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에서 익숙한 과일인 바나나가 새로운 ‘바이럴 맛’으로 주목받고 있다. 커피와 디저트 등에 바나나를 접목한 메뉴가 등장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관련 콘텐츠가 확산하면서부터다.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는 이러한 흐름을 조명하며 한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바나나 맛 간식과 음료 그리고 케이팝의 인기가 영국을 비롯한 서구권의 새로운 바나나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비비시≫의 교육·정보 콘텐츠 플랫폼 ≪비비시 바이트사이즈(BBC Bitesize)≫는 최근 ‘바나나가 새로운 말차인가(Is banana the new matcha?)’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근 영국에서 확산하는 바나나 맛 열풍을 소개했다. 이 플랫폼은 교육과 생활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쉽게 설명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기사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커피숍에서는 바나나를 활용한 다양한 음료가 등장하고 있다. 블랙 십 커피(Black Sheep Coffee)와 스타벅스(Starbucks) 등에서도 바나나를 활용한 음료를 찾아볼 수 있으며 바나나와 함께 캐러멜이나 말차 등을 조합한 메뉴도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바나나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비비시(BBC)≫는 인스타그램에서 ‘#banana’ 해시태그를 포함한 게시물이 약 1,700만 건에 이르며 ‘바나나 라테’와 관련한 게시물도 1만 7,000건 이상 확인된다고 소개했다. 틱톡에서도 바나나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소개하거나 직접 맛보는 영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최근 영국에서 이어졌던 ‘말차(Matcha)’ 열풍과도 닮아 있다. 기사에 따르면 말차는 녹차를 가루로 만들어 음료와 디저트 등에 활용하는 일본의 전통적인 차 문화에서 비롯됐지만 최근에는 커피숍과 디저트 매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며 하나의 트렌디한 맛으로 소비되고 있다. 말차 라테를 비롯해 말차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면서 특정 문화권의 전통적인 식재료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소비문화로 확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바나나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새로운 맛으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다만 바나나는 말차나 우베처럼 일부 소비자에게 낯선 식재료가 아니라 영국에서도 이미 친숙하게 소비되는 과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비시≫는 오히려 이러한 친숙함이 바나나가 새로운 트렌드로 확산하는 데 중요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케이팝의 인기에 힘입어 영국에 바나나가 새로운 바이럴 맛으로 주목받고 있다 - 출처: ‘비비시’ 웹사이트 >
한국에서 시작된 바나나와 케이팝의 연결고리
≪비비시≫는 한국에서 바나나가 오랫동안 인기 있는 간식과 음료의 맛으로 활용돼 왔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바나나우유를 비롯해 바나나 맛 과자와 음료 등 다양한 제품이 일상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단순히 과일 자체를 먹는 것을 넘어 바나나라는 익숙한 맛을 여러 식품에 적용하는 문화가 이미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바나나 관련 식문화가 케이팝의 세계적인 인기를 통해 서구권 소비자들에게도 알려지고 있다는 것이 ≪비비시≫의 분석이다.
특히 ≪비비시≫는 제니가 미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의 바나나 맛 과자인 ‘바나나킥(Banana Kick)’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후 해당 과자의 미국 수출량이 70% 증가했고 로스앤젤레스의 한 한국계 카페에서는 바나나킥을 활용한 도넛까지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는 케이팝 스타의 영향력이 음악을 넘어 식품 소비에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팬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특정 제품이나 음식을 사용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제품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고 직접 경험해보려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비시≫는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와 연결해 설명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확신이 없을 때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참고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이 신뢰하거나 좋아하는 유명인이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그 제품을 시도해도 괜찮다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팬덤을 가진 케이팝 스타의 경우 이러한 효과가 국경을 넘어 나타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익숙한 식품이라도 해외 팬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해 형성된 관심이 아티스트가 사용하는 화장품과 패션을 거쳐 음식과 식문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익숙해서 더 쉽게 유행하는 바나나
바나나가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이유는 케이팝의 영향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비비시≫는 바나나 자체가 가진 ‘친숙함’에 주목했다.
뉴욕의 마케팅 기업 최고경영자인 그레임 웰터는 최근 게시물을 통해 바나나의 강점으로 소비자에게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꼽았다. 최근 몇 년간 유자와 우베 그리고 피스타치오 등 비교적 낯선 맛이 새로운 식품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이런 식재료는 소비자가 먼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바나나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과일이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맛을 시도하는 데 따른 심리적 장벽이 낮다. 익숙한 바나나를 라테나 디저트 등 새로운 방식으로 접목하면 기존의 친숙함과 새로운 경험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특징은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는 식품 트렌드와도 잘 맞는다. 소비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식재료보다 이미 알고 있는 맛이 새로운 형태로 등장했을 때 쉽게 관심을 갖고 직접 시도해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바나나 라테처럼 한눈에 어떤 맛인지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기존에 보지 못했던 형태의 음료는 사진이나 짧은 영상으로 공유하기에도 적합하다.
최근 글로벌 식음료 시장에서 나타나는 트렌드는 단순히 새로운 재료를 발견하는 것에서 나아가 익숙한 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는 방향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바나나는 이런 흐름에 적합한 식재료라는 평가다.
케이 푸드의 해외 확산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번 현상은 한국 음식이 해외에서 소비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과거 케이푸드의 해외 확산은 한국 식당이나 한국 식품 매장처럼 한국 음식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케이팝과 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가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중요한 접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케이팝 아티스트가 즐겨 먹는 음식이나 한국에서 유명한 간식 등이 팬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한국 식품이 문화 콘텐츠와 함께 소개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음식을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바나나 열풍 역시 한국에서 이미 익숙했던 맛이 케이팝이라는 문화적 연결고리를 통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발견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한국인에게는 일상적인 간식이나 음료가 해외에서는 ‘새로운 트렌드’로 받아들여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영국은 최근 케이 푸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한국 식당과 식품점이 런던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 음식과 식재료가 현지 소비자들의 일상적인 식문화와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바나나를 비롯한 한국식 식품 조합이 새로운 메뉴와 상품으로 재해석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번 사례는 케이 푸드의 해외 확산이 반드시 한국에서 만들어진 완제품을 그대로 수출하는 방식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한국에서 익숙한 맛과 식문화가 해외의 카페와 식음료 시장에서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재해석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케이 푸드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차가 한때 낯선 맛에서 출발해 영국의 카페 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듯이 바나나 역시 새로운 방식의 음료와 디저트를 통해 하나의 트렌드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식문화와 케이팝이 하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케이 푸드의 새로운 해외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사에 나오는 것처럼 익숙하다는 것은 때로 새로움과 반대되는 개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최근 영국에서 나타나는 바나나 열풍은 오히려 가장 익숙한 맛이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될 때 또 다른 문화적 유행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바나나 맛 간식과 음료가 케이팝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 바나나가 말차를 잇는 다음 유행의 맛으로 인기 있게 자리 잡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번 현상은 한국의 대중문화가 음악과 영상에 머물지 않고 음식과 소비문화로 영향력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케이 푸드가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비비시(BBC)≫ (2026. 08. 07). Is banana the new matcha,
https://www.bbc.co.uk/bitesize/articles/zbdkg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