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카스(TOKAS) 아트스페이스 서울전시와의 교류 20주년 기념 전시회
- 한일 작가의 공동전시 ‘존재의 재연’ 현장 취재 -
통신원은 2026년 가을을 맞아 다양하게 열리는 한일교류 전시를 소개하고자 10월 21일 도쿄(東京)의 분쿄구(文京区)를 찾았다. 이곳 아트스페이스 토카스(TOKAS)에서 한일 미술 교류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은 제이알(JR) 소부선 스이도바시역(水道橋駅) 동쪽 출구와 도에이 미타선 스이도바시역 에이1(A1) 출구에서 각각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건물이 예스러운 건축 방식이어서 엘리베이터가 없었지만 관람은 무료이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고, 월요일은 휴관한다고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토카스 아트스페이스는 전시를 여는 토카스 혼고와 제작·리서치를 지원하는 스미다구(墨田区)의 토카스 레지던시의 두 거점을 운영하며 국내외 작가를 지원하는 아트센터다. 토카스는 2006년부터 서울의 네 기관과 작가를 주고받아 왔다. 쌈지스페이스(2006~2009), 사무소(2009),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2~2018)를 거쳐 2019년부터는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레지던시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교류가 잠시 멈추기도 했으나 이번 전시는 국제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토카스 프로젝트(TOKAS Project)’의 아홉 번째 기획으로 이루어졌다. 서울과의 교류 20주년을 기념해 레지던시 참여 경험이 있는 작가를 중심으로 은재필·김도희·구동희·미노 아라타·박민하 다섯 명을 초청했다. 한국의 난지레지던시와 국립현대미술관 레지던시가 협력하고 주일 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이 후원했다. 담당 학예사 요시다 사와코는 ‘재연’이 사건을 이미지로 그대로 옮기는 것이라면,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관찰한 현실을 자신의 경험으로 다시 받아들여 새로운 해석과 함께 지금 이 자리에 살아 움직이게 하는 실천을 보여주고자 ‘재연’이라는 말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작가별로 ‘역사’, ‘생명의 연결’, ‘테크놀로지와 인간’, ‘신체성’, ‘현대사회의 신체 감각’을 다시 연기한다는 주제로 나뉘어 있다. 가장 먼저 발길을 붙잡은 것은 미노 아라타의 공간이었다. 미노 아라타는 연극과 사진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무대작가이자 사진가로 활동해 온 작가로, 땅과 풍경에 잠든 역사와 기억을 바탕으로 희곡을 쓰고 그것을 퍼포먼스나 설치의 형태로 ‘상연’해 왔다.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은 그의 오랜 주제이다. 그는 한국 용산 미군기지와 전후 점령기에 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희곡 <온실>을 새로 썼고, 그 무대인 온실을 전시장에 세워 돌·쇠·트럭이라는 세 사물의 대화를 오브젝트 연극 방식의 설치로 ‘상연’한 적이 있다. 그의 작품 공간에 들어섰을 때 현장에서는 러닝머신이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었고, 두 대의 모니터에는 희곡의 대본이 텍스트로 나타났으며 그 대사는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무엇보다 특별했던 것은 바닥이었다. 일부러 기울기를 준 바닥을 딛고 올라서는 순간, 전혀 다른 공간으로 들어선 듯한 감각이 전해졌다. 눈으로 읽는 대본, 귀로 듣는 목소리, 발끝으로 느끼는 경사가 겹치면서 관람객은 수동적 관람이 아니라 무대 안에 ‘서 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 적극적 관람자가 되는 것이었다. 다음 공간에서는 김도희의 금속 종 모양 오브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관람객이 직접 두드리면 실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작가는 생명의 기원을 상징하는 배꼽 모티프를 종 형태로 표현한 이 작품에서, 관객이 종을 울리는 행위가 만들어 낸 진동이 공간 전체에 울리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보고, 듣고, 딛고, 두드리는 이번 전시는 매우 능동적이면서도 여러 감각의 통로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였다. 박민하의 커다란 화면 속에서는 기계가 끊임없이 돌아가다가 고장 난 듯 멈추고, 다시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그 반복이 당황스러우면서도 그 리듬이 기계를 닮아 있었다. 작가는 효율과 정밀함을 좇는 기술 기업의 욕망 속에서 인간의 노동이 로봇과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고 공장이 쉬지 않고 돌아가는 현실을 마주하며, 디지털로 환원되지 않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묻는다. 또 한 영상에서는 한강과 청계천, 불광천, 그리고 다리 공사 당시의 장면이 상영되었다. 한국에서도 쉽게 보기 어려운 화면이 작품의 일부로 들어와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한참을 빠져들어 지켜보았다. 서울의 물길과 다리가 놓이던 시간이 도쿄의 전시장에서 다시 상영되는 장면은 이 전시가 말하는 ‘재연’의 의미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게 했다. 이 밖에도 경극 여성 역할의 대가 메이란팡의 몸짓을 자신의 몸으로 되살린 은재필의 동판화와 퍼포먼스 작업, 초연결 정보사회에 길들여진 우리의 감각을 되묻는 구동희의 영상 작업이 함께 소개되었다. 이번 전시는 한 기관이 20년 동안 쌓아온 레지던시 교류가 작가들의 작품으로 열매를 맺은 자리였다. 한국과 일본의 작품과 전시가 이벤트와 기념행사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라며 더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다양한 분야의 미술작가들이 더욱 활발하게 교류하기를 기대한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토카스(TOKAS) 공식 웹사이트, https://www.tokyoartsandspace.jp/archive/exhibition/2026/20261003-7578.html - ≪도쿄 아트 비트(Tokyo Art Beat)≫ (2026. 10. 15). 身体の経験を通して「在ること」を再び立ち上げる。「TOKAS Project Vol. 9『在ることの再演』」(TOKAS本郷)で、日韓5名のアーティストが見せる表現, https://www.tokyoartbeat.com/articles/-/tokas-project-vol-9-report-202610 - 아트 잇(ART iT) 공식 웹사이트, https://www.art-it.asia/top/admin_ed_pics/295114/ - 이-플럭스(e-flux) 공식 웹사이트, https://www.e-flux.com/announcements/6787250/art-between-korea-and-japan-since-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