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n

필리핀을 사로잡은 숏폼 드라마 공세에 맞설 한국 드라마의 생존법

등록일
2026-07-27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필리핀

  • 해당 장르

    방송

주요내용

스마트폰 세로 화면에 최적화된 회당 1~3분 분량인 ‘숏폼 드라마’가 동남아시아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기존 영상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바일 이용자들의 높은 집중도 유지와 콘텐츠 소비 성향을 반영하여 회당 짧게 제작되는 이러한 세로형 콘텐츠가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공 배경에는 저비용·고효율 제작 구조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에서 ‘미단극(微短剧)’으로 불리는 ‘숏폼 드라마’는 중국 정부의 제도권 편입과 규제를 발판 삼아 거대 산업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2018년 전후 더우인(抖音)과 콰이쇼우(快手) 등 거대 숏폼 및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을 중심으로 스케치 코미디와 옴니버스 형태로 시작된 ‘숏폼 드라마’는 2020년 중국 국가광전총국(国家广电总局)이 회당 10분 미만의 온라인 영상물로 공식 정의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정부의 심사 및 관리 체계 아래 과거 불법적이거나 자극적인 소재에 치우쳤던 콘텐츠들이 정식 미디어 산업의 한 영역으로 견고하게 자리 잡게 된 것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무려 1,000편이 넘는 ‘숏폼 드라마’가 제작됐으며, 전년 대비 26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중국 시장이 포화되자 중국 내 주요 제작사들은 ‘릴숏(ReelShort)’, ‘드라마박스(DramaBox)’ 등 글로벌 전용 플랫폼 앱을 앞세워 해외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처럼 ‘숏폼 드라마’는 국가별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현지화 전략과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빠른 전개를 앞세워 전 세계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숏폼 드라마’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닌 다양한 내용과 투자를 바탕으로 기존 오티티(OTT)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독립 생태계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양적 성장을 이룬 숏폼 드라마 시장은 2026년 들어 질적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2026년에는 막대한 홍보 예산과 유명 스타를 내세운 드라마 대신 좋은 각본과 편집으로 무장한 작품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판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국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치이(iQIYI)다. 아이치이는 프리미엄 장편 시리즈와 숏폼 미니 드라마를 병행하는 이원화 전략과 철저한 현지화를 바탕으로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시청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0% 급증했다. 특히 주체적인 여성의 성장사를 다룬 숏폼 드라마 <심야유혹(Midnight Temptation)>이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며 ‘숏폼 드라마’ 영향력 확대에 일조했다. 아이치이는 전 세계 13개 언어 자막 제공, 빠른 더빙 서비스, 그리고 오프라인 팬 미팅 연계 등 다양한 입체적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아시아를 넘어 라틴 아메리카와 중동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숏폼 드라마 홍보물
< 중국 숏폼 드라마 홍보물 - 출처: ‘데일리 트리뷴(Daily Tribune)’ 웹사이트 >
국가별 현지화 전략이 가장 성공적으로 적용된 대표적 시장 중 하나가 바로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젊은 인구 비율이 아직 높고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 시간이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는 국가다. 이 시장을 파고든 것이 바로 중국계 플랫폼(드라마박스, 릴숏, 숏나우 등)들이 주도하는 ‘숏폼 드라마’다. 회당 1~3분으로 100부작 이내로 구성된 ‘숏폼 드라마’는 회당 45~60분인 장편 드라마(Long-form)에 비해 빠른 전개와 핸드폰 세로 화면으로 시청 가능하다는 장점 등으로 필리핀 시청자들이 출퇴근 시간 및 일상 속 ‘틈새 시간(Snack Time)’에 소비하는 콘텐츠가 됐다. 이러한 인기는 철저한 현지화가 뒷받침되었다. 자막을 넘어 타갈로그어(Tagalog) 등 현지어 더빙을 지원해 진입 장벽을 낮췄고, 페이스북·틱톡(TikTok) 등 소셜미디어에 5분 내외 주요 장면 모음을 배포한 뒤 전용 앱으로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트래픽 유입 마케팅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결과적으로 2026년 필리핀의 숏폼 드라마 열풍은 대형 스타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또는 자극적인 소재에만 의존하지 않고 작품성만으로도 흥행을 쟁취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문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숏폼 드라마 인기는 한국 드라마 업계에도 작지 않은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현재 한국 드라마 업계는 주연 배우들 몸값 폭등과 제작비 급증으로 인해 제작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그로 인해 제작 편수가 감소한 반면, 중국 업계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각본 제작 및 후반 작업에 적극 도입해 분당 수천만 원 수준이던 제작비를 1/10 수준으로 낮췄다. 저렴한 제작비와 압도적인 물량으로 무장한 중국 콘텐츠가 시장을 장악하면, 한국 콘텐츠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스푼랩스(Spoonlabs)의 ‘비글루(Vigloo)’ 등 숏폼 드라마 플랫폼들이 출범하며 추격에 나서고 있으나, 이미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 미국 등에 해외 현지 제작 센터와 거점을 가동 중인 중국 플랫폼들 규모를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마음을 여는 곳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이나 스타 캐스팅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다.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은 작위적인 전개 대신 짜임새 있는 대본과 뛰어난 배우들 연기력으로 승부수를 던짐으로써 명작 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한국 드라마는 정교한 서사 구축과 감정선 묘사라는 확실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관성적인 제작 전략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중국의 가성비와 물량 공세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제작비 상승과 플랫폼 다변화라는 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참신한 신진 작가 육성과 탄탄한 대본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현지화로 시장을 선점한 중국에 맞서, 한국 드라마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인공지능 기술 도입과 현지화 전략에 대한 신속하고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마닐라 타임즈(Manila Times)》 (2025. 08. 01). Vertical and powerful, 
https://www.manilatimes.net/2025/08/01/entertainment-lifestyle/show-times/vertical-and-powerful/2160167 
- 《마닐라 타임즈(The Manila Times)》 (2026. 07. 20). Globavend Signs Global Distribution Agreement with DramaBox, Expanding Commercial Distribution to Platform with Over 90 Million Registered Users, 
https://buly.kr/FhQFRhS
- 《라이프스타일 인콰이어러(Lifestyle.INQ)》 (2026. 03. 12). How microdrama is rewriting the rules of screenwriting, 
https://lifestyle.inquirer.net/571169/how-microdrama-is-rewriting-the-rules-of-screenwriting/ 
- 《라이프스타일 인콰이어러(Lifestyle.INQ)》 (2026. 03. 17). The microdrama rule: Go big, but stay in frame, 
https://lifestyle.inquirer.net/566828/the-microdrama-rule-go-big-but-stay-in-frame/ 
- 《필스타(Philstar)》 (2026. 06. 16). The Vertical Drama Phenomenon, 
https://www.philstar.com/the-freeman/cebu-entertainment/2026/06/16/2535548/vertical-drama-phenomenon 
- 《데일리 트리뷴(Daily Tribune)》 (2026. 07. 13). Chinese shows, micro dramas drive global growth, 
https://tribune.net.ph/2026/07/13/chinese-dramas-micro-dramas-drive-global-grow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