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오차드 로드(Orchard Road)의 대표 쇼핑 공간인 타카시마야(Takashimaya) 백화점 지하 행사장이 아시아 각국의 음식으로 채워졌다. 2026년 6월 11일부터 29일까지 타카시마야 스퀘어 지하 2층에서 열린 〈타카시마야 푸드 피에스타(Takashimaya Food Fiesta) 2026〉은 ‘아시아의 즐거움(Asian Delights)’를 주제로 일본, 한국,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지역의 음식 브랜드를 한자리에 모은 행사다. 현지 매체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The Straits Times)》는 이번 행사에 57개 브랜드가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23개는 신규 판매업체라고 소개했다. 타카시마야 공식 안내에서도 한국 브랜드로 콰지 콘도그스(Kwazy Korndogs)와 토기 코리안 키친(Togi Korean Kitchen)이 이름을 올렸다.
< 타카시마야 백화점 지하 2층 타카시마야 스퀘어에서 열린 ‘타카시마야 푸드 피에스타 2026’ 현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행사장을 찾은 날, 지하 2층 타카시마야 스퀘어에는 점심시간과 쇼핑 시간을 맞아 많은 방문객이 오갔다. 행사장은 푸드코트와 임시 판매 부스가 결합된 형태로 구성돼 있었다. 일본식 디저트와 타코야키, 대만식 간식, 태국 음식, 싱가포르 로컬 메뉴 사이로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부스들도 눈에 띄었다. 방문객들은 시식용으로 제공되는 음식을 맛보거나, 포장 메뉴를 들고 이동했다. 일부 부스 앞에는 메뉴판을 살펴보며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시아 음식을 한자리에서 비교하고 소비할 수 있는 행사장에서 한국 음식은 더 이상 낯선 선택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둘러보는 메뉴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 현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 인삼 제품이었다. 케이 푸드가 흔히 떡볶이, 김치, 라면, 치킨과 같은 대중적인 음식으로 소비되는 것과 달리, 인삼은 한국의 전통적인 건강식품 이미지를 보여주는 품목이다. 싱가포르에서도 건강기능식품과 웰니스 제품을 향한 관심이 꾸준하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 인삼이 푸드 페어 한쪽에 자리한 것은 한국 음식문화가 단순한 간식이나 외식 메뉴를 넘어 ‘건강’과 ‘선물용 식품’의 영역에서도 소비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행사장에서 판매 중인 한국 인삼 제품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 음식 부스에서는 대중적인 케이 푸드 메뉴도 만날 수 있었다. 토기 코리안 키친으로 보이는 부스에서는 떡볶이, 삼계죽, 김치전 등 한국적인 식사와 간식 메뉴가 판매되고 있었다. 떡볶이는 이미 싱가포르에서 한국 길거리 음식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떡의 조합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 유튜브 먹방 등을 통해 해외 소비자에게 익숙해졌다. 반면 삼계죽과 김치전은 떡볶이에 비해 비교적 일상적인 한국 가정식 또는 전통 음식의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메뉴가 함께 소개된 점은 싱가포르에서 케이 푸드가 ‘매운 길거리 음식’이라는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고, 따뜻한 한 끼와 전통적인 맛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떡볶이, 삼계죽, 김치전 등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토기 코리안 키친(Togi Korean Kitchen)’ 부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김치전은 한국의 발효음식인 김치를 활용한 대표적인 전 요리다. 싱가포르 소비자에게 김치는 이미 한식당과 대형마트 반찬 코너를 통해 비교적 익숙한 식재료가 됐다. 하지만 김치 자체를 반찬으로 먹는 것을 넘어, 김치전처럼 조리된 형태로 접할 때 한국 음식은 또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 현장에서 판매되는 김치전은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는 간식이자 식사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메뉴처럼 보였다. 이는 한식이 현지 푸드 페어 환경에 맞춰 간편하고 즉각적인 형태로 바뀌어 소개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삼계죽도 흥미로운 메뉴였다. 삼계탕은 한국의 대표적인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닭 한 마리가 들어간 전통 삼계탕은 푸드 페어에서 간단히 먹기에는 다소 무거울 수 있다. 반면 죽 형태의 삼계죽은 한국 보양식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행사장 방문객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형태다. 더운 날씨와 에어컨이 강한 쇼핑몰 환경이 공존하는 싱가포르에서 따뜻한 죽 메뉴는 현지 소비자에게도 비교적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이처럼 한국 음식은 현지 소비 환경에 맞게 형태를 바꾸며 소개되고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식 핫도그도 눈에 띄었다.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는 콰지 콘도그스를 소개하며 이 브랜드가 치즈가 늘어나는 한국식 콘도그를 판매하고, 칠리크랩 소스와 게살을 더한 메뉴처럼 현지식 변주를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식 핫도그는 일반적인 미국식 콘도그와 달리 빵가루 튀김옷, 감자 토핑, 모차렐라 치즈, 설탕과 소스 조합 등으로 차별화된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여러 쇼핑몰과 야시장형 행사에서 한국식 핫도그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번 푸드 피에스타에서도 한국식 핫도그는 현지 방문객이 빠르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케이 스트리트푸드로 기능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한국식 핫도그가 현지 입맛과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칠리크랩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한국식 튀김 간식에 싱가포르식 소스를 더하는 방식은 케이 푸드가 단순히 원형 그대로 수입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가 익숙하게 느끼는 맛과 결합해 다시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케이 푸드의 확산이 단순한 메뉴 수출이 아니라, 현지 식문화와의 접점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행사장 한쪽에서는 버터떡과 한국식 카페 메뉴도 볼 수 있었다. 최근 한국 디저트 문화는 전통 재료와 현대적 카페 감성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떡은 전통적으로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버터, 크림, 커피, 아이스크림 등과 결합해 젊은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디저트로 재해석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말차, 모찌, 타로, 흑임자 등 아시아의 재료를 활용한 디저트가 인기를 얻고 있어, 버터떡과 같은 한국식 디저트는 현지 소비자에게 낯설면서도 접근이 쉬운 메뉴로 보인다.
< 버터떡과 한국식 카페 메뉴를 소개한 부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아포가토를 변형한 메뉴도 행사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타카시마야 공식 참여 브랜드 목록에는 아이포카토(Aifo Kato)가 신규 브랜드로 소개돼 있으며, 행사에서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버터떡이라는 디저트와 음료, 간식류가 함께 구성된 형태였다. 현장에서 본 아이포카토 메뉴는 커피와 디저트를 결합한 카페형 소비 흐름과 맞닿아 있었다. 싱가포르에서는 쇼핑몰 안 카페 문화가 활발하고, 젊은 소비자들은 음식 자체뿐 아니라 사진을 찍기 좋은 외형과 브랜드 감성도 함께 소비한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식 카페 메뉴는 맛뿐 아니라 분위기와 시각적 이미지로도 경쟁할 수 있다.
이번 〈타카시마야 푸드 피에스타〉는 단순히 특정 국가의 음식만을 소개하는 행사가 아니었다. 행사장에는 일본식 치즈타르트와 타코야키, 대만식 간식, 태국 음식, 싱가포르 로컬 메뉴가 함께 있었다. 이벤트 전문 안내 웹사이트 ‘마토(Mato)’에서도 이 행사를 ‘아시아의 즐거움(Asian Delights)’라는 이름 아래 지역 간식, 길거리 음식, 미식 메뉴를 모은 대형 음식 허브로 소개했다. 이런 다국적 음식 환경 속에서 한국 음식이 하나의 독립된 선택지로 자리한 점은 중요하다. 싱가포르 소비자는 한식만을 먹기 위해 방문했다기보다, 아시아 여러 음식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 음식을 접했다. 이는 케이 푸드가 특정 한식당이나 한국 전문 마트 안에 갇히지 않고, 일반 쇼핑몰 행사와 대중적 식문화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는 의미를 갖는다.
싱가포르에서 케이 푸드는 이미 일상적인 소비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는 한국 라면과 김치, 냉동만두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쇼핑몰에는 한국식 치킨, 분식, 바비큐, 디저트 매장이 꾸준히 들어서고 있다. 이번 〈타카시마야 푸드 피에스타〉 현장은 이러한 흐름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떡볶이와 한국식 핫도그는 대중적이고 즉각적인 케이 푸드의 얼굴을 보여줬고, 김치전과 삼계죽은 보다 전통적이고 식사에 가까운 한식의 모습을 보여줬다. 인삼은 한국 음식문화가 건강과 웰니스 영역으로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줬으며, 버터떡과 카페형 메뉴는 한국 디저트 문화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특징은 방문객들이 한국 음식을 특별한 이벤트성 메뉴라기보다 아시아 음식 시장 안의 자연스러운 구성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방문객들은 한국 부스를 지나며 메뉴를 살펴보고, 다른 나라 음식과 비교하며 선택했다. 이는 한식이 더 이상 ‘한류 팬만 소비하는 음식’에 머물지 않고, 일반 소비자가 쇼핑 중 간단히 사 먹거나 가족과 나눠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푸드 페어의 한 장면만으로 싱가포르 내 케이 푸드 소비 전체를 단정할 수는 없다. 행사장의 구성, 브랜드 참여 여부, 위치, 가격, 방문객 동선에 따라 소비 반응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오차드 로드 중심부의 대형 백화점 행사에서 한국 음식이 여러 형태로 소개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케이 푸드의 현지 가시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충분하다. 특히 한식이 매운 분식, 보양식, 전통 재료, 디저트, 카페 메뉴까지 여러 층위로 나타났다는 점은 싱가포르에서 한국 음식문화가 점차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케이 푸드의 확장은 케이 드라마나 케이팝과도 연결된다. 한국 콘텐츠를 통해 떡볶이, 김치, 라면, 핫도그를 처음 접한 소비자는 실제 쇼핑몰과 푸드 페어에서 해당 음식을 발견하며 문화 소비를 음식 경험으로 이어간다. 반대로 음식 경험은 다시 한국 여행, 한국 콘텐츠,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싱가포르의 푸드 페어에서 만난 케이 푸드는 한국문화가 화면 밖에서 어떻게 일상 속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타카시마야 푸드 피에스타 2026〉에서 한국 음식은 하나의 단일한 이미지로만 소개되지 않았다. 떡볶이와 핫도그처럼 빠르고 강한 인상의 길거리 음식, 삼계죽과 김치전처럼 따뜻하고 익숙한 한식, 인삼처럼 건강 이미지를 가진 전통 식품, 버터떡과 카페형 메뉴처럼 젊은 소비자에게 맞는 디저트까지 함께 등장했다. 이는 싱가포르에서 케이 푸드가 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읽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차드 로드 한복판의 푸드 페어에서 만난 한국 음식들은 한류가 이제 음악과 드라마를 넘어 맛과 냄새, 쇼핑 경험 속에서도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박수갈채를 받으며 2시간의 공연을 끝내고 퇴장하는 후나데라 신사의 시시마이 공연팀 – 출처: 통신원 촬영 >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The Straits Times)》 (2026. 06. 17). Guide to Takashimaya Food Fiesta 2026: Baked cheese tarts, Sanrio macarons, matcha lattes, and more,
https://www.straitstimes.com/life/food/title-sww-takashimaya-food-fiesta
- ‘마토(Mato)’ 웹사이트,
https://ma.to/event/food-fiesta-asian-delights-28-jun-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