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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88>, 11년을 건너 상하이에 오다

등록일
2026-08-10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중국

  • 해당 장르

    방송

주요내용

2026년 여름, 상하이(上海) 우자오창(五角场)의 고급 대형 쇼핑몰 허셩후이(合生汇)에 눈길을 끄는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새 드라마도, 요즘 인기 예능도 아닌, 방영된 지 11년이 다 되어 가는 한국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주인공이었다.

왜 한참 전에 지나간 옛 드라마가 지금 상하이 한복판에 다시 나타났을까. 이 글은 그 배경과 문화적 의미를 짚어 본다. 해외 지식 재산권(IP) 팝업스토어가 중국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간단히 살펴본 뒤, ‘왜 지금인가’와 ‘무엇을 말해 주는가’로 이야기를 옮겨 가려 한다.


해외 지식 재산권 팝업스토어, 중국에서는 어떻게 열릴까?

한국 드라마 하나를 상하이 쇼핑몰로 옮겨 오는 일은 ‘장소를 빌려 물건을 진열한다’라고 단순히 정의 내리기엔 복잡한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판권을 가진 한국 저작권자와 정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중국 실정에 맞게 풀어내는 과정을 누군가는 맡아야 한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중국 현지의 운영·기획 회사다. 이번 팝업의 운영을 맡은 곳은 위신(상하이)영시유한공사(鈺欣(上海)影視有限公司)로 알려졌다. 한국 판권사인 《티비엔(tvN)》·《시제이 이엔엠(CJ ENM)》으로부터 지식 재산권 사용 권리를 확보해, 공간 연출과 굿즈 제작, 행사 운영까지 현지에서 도맡았다. 말하자면 클래식 한국 지식 재산권을 가진 한국과, 거대한 소비 시장을 가진 중국 사이를 잇는 다리 같은 존재다.

협업의 큰 흐름은 한국 판권사가 지식 재산권 사용을 허락하면, 현지 회사가 장소 계약과 각종 인허가, 굿즈 제작과 홍보를 맡아 실제 매장을 연다. 다만 중국 시장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인기 지식 재산권 팝업은 대부분 시간대별 예약제로 운영돼 예약이 몇 분 만에 마감되고, 샤오홍슈(小红书)·더우인(抖音) 같은 소셜미디어의 ‘인증샷’이 흥행을 좌우한다. 팝업스토어의 경우 인플루언서보다 팬들의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인증샷이 흥행에 결정적이다. 굿즈와 블라인드 박스를 사 모으는 소비 문화, 그리고 드라마 속 공간을 실제처럼 재현해 그 안을 걸어 다니게 하는 몰입형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응답하라 1988’ 팝업스토어 입구
< ’응답하라 1988’ 팝업스토어 입구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렇다면 왜 지금, 다시 <응답하라 1988>일까? 2015년에 방영된 드라마가 2026년에 다시 주목받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재결합 예능이다. 2025년 12월부터 이듬해 초까지, 나영석 프로듀서가 쌍문동 식구들을 10년 만에 다시 불러 모은 <응답하라 1988 10주년>이 방영됐다. 중국 매체들은 ‘10년 만의 깜짝 애프터서비스(售后)’라고 불렀다. 극 중 소품이던 바둑판과 워크맨, 낡은 라면 냄비까지 그대로 되살린 이 예능이 옛 드라마의 열기를 다시 지폈고, 그 열기가 바다 건너 상하이의 팝업으로 이어졌다.


때마침 중국에서도 이 드라마를 다시 정주행하는 흐름이 일었다. 2026년 들어 소셜미디어와 콘텐츠 플랫폼에는 ‘열여덟에 처음 봤는데, 10년이 지나 다시 보니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후기가 줄줄이 올라왔다. 대학 시절 이 드라마를 보던 세대가 졸업과 취업, 사회생활을 거친 뒤 ‘인생 드라마’로 다시 꺼내 보는 것이다. 중국 최대 콘텐츠 평점 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 90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9.7점을 매기며 오랫동안 클래식(经典) 한국 드라마 1위 자리를 지켜 온 것도, 이런 꾸준한 애정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소비의 힘이 더해졌다. 2015~2016년 이 드라마를 챙겨 보던 이삼십 대 시청자들은 이제 삼사십 대가 되어 안정된 수입과 지갑을 갖췄다. 예전에는 화면으로만 느끼던 감동을, 이제는 굿즈를 사고 팝업을 찾는 실제 소비로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따뜻했던 옛 시절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그 ‘추억’이라는 감정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게다가 팝업스토어가 파는 물건은 한정 판매라는 특수성이 있다. 

한국 드라마도 역시 흥행을 매번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사랑받은 옛 작품을 다양하게 활용한 이런 해외 진출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왜 하필 상하이 양푸구 허셩후이(杨浦区 合生汇)였을까?

이전부터 꾸준히 취재했던 한국 지식 재산권의 상하이 팝업스토어는 이제껏 모두 상하이 중심 관광지 근처에서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 <응답하라 1988> 팝업스토어는 우자오창(五角场)이라는 허셩후이에서 열렸다. 우자오창은 푸단대학교(复旦大学), 퉁지대학교(同济大学), 상하이재경대(上海财经大学) 등 여러 대학이 모여 있어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이 많다. 바로 <응답하라1988>을 가장 좋아하고 활발히 소비하는 층이다. 이들에게 허셩후이는 평소에도 즐겨 찾는 쇼핑몰이라, 팝업 소식이 닿기까지 드는 품이 적다.

직접 찾은 현장에도 삼십 대 여성 관람객이 눈에 띄게 많았다. 그보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이들도 곳곳에서 전시를 둘러보거나 사진을 남기고 있었는데, 그 시절을 함께 지나온 세대에게까지 이 드라마의 발길이 닿고 있다는 뜻이다.

<응답하라 1988>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상술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 문화가 중국에 스며드는 방식이 예전과 사뭇 달라졌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88’ 팝업스토어에 중국 관객이 좋아하는 명장면을 재현해 놓은 모습
< ’응답하라 1988’ 팝업스토어에 중국 관객이 좋아하는 명장면을 재현해 놓은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첫째, ‘동경’을 팔던 자리에 ‘공감’이 들어섰다. 초기 한류는 주로 잘생긴 배우와 세련된 도시, 근사한 사랑 이야기로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응답하라 1988>이 그리는 건 낡은 골목의 소박한 일상, 서툴지만 애틋한 부모의 사랑, 국 한 그릇을 나누던 이웃의 정이다. 이런 감정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가 함께 겪어 온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공감을 가장 또렷하게 말하는 건 중국 관객 자신이다. 최근의 재시청 후기들은 이 드라마의 울림을 ‘한국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우리도 가진 기억’이라고 표현한다. 서울올림픽, 장국영(张国荣)의 <영웅본색>, 스스로를 ‘장만위’·‘왕조현’이라 부르던 소녀들처럼 1980년대 동아시아가 함께 나눈 대중문화, 그리고 넉넉지 않았던 골목의 풍경이 쌍문동을 ‘한국의 쌍문동’이 아니라 ‘내 기억 속 그 골목’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존재감 없던 둘째 딸 덕선에게서 참고 자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발견하는 관객도 많다. 현장에서 만나 인터뷰에 응한 30대 중국인 여성은 자신이 이 팝업스토어에서 지갑을 여는 건 단순히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이나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단, 자신의 청춘을 지니고 싶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전했다. 팝업스토어의 소비 방식이 ‘내가 얼마나 근사하고 유행에 민감한지 보여주기’에서 ‘너도나도 겪었을 따뜻한 감정 건드리기’로 옮겨 간 것이다.

둘째, 거창한 구호보다 사소한 물건 하나가 더 힘이 세다. 팝업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진을 찍는 건 웅장한 세트가 아니라 작고 구체적인 것들이다. 연탄 모양 조형물, 주인공들이 입던 옛날 운동복 같은 것. 이런 소소한 물건들이 오히려 정겨운 생활의 결을 전한다.
응답하라 1988’을 주제로 한 굿즈를 진열해 놓은 내부 모습
< ’응답하라 1988’을 주제로 한 굿즈를 진열해 놓은 내부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편, 현장에서 판매 중인 굿즈는 배우를 캐릭터처럼 새긴 문구, 잡화가 중심이었는데, 이 작품의 힘이 스타 개개인보다 그 시절의 물건과 풍경에 깃들어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드라마 속 복고 소품이나 정봉이와 덕선이가 나눠 먹던 그 시절의 케이크처럼 <응답하라 1988>다운 물건이 팬의 향수를 더 깊이 건드릴 여지도 있어 보인다. 

셋째, 옛 드라마의 ‘오프라인 나들이’는 점점 커지는 흐름이다. 시간의 검증을 거친 옛 콘텐츠들이 온라인에서 쌓은 인기를 발판 삼아, 직접 보고 만지고 사는 오프라인 체험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이 흐름에서 위신영시 유한공사 같은 현지 회사의 역할도 다시 보게 된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가 품은 정서를, 중국 소비자가 걸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공간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으로 탈바꿈시킨다. 아무리 좋은 드라마라도 이런 다리가 없으면 스트리밍 화면 안에 머물 뿐,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회자되며 더 깊게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오래 사랑받는 이야기는 가장 새롭거나 화려한 것이 아니라, 한 세대의 성장에 조용히 스며들어 끝내 그 시절의 상징이 된 진솔한 이야기였다. 좋은 이야기는 시간과 국경을 넘어, 해외에서도 몇 번이고 다시 피어났다. <응답하라 1988>이 2026년 상하이에서 보여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위챗(WeChat)》(2026. 01. 07). 十年后再刷《请回答1988》,我才真的看懂了这部剧,
https://mp.weixin.qq.com/s/OGLDOWYFHBOzHiLsfJfdHQ
 - 《위챗(WeChat)》(2026. 01. 15). 9.7神剧回归,太好品了,
https://mp.weixin.qq.com/s/O0ZTlNO_93wc3NAGuc2-cw
 - 《위챗(WeChat)》(2026. 01. 16). 这豆瓣9.7,终于等来了「神级售后」,
https://mp.weixin.qq.com/s/zF478lQLWQwdO2_J2crI8A
 - 《위챗(WeChat)》(2026. 05. 12). 豆瓣9.7分,这部近乎封神之作,每每重看都是在打开逝去了的却是最美的青春,https://mp.weixin.qq.com/s/nm7eFRXw6-jMIAUaXQfkpg
 - 《위챗(WeChat)》(2026. 08. 06).  张凌赫痛楼震撼来袭!环球港请你吃葡萄、X118多元文化空间正式开服、请回答1988快闪限时登陆……点击开启精彩周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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