서 미국 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스타 선수 한 명이 지역 스포츠 이벤트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다양한 배경의 팬들을 경기장으로 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한인 관중의 참여는 스포츠 스타에 대한 개인적 응원을 넘어 이민 사회의 공동체적 경험으로 이어졌다.
이번 원정은 로스엔젤레스 에프시의 승리로 끝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추운 밤 시티필드에 모인 한인 팬들의 응원과 이에 화답한 손흥민. 뉴욕에서 확인된 ‘손흥민 효과’는 경기 결과를 넘어 관중을 모으고, 한인사회를 연결하며, 미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한국인 스타가 지닌 존재감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뉴욕한인청소년합창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