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5일, 터키 이즈미르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문화행사가 성료됐다. 이즈미르에서는 코로나19로 대면 행사 제한이 해제되고 처음 열리는 한국문화행사이다. 총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스토리를 착안해 터키 한류 팬들에게 우리나라 전통놀이를 소개하며 직접 놀이에 참여해 보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 종목으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제기차기, 딱지치기와 달고나 게임, 구슬치기가 있었고, 투호 놀이로 최종 우승자가 가려졌다. 1등에게는 상금 456달러가 주어졌다. 주터키 한국문화원 10주년 기념행사 일환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300여 명이 참가 신청을 했고, 이들 가운데 100명으로 참가 규모를 줄여서 행사가 진행됐다. 사전 인터넷 설문을 통해서 참가 신청자들이 한국에 관한 기본 지식을 묻는 다섯 가지 문항을 맞추는 것으로 인원을 선별했다.
<주터키 한국문화원 10주년 기념 문화행사 ‘오징어 게임’ 주요장면들>
가능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번 행사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번에도 코로나19가 큰 걸림돌이 됐다. 전 세계 지배종이 된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까지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행사에 계획되었던 보이그룹 미래소년(MIRAE)의 케이팝 콘서트와 팬미팅은 불과 사흘 전에 급하게 취소돼 공연을 기다려 온 터키 한류 팬들로 하여금 많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오징어 게임’ 진행요원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케이팝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코로나19로 절반의 행사가 갑자기 취소되어 행사의 열기마저 식지는 않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통신원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목도한 것은 빨간색 진행 요원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신나는 케이팝에 맞춰 안무를 따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흥미롭게 보여서 행사 관계자에게 진행 요원들이 가면을 쓰고 케이팝 댄스를 하는 것도 <오징어 게임> 문화행사의 컨셉인지 물어보았다. 이에 진행 요원 역할을 맡은 자원봉사자들은 “우리는 평소에도 케이팝 댄스를 즐겨 춘다”면서 “행사 당일 맡은 진행요원 자원봉사자 역할과는 상관없다”고 답변했다. 한 해 반을 훌쩍 넘긴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한국문화 행사를 즐기지 못한 터키 한류 팬들의 마음을 케이팝 안무를 따라 하고 있던 진행요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행사는 우리나라 전통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시작됐다. 100명의 참가자들이 모두 동일하게 초록색 트레이닝 복장으로 맞춰 입고 게임장에 입장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시청해서였는지 놀이의 규칙은 모두 숙지하고 있는 눈치였다. 이후 게임에서 탈락하는 참가자들이 한 두 사람씩 늘어 갈 때마다, 긴장감 또한 더 고조되어 갔다. 놀이에 참가한 100명의 터키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종목은 단연 달고나 게임이었다. 몇몇 참가자들이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성기훈(이정재 배우)이 달고나를 혀로 핥은 모습을 그대로 다시 연출해 보여서 보는 이들에게 웃음을 짓게 해 주었다. 어떤 참가자 커플은 일찌감치 탈락을 해서 달고나를 맛보는 것만으로 만족을 해야 했고, 또 어떤 참가자는 마지막 제한 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그라미 모양 달고나를 성공시켜서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 앙카라에서 이즈미르까지 저녁 기차를 타고 장장 13시간을 달려온 한 참가자는 “터키에도 딱지 치기와 비슷한 게임이 있다”면서 “게임을 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그래서 처음 접해보는 한국 전통 놀이임에도 친숙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 행사에서 1위를 차지한 아슬르 코자이리>
주터키 한국문화원이 10주년 기념으로 준비한 <오징어 게임> 문화행사가 터키 한류 팬들에게는 경쟁과 대결이 아닌 축제로 남게 해 주기 위해서 탈락한 참가자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부여해 주었다. 마지막 최후 승자를 정할 때도 남성과 여성이 맞붙게 되어서 그날의 행사 의미가 축제로 더 부각될 수 있었다. 결승 종목은 투호 던지기였는데, 최종적으로 456달러 상금의 주인공은 아슬르 코자이리가 가져갔다.
<박기홍 주터키 한국문화원장이 본 행사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주터키 한국문화원 박기홍 원장은 “터키에서도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문화행사를 통해서 코로나19로 즐기지 못했던 한국과 한국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면서 본 행사의 의미를 전했다. 통신원은 이번 문화행사를 취재하면서 부쩍 어려워진 터키 경제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로 추락하고 있고, 물가는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 개최된 한국문화행사였기에 터키 한류 팬들에게는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로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지날 때일수록 문화는 사람들에게 큰 힘과 위로를 전해 준다. 이번 <오징어 게임> 행사가 행사 그 이상의 의미가 되었기를 기대해본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현) YTN Wold 리포터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