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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스타디움 공연의 역사를 새로 쓰다. '로즈볼 콘서트 성료'

2019-05-1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방탄소년단의 월드 스타디움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이 지난 5월 4일과 5일 LA 인근 패서디나시의 로즈볼에서 시작됐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LA의 로즈볼 스타디움을 비롯해 8개 도시에서 16회 공연을 펼치게 된다. 갈까 말까를 한참 망설이다가, 안 가면 평생 한이 될 것 같아 마지막 순간 매표를 하려고 하던 중, 아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배님. 5월 5일 방탄소년단 콘서트 저랑 같이 가실래요? 아들하고 가려고 했었는데요. 선배님의 방탄 사랑이 남다르셔서….


이게 웬 대박… ‘정말 착하게 살아왔더니 살다 살다 이런 행운도 오는구나’, 싶었다. 드디어 5월 5일(일) 콘서트 이틀째 공연 날. 5월 4일, 뉴스에서 오후 5시 이후부터 패서디나 로즈볼로 향하는 프리웨이가 꽉 막혀 도대체 움직일 기미가 없다는 리포트를 귀가 따갑게 들었던지라 일찌감치 3시에 길을 나섰다. 로즈볼 주차장에 차를 댔다가는 나오는 데만도 2시간이 걸린다는 아미들의 사전 정보 제공이 있었기에, 우리는 패서디나의 파슨스 아트스쿨 주차장에 차를 대고 유료 셔틀버스를 타고서 로즈볼에 도착했다. 셔틀버스 안의 한 소녀는 어제 얼마나 공연이 멋졌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머, 어제도 오셨어요?”
		“네.”
		“그리고 오늘 또 가시는 거에요? 아니…. 왜요?”
		“안 갈 이유는 또 뭐랍니까?(Why not)?”
 

하기야… 돈이 되고 시간이 된다면 한 번 더 안 갈 이유가 어디 있을까. LA 공연도 가고 다음 주말에는 시카고에도 가고, 런던까지 원정 콘서트 간다는 아미들도 있는데 말이다. 스타디움 입장 시에는 투명한 가방이나 아주 작은 사이즈의 가방밖에 허용되지 않는다는 정보를 접하고 통신원은 아예 가방을 차에 두고 갔다. 후배는 집에서부터 아미밤을 가져와 주최 측에서 나눠준 지퍼락 백(Zip Lock Bag)에 넣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다.

5시가 채 되지 않았지만, 로즈볼 구장 안에서는 쉴 새 없이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물어봤더니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가 대형 스크린에서 재생되고 있다는 것. 집에서 수백 번도 더 봤을 법한 뮤직비디오지만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잠시 후에 무대 위에 오를 그 공간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본다는 점 때문에 아미들은 모두 “끼약” 하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곳곳에 자리 잡은 굿즈 판매 부스는 줄줄이 웬 사람들이 그리도 몰려드는지. 티셔츠, 후드 티, 아미밤, 그리고 BT21 아이템들을 사려는 이들로 긴 줄은 좀처럼 줄어들 줄을 몰랐다.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빨간 하트, 유니콘, 분홍 토끼 등 BT 21 헤어밴드를 한 소녀들이 떼를 지어 지나간다. 헤어밴드를 두세 개씩 한 이들도 적잖았다. 헤어밴드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드물 정도였다.

< BT12 헤어밴드 착용은 콘서트 참석의 기본 >

방탄소년단 티셔츠가 그렇게 많은 종류가 있는지, 이날 벤치에 앉아 팬들을 보면서 처음 알았다. 모두 한 개쯤 갖고 싶은 디자인이었다. 굿즈 판매 부스에 줄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지나가는 아미들 중에는 분홍색으로 옷을 차려 입은 이들도 제법 많았다. “이번 페르소나 앨범에서 멤버들이 분홍색 옷을 입고 사진을 찍었잖아요. 그래서 그걸 응원하러 분홍색 옷을 친구들끼리 맞춰 입고 나왔어요.” 한 아미가 말해준다. 어디 옷뿐일까. 머리에도 분홍색 가발을 쓰고 온 소녀도 있었다.

<독특한 디자인의 BTS 티셔츠>

<페르소나 앨범 발매 기념, 드레스 코드를 분홍색으로 통일했다>

<멤버 정국의 팬이라는 한 관객>

<머리카락 색도 페르소나 스타일, 분홍색으로 맞췄다>

그러던 중, 중년이 넘는 나이의 미국인 남성 하나가 아미밤을 2개나 들고 통신원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어머. 아미밤을 2개씩이나 사셨어요?”
		“딸들과 같이 왔답니다. 딸들이 엄청난 팬이에요. 덕분에 저도 팬이 됐어요.”
		“정말이요? BTS를 아신단 말이에요?”
		“물론이죠. 지금 현재 가장 ‘뜨겁고 큰 것(Hottest and biggest thing)’이 바로 BTS이잖아요.
		모른다면 눈을 감고 산다는 얘기,아닐까요? 
		와보니 정말 더 대단한데요. 이곳 로즈볼에서 단독 콘서트 티켓을 매진 시킨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죠.”

 
말을 나누고 있는 사이, 두 딸들이 와서 아빠로부터 아미밤을 받아든다. 또 다른 그룹의 청소년들이 몰려와 간밤에 새로 업데이트한 BTS 관련 소식들을 재잘거리며 나눈다. 석진, 윤기, 호석, 남준, 지민, 태형, 정국이라고 정확한 발음을 하며 멤버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그들의 표정은 살가운 애인, 정겨운 가족,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해 얘기하듯 행복으로 가득 차 보였다.

드디어 스타디움 입장. 몇 편의 뮤직비디오를 다른 아미들과 함께 보고 있는 사이 7시 40분이 되었다. 본래 콘서트 시작 시간은 7시 30분이었지만 주차와 좌석을 찾느라 늦는 이들을 배려해 약 10분 정도 늦게 시작을 한 것. 하지만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부분 톱스타들의 콘서트에 가면 30분에서 1시간 늦게 시작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대부분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들의 무대가 있은후, 주인공이 나타나기 일쑤인데 방탄소년단은 쇼타임을 제대로 지키는 것으로도 상당히 이름이 높았다.

화려한 조명과 함께 첫 곡인 <디오니소스>를 위한 무대가 시작되자 객석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신전의 기둥 조각 같은 설치물과 대형 표범상이 천천히 일어서고 그 아래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칼군무를 선보이며 나타나자 관객들은 이성을 상실한 모습들이었다. 놀라운 것은 발표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디오니소스>를 팬들이 한국어로 따라부른다는 점이었다. <낫 투데이(Not Today)>, <불타오르네> 등 비교적 초기에 속하는 노래들을 선보이자 랩 부분까지 한국어로 떼창을 하는 아미들을 보며 통신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껏 온라인 상으로만 접하던 뜨거운 팬덤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경험은 놀라웠다.

간간히 아미들은 '김남준! 김석진! 민윤기! 정호석! 박지민! 김태형! 전정국! BTS'를 정확한 발음으로 외쳤다. 7명이나 되는 멤버들을, 그것도 예명이 아닌 본명으로, 6만명이 함께 내지르는 환호성으로 듣는 느낌은 감동 그 이상이었다. 이번 콘서트는 무대 연출 면에서도 정말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오프닝 무대인 <디오니소스>는 대형 표범 동상과 신전 기둥으로 웅장한 느낌마저 주었고 마지막 부분, <앙팡맨>을 부를 때에는 무대 위에 대형 풍선으로 만든 놀이동산이 들어서며 멤버들의 비글미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간간히 은색 반짝이가 팡 터진다거나 흰 눈꽃, 색종이 등도 터졌고 불꽃과 물줄기도 무대를 더욱 역동적으로 꾸몄다.

대형 비누 방울 속에 웅크린 채로 등장한 지민은 <세렌디피티>를 부르면서 손가락을 튕기어 비누방울을 터뜨리는 독특한 무대를 꾸몄고, 진은 대형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하며 발라드의 왕자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뷔는 무대 위의 침대에 누운 채로 등장해 흰 가면들과 함께 하는 멋진 무대를 꾸몄다. 또한 홀로그램으로 또 다른 뷔의 모습이 나타나며 쌍동이가 함께 노래하는 것 같은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온통 분홍색 의상을 입은 정국은 와이어에 올라 하늘을 날면서 <유포리아>를 부르며 팬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노래를 불렀다. 알엠이 솔로곡 <러브>를 부를 때에는 손에서 은빛 가루가 떨어지고 무대 중앙에 큰 하트가 홀로그램으로 떠 있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인 디오르(Dior)와 콜라보했다는 그들의 의상은 패션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는 느낌이다. 마지막 무대는 늘 그랬던 것처럼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등장, 더욱 친근감 있는 무대를 꾸며줬다. 지민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정국은 지민의 어깨에 양손을 얹고서 “울지마, 지민(Don’t cry, Jimin.)”이라고 속삭였다. 이에 팬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마지막 무대임을 알리는 불꽃이 화려하게 밤하늘을 수놓고서도 팬들은 한동안 아쉬움에 자리에 서서 방탄소년단이 안무 연습을 하는 동영상이 비춰지고 있는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로즈볼에서의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막이 내렸다. 이번 주말 시카고, 그다음 주 뉴저지를 이어가는 방탄소년단의 스타디움 콘서트 신화는 이어진다.

<방탄소년단 좋아하시면 빵빵하세요!>

<방탄소년단의 등장에 함성을 외치고 있다>

<콘서트 시작전, 로즈볼 공연장은 이미 빼곡하다>

<‘앙팡맨’ 무대. 대형 풍성 놀이동산이 무대 위에 만들어졌다>

<흰 종이로 눈꽃을 연출했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비친 방탄소년단>

<아미밤으로 밝혀진 로즈볼>

<화려한 불꽃으로 장식된 로즈볼 무대>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