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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의고#1 초대형 영상분지

등록일
2026-10-28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중국

  • 해당 장르

    전체

주요내용

서남의고 #1 초대형 영상분지
- 충칭 샤하오리에서 열린 ‘서남의고 #1 초대형 영상분지’ 현장을 가다 -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10월, 충칭(重庆)의 유서 깊은 산성 거리 샤하오리(下浩里)가 다채로운 현대 시각예술의 향연으로 물들었다. 

난안구(南岸区)에 위치한 샤하오리는 백 년 전 장강 수운을 따라 세계 상인들이 모여들며 동서양의 건축 미감과 생활양식이 교차하던 역사적 장소로 현재 충칭에서 가장 뜨거운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곳이다. 

산성의 근대 기억을 고스란히 품은 채 복합문화거리로 새 단장을 마친 이곳에서 지난 9월 24일부터 11월 15일까지 대규모 국제 미술 교류 프로젝트인 ‘서남의고 #1 초대형 영상분지(西南意库 #1 超大型图像盆地 / XINAN REPOSITORY: XXL Image Basin)’가 진행 중이다. 
 샤하오리의 중간 지점 광장에서 프로젝트 광고물을 볼 수 있었다
< 샤하오리의 중간 지점 광장에서 프로젝트 광고물을 볼 수 있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케이아츠 온더고(K-arts on the GO)’ 프로그램 지원을 바탕으로 성사된 뜻깊은 국제 예술 교류 행사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캐나다,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폴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시각예술가 32명이 참여해 109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통신원은 11일 집중적으로 진행된 포럼과 토크, 라운드테이블 현장을 찾아 산성 특유의 장소성 속에서 피어난 한·중 문화예술 교류의 현장을 취재했다. 

이번 취재가 유독 반가웠던 이유는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김명종 작가였다. 통신원은 이전에 청두에서 열린 그의 전시를 통신원 글로 소개한 바 있고 불과 한두 달 전에는 충칭에서 그를 직접 만나 현지 작업과 예술관에 대해 심도 있는 인터뷰를 나누기도 했다. 서남부 지역에서 꾸준히 현지 예술계와 호흡하며 창작의 폭을 확장해 온 김명종 작가의 작업을 이번에는 장강변의 오랜 역사성을 간직한 샤하오리라는 특별한 시공간 속에서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작가이자 이번 전시기획을 맡은 김명종 작가의 작품. 지난 청두에서의 전시와 또 달라진 작품을 선보였다
< 작가이자 이번 전시기획을 맡은 김명종 작가의 작품. 지난 청두에서의 전시와 또 달라진 작품을 선보였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가 속한 제1부 ‘뉴 (서)페이스(新(表)面 / New(Sur)Face)’는 한국의 김나영 기획자가 섹션을 이끌었다. 물질 매체와 정신적 표현의 관계를 묻는 이 섹션에는 김명종 작가를 비롯해 감기배, 곽지수, 김선기, 설고은, 전희수, 남대웅, 류잉(刘影), 장량(臧亮)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이 범람하는 시대에 캔버스와 물질이 지닌 고유한 생명력을 재조명하는 이들의 작업은 고택의 적벽돌 벽면과 어우러지며 강렬한 시각적 잔상을 남겼다. 

전시의 핵심 테마인 ‘분지(盆地)’는 충칭과 쓰촨(四川)의 지리적 특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미지와 시공간의 얽힘을 보여주는 시적 은유다. 전시는 총 3개 섹션으로 나뉘어 다원적 인문 사유를 펼쳐냈다. 

제1부가 물질과 감각 경험을 다뤘다면, 캐나다의 사다 토모아키(左田东鼎, Zuo Steven) 기획자가 맡은 제2부 ‘필라멘트 노드(丝状节点 / Filament Node)’는 섬유, 빛, 그림자, 선형 언어를 통해 사람과 지역을 잇는 숨은 맥락을 추적했다. 홍어진, 채시윤, 윤혜진, 민향기, 안동일, 피정원과 중국의 왕징(王晶), 저우제(周杰), 류저(刘哲) 등이 참여해 관계성의 그물망을 엮어냈다. 

중국의 주시(朱玺) 기획자가 이끈 제3부 ‘픽셀 판타지아(像素幻想曲 / Pixel Fantasia)’는 손승현, 정흥섭, 김영동, 장승근, 정지안(张剑), 루시잉(陆盈禧) 등이 참여했다. 게임 글리치 사진, 디지털 아카이브, 인공지능 합성 등을 통해 가상 세계와 알고리즘이 인간의 지각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실험적으로 보여주었다. 
한·중 작가들의 작품 전시한·중 작가들의 작품 전시
< 한·중 작가들의 작품 전시 - 출처: 통신원 촬영 >
10월 10일부터 3일간 진행된 학술 프로그램은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10일 열린 ‘서남축 포럼(西南轴论坛)’에서는 경기도자미술관 손승현 센터장과 부산시립미술관 서진석 관장이 특별 게스트로 참여해 인공지능 시대 예술적 판단과 미적 기준의 변화를 짚었다. 중국미술학원미술관 샤상저우(夏商周) 집행관장과 쓰촨미술학원 리촨(李川) 학장의 학술 지원도 행사의 깊이를 더했다. 

11일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서는 오전 설고은 작가가 회화의 물질성을, 오후 정흥섭 작가가 디지털 생성 이미지와 무카메라 사진(Lensless photography)을 둘러싼 기술과 실재의 관계를 주제로 관객들과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눴다. 12일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지역 문화유산과 현대 시각예술의 결합, 그리고 지속 가능한 한·중 교류 모델에 대한 진지한 제언들이 오갔다. 

충칭의 옛 거리 샤하오리에서 펼쳐진 이번 프로젝트는 역사문화 거리의 유휴 가옥과 골목 지형을 미술관을 대체하는 전시장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도시 재생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다. 특히나 이런 국제 문화교류의 중심에 한국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다는 점도 충칭에 거주하는 국민으로서 참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11일 오후 진행된 마지막 세미나에 앞서 이번 전시기획자인 김명종 작가가 참석자들에게 간단한 설명을 하는 모습
< 11일 오후 진행된 마지막 세미나에 앞서 이번 전시기획자인 김명종 작가가 참석자들에게 간단한 설명을 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무엇보다 청두(成都)와 충칭을 오가며 활동해 온 김명종 작가의 사례처럼 한국의 예술가들이 중국 서남부의 독특한 지리적·문화적 맥락 속에서 중국 및 해외 창작자들과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연대를 쌓아가고 있다는 점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지원 사업의 결실을 보는 것 같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소속 해외통신원으로서 더 뿌듯하게 느껴졌다. 11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가 양국 시각 예술계를 잇는 견고한 가교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