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최대 규모의 판타지 축제인 '퓌르콘(Pyrkon)'이 포즈난(Poznań) 국제박람회장에서 열렸다. 퓌르콘은 1999년 시작된 이후 소설, 만화, 영화, 게임, 코스프레, 보드게임, 롤플레잉게임(RPG) 등 다양한 판타지 문화를 아우르는 종합 축제로 성장했으며, 현재는 폴란드를 넘어 유럽을 대표하는 판타지 페스티벌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약 6만 2,000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으며, 2,000개가 넘는 프로그램과 300여 개의 전시·판매 부스, 세계 각국의 작가와 창작자들이 참여해 대규모 행사로 치러졌다. 약 15만㎡ 규모의 행사장에는 강연장, 전시장, 공연장, 게임존, 코스프레 무대, 보드게임 공간, 팬 커뮤니티 부스 등을 마련했다. 방문객들은 3일 동안 밤낮없이 이어지는 강연과 워크숍, 공연, 전시, 게임 체험, 작가와의 만남에 참여하며 판타지 문화의 다양한 장르를 경험했다. 퓌르콘이 '환상적인 만남의 장소'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장르의 팬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게임·문학·영상·만화·음악·코스프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서로의 취향과 창작물을 공유하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 1999년부터 시작된 폴란드 최대 규모의 판타지 축제 '퓌르콘(Pyrkon)' – 출처: 퓌르콘 페이스북(@Pyrkon) >
특히 올해 퓌르콘에서는 독립된 '한국관(Korea Zone)'을 운영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번에 선보인 한국관은 단순한 케이팝 홍보 공간을 넘어 한국의 전통문화, 현대 대중문화, 웹툰, 게임, 관광, 창작산업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구성했다. 한국관은 크게 체험(Activity Zone), 휴식(Recreational Zone), 전시(Exhibition Zone) 등 세 개의 공간으로 운영했다. 체험존에서는 한국관광공사의 지원 아래 한옥과 한복을 소개하는 전시를 마련했으며, 방문객들은 직접 한복을 입어보며 한국 전통 의상의 색과 형태를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카토비체(Katowice) 킹세종학당은 한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보고 한글의 원리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전통 놀이와 대중문화 체험도 함께 진행했다. 방문객들은 딱지 만들기, 탈 꾸미기, 달고나 챌린지 등을 통해 한국의 놀이문화를 직접 경험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한국을 잘 모르는 관람객도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해 가족 단위 방문객과 청소년층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케이팝 팬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댄스크루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아이돌 그룹 루네이트(LUN8) 포토존과 응원 부채 만들기 체험을 마련해 팬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공연 프로그램도 한국관의 주요 볼거리였다. 아이돌 그룹 룬에잇은 포즈난 콩그레스센터 내 지구의 홀(Sala Ziemi)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였고, 이후 한국관 무대에서는 팬미팅도 진행했다. 현지 팬들은 공연과 팬미팅을 통해 한국 아이돌 문화를 직접 경험했으며, 이는 케이팝이 폴란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휴식존에서는 한국식 노래방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한국 대중가요를 직접 부르며 한국식 여가문화를 경험했다. 또한 플레이스테이션5를 활용한 한국 게임 체험 공간도 운영해 한국 게임 콘텐츠에 관심 있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현대자동차 폴란드가 참여한 휴게 공간에서는 전기차 아이오닉 5 N과 인스터(INSTER) 모델을 전시해 한국의 기술과 디자인 경쟁력도 함께 소개했다. 전시존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참여해 한국의 문화유산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소개했다. 광화문, 근정전, 불국사 등 한국의 대표 문화유산을 옥스퍼드 블록으로 재현한 전시를 마련했으며, '마을과 집을 지키는 한국의 신'을 주제로 한 특별전도 선보였다. 관람객들은 한국의 건축문화와 민속신앙을 시각적으로 접하며 한국 전통문화의 또 다른 면을 이해할 수 있었다.
< 퓌르콘에서 독립적으로 마련한 한국관의 모습 – 출처: 퓌르콘 페이스북(@Pyrkon) >
한국 콘텐츠 산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주목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과 글로벌 웹툰 기업 케나즈(KENAZ)는 한국 웹툰과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소개하는 공간을 운영했다. 특히 웹툰 <신과 함께>의 작가 주호민과 웹툰 작가 김연우가 행사장을 찾아 강연과 사인회, 팬들과의 만남을 진행했다. 한국 웹툰이 세계 시장에서 성장한 과정과 창작 경험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케나즈는 현지 창작자를 대상으로 웹툰 포트폴리오 리뷰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제작한 웹툰 원고, 스토리보드, 캐릭터 디자인 등을 제출해 전문가들로부터 작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이는 단순한 관람형 프로그램을 넘어 한국 콘텐츠 기업과 폴란드 창작자들이 직접 연결되는 실질적인 교류의 장이었다.
이번 퓌르콘 한국관은 한국 문화가 더 이상 특정 팬덤에 머무르지 않고 유럽 대중문화 축제 안에서 하나의 독립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문화, 케이팝, 웹툰, 게임, 관광, 자동차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가 함께 소개되면서 한국 문화의 폭과 깊이를 전달했다. 폴란드 내 한국 문화의 확산이 앞으로 창작산업과 청년 교류, 문화경제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참고자료 및 사진 출처
- 퓌르콘 페이스북(@Pyrkon),https://www.facebook.com/Pyrk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