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극장 시장에서 한국 장르영화의 경쟁력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Colony, 베트남 개봉명 Bầy Xác Sống)는 6월 12일 베트남 전역 개봉 직후 곧바로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진입했다. 현지 영화업계는 이 작품을 2024년 개봉해 베트남 역대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쓴 《파묘》 이후 가장 강력한 반응을 이끌어낸 한국 영화로 평가하고 있다.
< '군체 ‘영화 포스터 및 2026년 6월 21일 기준 베트남 박스오피스 매출 현황 - 출처: 베트남 박스오피스(Box Office Vietnam) >
개봉 직후 현지 호러 영화 《러우쭈호아(Lầu Chú Hỏa)》와 일별 박스오피스 선두 경쟁을 벌이던 《군체》는 2주 연속 1위를 지키던 《마쏘(Ma Xó)》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후에도 흥행세는 꺾이지 않았고, 6월 21일 기준 누적 관객 60만 명, 누적 매출 583억 동(58,332,461,383동·약 31억 원)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했다. 이로써 《군체》는 올해 베트남 개봉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으로 올라섰다.
< '군체' 베트남 흥행 성과 홍보 이미지 - 출처: 롯데시네마 베트남(Lotte Cinema Vietnam) >
흥행 못지않게 눈에 띄는 건 평점이다. 베트남의 대표 영화 예매 플랫폼 《모모(MoMo Movies)》는 이 작품을 9.3/10 평점과 함께 '시에우 펌(Siêu Phẩm, 초대박작)'으로 분류했고, 또 다른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 《롯데시네마 베트남》에서도 9.7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현재 상영작 가운데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 '군체'의 베트남 영화 플랫폼 관객 평점 - 출처: 모모 무비(MoMo Movies)(좌) 및 롯데시네마 베트남(Lotte Cinema Vietnam)(우) >
이런 흥행의 바탕에는 《부산행》 이후 10년 가까이 축적된 '한국 좀비(K-좀비)'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현지 언론은 《군체》를 《부산행》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사오스타(SaoStar)는 연상호 감독과 전지현·지창욱 등 한류 스타들이 결합한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 주목하며, 이 작품을 올해 베트남 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한국 영화로 평가했다. 라오동(Lao Động)은 이 작품이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잇따라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점을 함께 조명했다. 《비엣프레스(VietPress)》와 《하퍼스 바자 베트남(Harper's Bazaar Vietnam)》은 감염체들이 집단 지성(hive mind)을 바탕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진화하는 설정을 작품의 핵심 차별화 요소로 소개하며, 기존 한국 좀비 장르를 한 단계 확장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특히 《하퍼스 바자 베트남》은 《군체》가 단순한 좀비 영화를 넘어 인간 사회의 집단 심리와 통제, 생존 본능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연상호 감독의 이름과 K-좀비라는 장르 브랜드가 베트남 시장에서 강력한 흥행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 '군체'와 관련한 베트남 현지 언론의 보도 화면 - 출처: '사오스타(SaoStar)', '라오동(Lao Động)', '비엣프레스(VietPress)', '하퍼스 바자 베트남(Harper's Bazaar Vietnam)' >
관객들의 관심을 실제로 끌어낸 핵심은 기존 좀비물과 차별화된 설정이었다. 현지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AI형 좀비", "군집지능형 좀비", "생물학적 네트워크로 연결된 감염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영화 홍보 단계에서부터 '좀비 시우 띠엔 호아(Zombie Siêu Tiến Hóa, 초진화 좀비)'라는 표현이 적극적으로 사용되며 기존 좀비와는 다른 새로운 위협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영화 제목이 의미하듯 감염체들이 개별 존재가 아닌 하나의 집단으로 움직인다는 설정은 단순한 공포보다 세계관과 설정의 독창성을 중시하는 최근 베트남 젊은 관객층의 소비 성향과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서울 도심 30층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한 폐쇄형 생존 서사 역시 긴장감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화려한 캐스팅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 특히 베트남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지창욱의 팬클럽을 중심으로 단체 관람이 이어졌으며, 개봉 직후 SNS에서는 '전지현의 스크린 복귀', '진화형 좀비', '지창욱의 액션 연기', '구교환의 강렬한 악역' 등을 주제로 한 숏폼 영상과 리뷰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됐다. 이러한 온라인 화제성은 20~30대 여성 관객층을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끌며 기존 호러 영화 관객뿐 아니라 한국 드라마 팬층까지 극장으로 유입시키는 데 기여했다.
< '군체' 베트남 지창욱 팬클럽 단체 관람 현장 - 출처: 페이스북 지창욱 팬페이지 라스트리프 팀(@lastleafteam)>
이번 흥행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베트남 자국 호러 영화들과의 경쟁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베트남 최초로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기법을 도입한 호러 영화 《러우쭈호아(Lầu Chủ Hỏa)》와 토속 신앙을 소재로 한 《마쏘(Ma Xó)》는 모두 현지 관객 정서를 적극 반영한 작품들이다. 특히 《러우쭈호아》는 개봉 일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으며, 회당 평균 좌석 판매에서도 24석을 기록해 《군체》(23석)를 소폭 앞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군체》는 개봉 직후부터 박스오피스 선두권을 유지했고, 6월 21일 현재 다시 1위 자리에 오르며 경쟁작들 사이에서도 가장 강한 흥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지 언론 역시 이를 '한국 대형 상업영화 대 베트남 로컬 호러'의 대결 구도로 조명하며, 양국 영화산업의 경쟁력 변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관객 반응 역시 흥행 성과 못지않게 뜨거웠다. "대규모 제작비가 느껴지는 높은 완성도",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전개"가 대표적인 호평 요소로 꼽혔고, 전지현의 스크린 복귀와 구교환의 강렬한 악역 연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반면 "결말이 다소 급하게 마무리됐다", "후반부 전개가 아쉽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관객들은 좀비 분장의 공포감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호평이 보여주듯,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영화는 대규모 제작비와 시각효과(VFX), 스타 캐스팅, 장르적 완성도 면에서 여전히 뚜렷한 경쟁 우위를 갖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편으로는 베트남 자국 호러 영화들이 이만한 한국 대작과 대등하게 맞붙을 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베트남 극장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마주할 경쟁이 한층 더 정교해지고 치열해질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 베트남 박스오피스(Box Office Vietnam), https://boxofficevietnam.com/movie/bay-xac-song
-모모 무비(MoMo Movies), https://www.momo.vn/cinema
-롯데시네마 베트남(Lotte Cinema Vietnam), https://www.lottecinemavn.com/LCHS/Contents/Movie/Movie-Detail-View.aspx?movie=12238
-페이스북 지창욱 팬페이지 라스트리프 팀(Last Leaf Team), https://facebook.com/lastleafteam
-《사오스타(SaoStar)》 (2026. 06. 20). ‘Bầy Xác Sống đạt 50 tỷ, nhận nhiều đánh giá tích cực tại Việt Nam’, https://www.saostar.vn/dien-anh/bay-xac-song-dat-50-ty-nhan-nhieu-danh-gia-tich-cuc-tai-viet-nam-202606201904355275.html
-《라오동(Lao Động)》 (2026. 06. 03). ‘Phim Colony của Jun Ji-hyun phá kỷ lục phòng vé năm 2026’, https://laodong.vn/ldt/giai-tri/phim-colony-cua-jun-ji-hyun-pha-ky-luc-phong-ve-nam-2026-1713078.ldo
-《비엣프레스(VietPress)》 (2026. 06. 18). ‘Bom tấn zombie Hàn Quốc Colony lật ngôi ba phim kinh dị rượt đuổi sít sao’, https://vietpress.vn/bom-tan-zombie-han-quoc-colony-lat-ngoi-ba-phim-kinh-di-ruot-duoi-sit-sao.html
-《하퍼스 바자 베트남(Harper's Bazaar Vietnam)》 (2026. 06. 15). ‘Review phim Colony (Bầy Xác Sống): K-zombie tiến hóa với mô hình hive mind’, https://bazaarvietnam.vn/review-phim-colony-bay-xac-song-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