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한인사회 문학상의 전문화와 현지화
- 민간 차원에서 문학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문화교류 -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에서는 2010년대부터 처음에는 한인들만을 대상으로, 그리고 이후에는 인도네시아인들까지 아우르는 문학상이 설치되어 매년 공모전과 시상식을 해오고 있다. 한인사회의 양대 문학상이라 할 만한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 지부의 적도문학상과 한인니문화연구원이 주최하는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 시상식이 공교롭게도 9월 12일(토)와 19일(토) 일주일 간격으로 열렸다.

적도문학상과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 초기에는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다양한 기관 및 단체로부터 후원을 받아 각 단체장 이름을 건 여러 시상 부문이 존재했다. 그러나 최근 적도문학상은 시, 소설, 수필이라는 문학 장르를 중심으로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등 비교적 단순하개 시상 구조를 정리해 현지 한인사회에서 문학성과 필력에 방점을 둔 전문적인 신인 작가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올해 적도문학상은 시와 소설에서는 아예 수상자를 단 한 명도 내지 않았고 수필 부문에서만 대상 없이 최우수상과 우수상 등의 수상자들을 냈다. 대체로 느슨한 심사기준을 적용해 가능한 많은 수상자를 내는 종전의 방식을 버리고 문학적으로 절대 기준에 도달했느냐를 심사기준으로 삼은 결과다. 올해 적도문학상은 공모 기간을 한 달가량일 때는 응모작이 고작 30~40여 편에 불과하다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무려 반년의 긴 공모 기간을 거쳐 8월 하순 엄정한 심사 결과 수상자들을 발표했다. 그리고 9월 12일 자카르타(Jakarta) 롯데쇼핑애비뉴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총연합회(이하 문예총) 2026년 예술제 개막식 식전행사로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 지부는 문예총 소속이다.
이와 별도로 중부 자카르타의 유서 깊은 자카르타 예술회관(Gedung Kesenian Jakarta)에서 9월 19일 토요일 한인회 산하단체 한인니문화연구원에서 주최한 제15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은 6월 15일부터 7월 15일까지 한 달간의 응모 기간을 거쳐 작품을 받아 심사한 뒤 열렸다. 한인니문화연구원이 2010년부터 개최해 온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은 처음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살아가며 경험한 문화와 풍경과 이야기를 한국어 문학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데 비중을 두었다. 그래서 2010년 제1회 공모전 이름은 ‘인도네시아 이야기 인터넷 공모전’이었고 공모 부문도 지금처럼 시, 소설, 수필이 아니라 문화탐방 기행문과 생활수기로 한정되었다. 과거 시상 내역을 보면 대사상, 한인회장상, 상공회의소회장상, 한국국제학교장상,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장상, 문화연구원장상, 기업·갤러리 특별상, 장려상 등 상당히 많은 명칭의 상이 동시에 존재했는데 이는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 공모전에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후원 또는 시상자로 참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도 앞서 언급한 시상 부문 외에도 한인니산림협력센터장상, 한인중소벤처기업협의회 회장상,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두드러진 문학적 성취에 대한 시상이라기보다는 응모작들의 순위를 매겨 이미 준비되어 있는 각 시상 부문에 배정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따라서 적도문학상이 문학적 신인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면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은 문학을 매개로 교민과 학생들에게 인도네시아의 삶과 문화를 기록하도록 격려하는 문화운동적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의 빠뜨릴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부분은 인도네시아인들, 인도네시아 문화계와의 교류다. 올해 시상 부문에 자카르타 주정부 문화국장상, 뚜구그룹 헤리티지(Tugu Group Heritage) 문화유산상, 프레지던트 대학교(President University)상, 버타위 문화원(Lembaga Kebudayaan Betawi)상, 히스토리카 인도네시아(Historika Indonesia)상 등이 포함된 것은 주최측인 한인니문화연구원이 주정부와 현지 문화단체들의 지원과 참여를 이끌어 내며 진정한 민간 차원의 쌍방향 문화교류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현지 역사협회 히스토리카 인도네시아는 태평양전쟁 당시 연합군 포로감시원으로 인도네시아에 왔다가 인도네시아 공화국 유격대에 합류해 네덜란드와 싸우다 죽은 양칠성을 기려 그가 생전에 활동했던 서부 자바 가룻(Garut)군의 한 도로에 2023년 말 그의 이름을 딴 ‘양칠성로(Jl. Komarudin Yang Chilsung)’ 명명식을 주도했던 곳으로, 히스토리카 인도네시아의 압둘 바시드(Abdul Basyith) 협회장은 2025년 우리 대사관 신년회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사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9월 19일 토요일 행사에서는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 학생 모두에게 응모 자격을 준 제5회 생태 이야기 문학상 공모전과 인도네시아인에게만 원고를 받은 제3회 나의 한국 이야기 공모전이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과 같은 공모 기간을 거친 후 이날 함께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또한 주정부와 현지 문화 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시상식 중간중간에 풍성한 전통 공연들이 펼쳐졌다.
이 행사의 수상자들 구성은 다음과 같다. 나의 인도네시아 이야기 일반부 - 8명 나의 인도네시아 이야기 학생부 - 6명 생태이야기 초등부(산문) - 4명 생태이야기 초등부(시) - 4명 생태이야기 인도네시아 학생부 - 3명 나의 한국이야기 인니 일반부 (산문) - 7명 나의 한국이야기 인니 일반부 (시) - 7명 이상 총 39명 (이중 인도네시아인 수상자 17명) 세 개 문학상 공모전을 통칭하는 ‘한인니문화연구원(IKCS) 문학상’이 올해 적도문학상이 네 명의 수상자를 낸 것에 비해 많은 수의 수상자에게 시상한 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문학상 행사의 문화운동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날 행사는 양국 국가 연주,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환영사, 김종헌 한인회장과 정철호 한인니산림협력센터장 및 모하마드 미프타훌로 따마리(Mochamad Miftahulloh Tamary) 자카르타 주정부 문화국장의 축사가 있었고 생태 이야기–나의 한국 이야기–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 순으로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행사를 도운 한국학교(JIKS) 학생 일곱 명과 나시오날 대학교(UNAS) 한국어학과 학생 다섯 명을 비롯해 200명이 조금 못되는 사람들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성황을 이루었고 참석자 중 3분의 1 정도가 귀빈들과 수상자 가족들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인이었다. 이는 민간 차원에서 문학을 매개로 한 한국문화단체 주최의 행사가 한국문화원이나 콘텐츠진흥원 등 정부기관들이 주도하는 행사들 못지않은 활발한 문화교류의 장이 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특히 2024년에 이어 올해 다시 이 행사를 자카르타 예술회관에서 연 것 역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자카르타 예술회관(Gedung Kesenian Jakarta)은 1814년 소규모 대나무 극장(Bamboe Theater)으로 시작해 1816년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식민지로 복귀한 네덜란드가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상설극장 건립을 세웠다. 이 건물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비롯해 오페라, 클래식 음악, 무용, 서커스와 마술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으며, 19세기와 20세기 초에는 유럽의 유명 배우와 극단도 무대에 올랐다. 식민지 시대에는 주로 유럽계 관객과 공연자를 위한 문화공간이었지만 점차 현지 공연예술이 무대에 등장했고 1942년 일본 점령 이후에는 일본 공연무대로 사용됐으며 독립 이후에는 영화관, 인도네시아대학교 경제학부와 법학부의 강의실 등으로 사용되다가 1984년 자카르타 주정부가 공연장 기능을 되돌려 대대적인 복원을 실시하면서 1987년 다시 문화 공연장으로 재탄생했다. 식민지 시대의 유럽 중심 극장이 인도네시아 공화국의 문화공간으로 전환되어 200년 넘게 공연예술의 기능을 유지하며 자카르타 근현대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유산에서 한인회 산하 문화단체가 문학상 시상식을 진행한 것부터 민간 차원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사이의 문화교류가 나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곳에서 열린 세 개의 문학상 시상식을 통칭하는 ‘한인니문화연구원 2026 문학상’이라는 이름에 이번에는 ‘자카르타 500년, 문학, 문화유산과 만나다’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는 올해(2026년)이 과거 파타힐라(Fatahillah) 장군의 전투로 포르투갈 세력을 순다 끌라빠(Sunda Kelapa)에서 몰아내고 자야카르타(Jayakarta, 자카르타의 옛 이름)를 세운지 499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즉 내년(2027년)은 자카르타의 정도(定都) 500주년이다.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적도문학상과 인도네시아 이야기 문학상은 작은 규모의 교민사회에서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제공하고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데 분명한 공적을 세우고 있다. 서구나 북미, 호주 등의 교민사회와 달리 문화적 환경이 상대적으로 척박한 동남아 교민사회,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이러한 문학공모전들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행사다. 아무쪼록 각자의 특징과 장점을 살려 장수하는 공모전이 되기를 기원한다.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한국문인협회 인도네시아 지부 제공 - ≪데일리 인도네시아≫ (2026. 07. 20). 한-인니 문화 교류의 장, ‘제15회 인도네시아 이야기’ 등 3대 문학상 공모전 동시 개최, http://dailyindonesia.co.kr/m/page/view.php?no=26958&code=20110512093131_1454&d_code=20110630015459_4915&ds_code= - ≪한인포스트≫ (2025. 12. 30). 제8회 적도문학상 공모전, https://haninpost.com/archives/122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