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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진하는 인도네시아 한인 디아스포라 작가들

등록일
2026-10-06
수집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해당 국가

    인도네시아

  • 해당 장르

    출판

주요내용

약진하는 인도네시아 한인 디아스포라 작가들
- 인니 한인사회 대표 동화작가, 현지 국립대에서 ‘한국 산문과 번역’ 단독 특강 -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은 단순히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쓴 문학이나 한국어로 쓰인 해외동포 문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적과 사용 언어, 출판 장소보다는 작가가 가진 한국계 문화적·역사적 뿌리와 이주 또는 정착 경험, 그리고 한국과 거주국 사이에서 형성되는 정체성, 기억, 문화적 충돌과 융합을 작품 속에서 어떻게 문학적으로 표현하는가 등이 복합적 기준으로 작용하므로 한국어 이외의 언어로 창작된 작품도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에 포함된다.

미국의 혜민스님을 비롯해 『너의 얼굴을 갖고 싶어(If I Had Your Face)』의 프랜시스 차(Frances Heewon Cha), 『사금파리 한 조각(A Single Shard)』의 린다 수 박(Linda Sue Park), 『파친코(Pachingo)』의 이민진 같은 작가들이 현지어로 쓴 책을 본격적인 디아스포라 작품이라 한다면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어로 쓴 에세이 『이슬람으로 가는 길(Journey to Islam)』을 현지 출간한 아야나 문(문지혜)과 『써니 에브리웨어(Sunny Everywhere)』의 써니 다혜(허다혜) 등을 같은 반열에 둘 수 있다.

거기에 한국 정체성을 가지고 거주국 문화와 융합한 한글 작품들을 낸 이들을 포함하면 인도네시아의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 작가들 수는 대폭 늘어난다. 인도네시아의 한인 디아스포라 문학은 아직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거대한 문학시장을 형성한 단계는 아니지만 1920년 첫 조선인이 인도네시아에 흘러들어 정착한 후 이미 한인 거주 역사가 100년이 넘은 인도네시아 한인사회는 경제-산업적 측면이 압도적으로 발달해 문화 부문은 상대적으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여러 작가들이 꾸준히 활동하며 저서를 내고 있다.

그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이영미 작가는 알라딘 저자 소개에 『나의 오랑우탄 엄마』, 『마음대로 풍선껌』, 『맹꽁이의 집을 찾아 주세요』 등 여러 동화와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공저)를 썼으며 샘터 동화상, 목일신아동문학상, 생태 동화 공모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영미 작가의 가자마다대학교 한국학과 특강 공지이영미 작가의 가자마다대학교 한국학과 특강 공지
< 이영미 작가의 가자마다대학교 한국학과 특강 공지 – 출처: (좌) 가자마다대학교 인문학부 한국학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korea.ugm) / (우) 욕야카르타 세종학당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ksi_yogyakarta) >
지난 9월 26일 이영미 작가는 인도네시아 명문 국립대학 중 하나로 한국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가자마다대학교(UGM)에서 ‘한국 산문 창작과 번역’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에 나섰다. 한국에서 관련 학과의 교수나 유명 인사들이 초청 강연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인 작가가 초청된 것은 이례적이다.

가자마다대학교 인문대학 한국언어문화학과(FIB UGM)와 욕야카르타 세종학당이 공동 주최한 이번 ‘작가와의 만남’ 행사는 가자마다대학교 수고노(Soegondo) 빌딩 709호에서 교수진과 학생 등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30분에 걸친 본 강연에 이어 30분간의 열띤 질의응답까지 세 시간가량 진행되었다. 가자마다대학교의 한국어 전공생과 세종학당 수강생뿐만 아니라 영문학과 등 타 전공 학생들도 다수 참석해 전문 번역가로서의 진로와 역량 개발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분위기 속에서 특강은 성황을 이뤘다. 주최 측은 포스터와 공식 채널을 통해 이영미 작가를 “한국과 인도네시아 문학을 잇는 대표적인 한국 작가이자 전문 번역가”로 조명했다.

이영미 작가는 최근 푸르매재단과 샘터 출판사가 공동 기획해 출간한 『휠체어 타고 다이빙』은 장애 인식 개선 동화 1호로 선정되었고 인도네시아 그림책 『우리 아빠는 어부(Ayahku Seorang Nelayan)』를 우리말로 번역해 인도네시아 아동문학 번역가로서도 활동의 폭을 넓혔다. 지난 5월 남이섬세계책나라축제(NAMBOOK 2026)에서 인도네시아 문화부, 타시타(TaCiTa) 재단, 후미(Humi) 출판사가 공동 제작한 도록 『인도네시아를 읽는 미래(The Future Reads Indonesia)』의 번역도 맡았다. 부산외국어대학교 특임교수로도 3년째 활동하고 있다.

특강에서 이 작가는 올해 코엑스의 서울 국제도서전에 참가하며 현장에서 체감한 최신 한국 산문의 트렌드와 문학 생태계의 변화를 짚었고, 특히 최근 한국 20대 청년층 사이에서 독서와 글쓰기가 자신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문화로 자리 잡은 ‘텍스트힙(Text-hip)’ 열풍을 소개하며 청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작가는 “요즘 한국 산문은 치열한 경쟁 속 번아웃과 타인의 시선에 지친 청년들이 SNS식 잘 꾸며진 포장 대신, 날것의 결핍과 외로움을 정직하게 털어놓으며 ‘소확행’과 온전한 ‘나다움’을 찾아가는 통로”라며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청년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달라도 마주한 삶의 불안과 내면의 고뇌가 놀랍도록 닮아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문장이 책이라는 물성을 넘어 도시 공간으로 확장되는 생생한 사례로서 하루 200만 명이 오가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승강장과 전동차 내부, 영화관 등과 종각역 대형 전광판에 걸렸던 신작 『휠체어 타고 다이빙』에 문구들과 작가가 쓴 홍보 카피를 소개했다. 이 작가는 최근 출간된 앤솔로지에서 작가가 선보인 「깔리만탄의 숲처럼 자라는 한국 작가」 속 문장들을 함께 낭독하며, 글쓰기가 지닌 치유의 힘과 출발어의 숨결을 도착어로 온전히 재창조하는 실전 번역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했다.

강연 후엔 30분간의 질의응답에서는 깔리만탄 오랑우탄과 한국인 자폐아 소년의 우정을 다룬 이 작가의 작품 『나의 오랑우탄 엄마』에 등장하는 생태 문제를 바탕으로, 깔리만탄 등 인도네시아 현지의 환경-생태 이슈를 문학적으로 담아내는 시선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가자마다대학교 이영미 작가 특강 현장가자마다대학교 이영미 작가 특강 현장
< 가자마다대학교 이영미 작가 특강 현장 – 출처: (좌) 가자마다대학교 제공 / (우) 이영미 작가 제공 >
한국문학은 인도네시아에 그간 500편 가까이 번역 출판된 반면, 한국에는 아무래도 수요가 거의 없어 전체를 통틀어 인도네시아 문학도서가 고작 20권 전후 번역 출판된 상태이며, 그나마 이미 영어 등으로 1차 번역된 것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어에서 곧바로 한국어로 번역해 원어가 담은 본래의 의미와 뉘앙스를 가능한한 그대로 전해주는 번역가가 귀하고 희소한 상황이므로 뛰어난 필력을 가진 신예 창작동화 작가의 참여는 큰 의미를 지닌다.

그 진가를 인도네시아 굴지의 대학교에서도 인정했다는 것도 이번 초청 강연에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지점이다. 현지의 한인 디아스포라 작가들이 인도네시아 문학을 한국에 알리는 데 참여하는 것이 현지인들의 자긍심을 높이며 동시에 해당 작가의 현지 위상을 높이고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그간 현지 한국인 작가가 인도네시아국립대학교(UI)에서 개최된 ‘인도네시아 독립전쟁 참전 조선인’ 주제 세미나에서 발표하거나 인도네시아연국혁신청(BRIN) 주최 ‘호러문학과 영화화산업(Sastra Horer & Industri Ekranisasi)’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여하는 경우는 예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본격적인 문학과 번역에 대해 현지 명문대에서 단독 강연에 나선 것은 해당 분야의 한 획을 그은 일이라 하겠다.
2024년 인도네시아 연구혁신청 주최 ‘호러문학과 영화화산업’이라는 제목의 세미나에 한국인 작가가 발표자로 참여했다
< 2024년 인도네시아 연구혁신청 주최 ‘호러문학과 영화화산업’이라는 제목의 세미나에 한국인 작가가 발표자로 참여했다 – 출처: 인도네시아 연구혁신청 웹사이트 >
인도네시아 명문대의 한국학과 학생들과 한국어에 큰 관심을 가진 현지 청년들에게 한국 산문과 번역의 멋과 기법을 알려주는 것은 한국문화원이나 한국콘텐츠진흥원 같은 기관들이 미처 짚지 못하는 저변에서 두 나라 사이에 또 하나의 작은 민간 가교를 연결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영미 작가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현지 한인 디아스포라 작가들의 변함없는 선전을 기원한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가자마다대학교(UGM) 제공
- 이영미 작가 제공
- 가자마다대학교(UGM) 인문학부 한국학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korea.ugm),
https://www.instagram.com/p/DdiAkk3Ti7u/
- 욕야카르타 세종학당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ksi_yogyakarta),
https://www.instagram.com/p/DdnSKPyj2Or/
- 알라딘 웹사이트, 
https://www.aladin.co.kr/author/wauthor_overview.aspx?authorsearch=@8696432&srsltid=au7gw4ven73_cbknztwnaw7ekysvxtvnk6mtfzzcrtzc_y1kgknyoxfp
- 인도네시아 연구혁신청(BRIN) 웹사이트,
https://brin.go.id/orarbastra/pusat-riset-manuskrip-literatur-dan-tradisi-lisan/page/kegiatan-webinar-pusat-riset-manuskrip-literatur-dan-tradisi-lisan-tahun-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