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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을 넘어 일상으로: 필리핀 속에 뿌리내린 한국

등록일
2026-07-29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필리핀

  • 해당 장르

    방송

    대중문화

주요내용

필리핀에서 한류(K-Wave)로 지칭되는 한국 문화는 더 이상 일시적인 유행이나 일부 열성적인 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2003년 7월 9일 《지엠에이(GMA)-7》 방송국은 <명랑소녀 성공기(The Successful Story of a Bright Girl)>를 방송하며 한국 드라마를 필리핀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같은 해 방영된 <가을동화(Endless Love 1: Autumn in My Heart)> 역시 필리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이듬해에 방영된 <겨울연가(Winter Sonata)>와 <천국의 계단(Stairway to Heaven)>도 인기를 끌었다. 《에이비에스-시비엔(ABS-CBN)》 방송국 또한 첫 한국 드라마로 <진실(The Truth)>을 선보인 데에 이어 <파리의 연인(Lovers in Paris)>을 방영했다. 2005년에는 《지엠에이-7》에서 로맨틱 코미디 <풀하우스(Full House)>를, 뒤이어 2006년에는 사극 <대장금(Jewel in the Palace)>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한국 드라마는 필리핀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상적 문화(Everyday Culture)’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친숙함은 최근 케이 푸드 중심의 식문화 소비와 대중문화 전반의 폭넓은 교류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필리핀 내 한국 요식업 시장의 가장 큰 동력은 ‘소셜 커머스’와 ‘외식 업태 다양성’이다. 과거 한식이 삼겹살 무한리필(Samgyupsal)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한국 관련 콘텐츠와 식문화가 결합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틱톡(TikTok) 등 숏폼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소비가 실제 구입으로 즉각 연결되고 있다. 2026년 7월 현재, 틱톡 내 ‘#KFood’, ‘#PHKoreanFood’, ‘#KoreanConvenienceStore’ 등의 해시태그는 누적 조회수 수억 회를 기록하고 있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인구 대비 소셜미디어 활용 시간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소셜 커머스의 부상으로 미디어와 유통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소비 패러다임이 ‘검색형’에서 ‘발견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소비자가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직접 검색해 구매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피드나 숏폼 콘텐츠를 즐기는 과정에서 알고리즘과 인플루언서의 추천 상품을 즉각 구매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이에 대응해 유튜브와 틱톡은 시청 중 바로 쇼핑이 가능한 기능을 탑재하여 쇼퍼테인먼트(Shoppertainment) 환경을 구축하면서, ‘콘텐츠 시청’이 곧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일방향 광고보다, 개인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소통형 방송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기업 광고 대신 자신이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나 실제 사용자 후기를 더 신뢰함에 따라, 단순 상품 설명보다는 재미를 갖춘 콘텐츠가 판매 성과에 더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됐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소셜 커머스의 확산은 전통적인 유통 구조를 넘어, 팬덤과 개인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판매 및 구매 생태계가 시장에 자리를 잡았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온라인 플랫폼에서 형성된 쇼퍼테인먼트 열풍이 오프라인에서 구현된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한국식 편의점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밤에 편의점에서 컵라면, 떡볶이, 스트링 치즈 등을 사서 조합해 먹는 장면이 필리핀 젊은이들이 따라 하고 싶은 것 가운데 하나가 됐다. 유튜브 쇼츠(Shorts)나 인스타그램 릴스(Reels)에서는 불닭볶음면 + 떡볶이 + 치즈/소시지 + 바나나맛 우유/밀키스 등을 세븐일레븐이나 한국식 편의점인 ‘뻔한마트(Funhan Mart)’에서 즐기는 필리핀인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는 한류 열풍이 단순한 콘텐츠 시청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으로 깊숙이 침투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접한 이 조합을 실제로 즐기기 위해 세븐일레븐을 찾은 소피아 씨는 “평소 케이 뷰티와 한국 음악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한국 식품에도 관심이 많아졌다”라며, “뻔한마트에서는 즉석 조리기로 직접 라면을 끓여 먹는 소소한 재미가 있어 가장 마음에 든다”라고 전했다. 자신을 루시아라고 밝힌 한 필리핀인은 “지인 추천으로 궁금해서 찾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라며, “핫도그나 닭강정 같은 한국 길거리 음식을 따뜻하게 바로 맛볼 수 있고, 매장 안도 밝아서 좋다”라고 덧붙였다.
뻔한마트를 찾은 필리핀 소비자들한국 먹거리를 즐기는 필리핀 사람들
< (좌) 뻔한마트를 찾은 필리핀 소비자들 / (우) 한국 먹거리를 즐기는 필리핀 사람들 - 출처: ‘세부인사이츠(CebuInsights)’ 웹사이트 >
마닐라(Manila)의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BGC, Bonifacio Global City)와 마카티(Makati) 중심가에는 한국형 디저트 카페, 베이커리,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출점이 잇따르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이러한 한국식 카페는 단순히 음료와 후식을 즐기며 쉬어가는 공간을 넘어선다.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통해 접한 한국의 일상과 문화적 감성을 직접 체험하는 ‘한국식 생활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깊이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셜미디어용 사진을 찍기 좋은 감각적인 매장 분위기와 세련된 메뉴 구성이 더해지며, 현지 젊은 층과 직장인들 사이에서 한국식 카페 문화를 즐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세련된 문화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한국 카페 업체와 현지 협력사들은 더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순히 매장 수만 늘리기보다,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판매할 음식을 선정하면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형 상업시설이나 고급 문화공간에도 적극적으로 매장을 내고 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유행을 넘어 일상 속 생활 문화로 자리 잡으려는 이러한 노력은 필리핀 외식 시장에서 한국식 카페가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한국 식문화가 현지인들의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음에 따라 필리핀 외식 시장을 이끄는 졸리비 푸드 코퍼레이션(Jollibee Foods Corporation) 및 에스엠(SM) 그룹 등 현지 대형 유통 기업들은 한국 외식업체들과 제휴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한국 외식업체들의 필리핀 시장 진입 및 확장에 강력한 날개가 되고 있다. 현지 대기업 유통망과 함께 세부(Cebu), 다바오(Davao), 클락(Clark)·앙헬레스(Angeles), 일로일로(Iloilo) 등 지방 주요 도시의 대형 쇼핑몰 입점이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고, 필리핀 전역의 젊은 세대와 가족 단위 소비자들까지 손쉽게 한국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이처럼 식문화를 통해 필리핀인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한류는, 2026년 상반기 들어 더욱 다채로워진 대중문화 공연과 팬덤 교류를 바탕으로 그 저변을 더욱 견고히 확장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1월~6월) 필리핀에서는 케이팝 그룹과 솔로 아티스트, 배우들을 아우르는 대대적인 공연 및 팬미팅 행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는데 이는 한국 대중문화를 향한 열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1월 강인의 솔로 팬미팅을 시작으로 라이즈, 데이식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에이티즈, 세븐틴, 트레저, 아이브 등 글로벌 인기 케이팝 그룹들이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Mall of Asia Arena)와 스마트 아라네타 콜리세움(Smart Araneta Coliseum) 등 대형 공연장을 가득 메우며 인기를 입증했다. 이에 더해 비원에이포, 에이핑크, 인피니트 김성규 등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가수들의 반가운 재회 무대는 물론, 김세정과 김선호 등 대세 배우들의 팬 콘서트, 거기에 콜드·십센치·멜로망스·우즈 등 다양한 가수들의 무대까지 더해지며 한류 콘텐츠의 폭넓은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특히 이번 상반기 행사들은 단순한 일회성 공연을 넘어 현지 문화와 깊게 호흡하는 맞춤형 소통이 돋보였다. 엔시티 위시와 제이창이 필리핀 전통 의상인 ‘바롱 타갈로그’를 착용하고 무대에 올랐는가 하면, 멜로망스와 우즈, 제이창 등은 현지 인기곡이나 국민가요를 타갈로그어로 완벽히 소화해 내며 폭발적인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라이즈, 첸, 아이브, 김선호 등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현지 언어유희와 위트 있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언어의 장벽을 허물었다. 이처럼 진정성 있는 현지화 노력과 필리핀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어우러지며, 양국 간의 문화적 유대와 한류의 영향력은 한층 더 깊고 견고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2026년 현재, 필리핀에서의 한류와 한식은 더 이상 외부에서 들어온 생소한 외국 문화가 아니다. 오늘날 필리핀에서의 한류는 단순한 콘텐츠 열풍을 넘어 디지털 소셜 커머스, 오프라인 미식 체험, 그리고 대중문화 교류가 결합된 지속 가능한 ‘일상적 생활 문화’로 완벽히 정착했다. 향후 필리핀 시장에서의 한류는 단순히 콘텐츠나 음식을 파는 단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적 쌍방향 소통’을 결합하는 포괄적 생태계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등 관계 기관과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를 주시하여, 한-필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문화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펩(PEP.ph)》 (2011. 01. 19). COMMENTARY: Why the Korean wave is sweeping the country, 
https://www.pep.ph/news/local/7492/commentary-why-the-korean-wave-is-sweeping-the-country 
- 《더 필리핀 스타(The Philippine Star)》 (2016. 08. 13). Descendants Of The Sun: Why it is Korea’s No. 1 drama, 
https://www.philstar.com/entertainment/2016/08/13/1612902/descendants-sun-why-it-koreas-no-1-drama 
- 《세부인사이츠(CebuInsights)》 (2024. 05. 08). Funhan Mart Cebu: Your New Go-To Korean Convenience Store, 
https://cebuinsights.com/explore-cebu/shopping/funhan-korean-convenience-store/ 
- 《태틀러 아시아(Tatler Asia)》 (2025. 01. 13). Why Korean convenience stores became social media’s favourite hangout, 
https://www.tatlerasia.com/lifestyle/entertainment/korean-convenience-stores 
-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Philippine Daily Inquirer)》 (2025. 06. 13). BIZ BUZZ: Jollibee rides K-wave,
https://business.inquirer.net/530470/biz-buzz-jollibee-rides-k-wave 
- 《아도보 매거진(Adobo Magazine)》 (2026. 01. 30). Philippines to host largest ever ASEAN–Korea Music Festival ROUND in April 2026,
https://www.adobomagazine.com/events/philippines-to-host-largest-ever-asean-korea-music-festival-round-in-april-2026/ 
- 《에이비에스-시비엔 뉴스(ABS-CBN News)》 (2026. 02. 20). Jollibee Group buys leading Korean hot pot brand Shabu All Day,
https://www.abs-cbn.com/news/business/2026/2/20/jollibee-group-buys-leading-korean-hot-pot-brand-1256?hl=ko-KR 
- 《홈스(Homes.ph)》 (2026. 05. 23). Beyond Snacks and Ramyeon: How Korean Convenience Stores Became Unexpected Tourism Attractions in BGC, 
https://homes.ph/tourism/beyond-snacks-and-ramyeon-how-korean-convenience-stores-became-unexpected-tourism-attractions-in-bg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