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미디어 기업 악셀슈프링어사가 발행하는 월간 음악 잡지 《뮤직익스프레스(Musikexpress)》가 케이팝을 소개했다. 《뮤직익스프레스》는 9월 호에서 4면 전면을 할애에 케이팝을 총정리하는 기사를 발행했다. 독일 미디어에서 케이팝은 대부분 부정적인 시선으로 다뤄져왔다. 주요 종합지는 케이팝 현상을 다루면서 사건사고 및 혹독한 케이팝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빠트리지 않는다. 잡지 분야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에서만 주로 케이팝 소식이 들렸다. 그런 의미에서 콧대 높은 독일 음악 전문잡지에 케이팝이 소개된 건 꽤나 의미가 있다. 《뮤직익스프레스》가 스스로 설명한 것처럼 '한국에서 시작된 이 거대한 초현대적인 물결을 특이한 10대들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 현상을 정확하게 바라봐야할 최적의 시간'이다.
<케이팝을 소개한 독일 음악 전문지 '뮤직익스프레스' 9월호>
《뮤직익스프레스》는 4면에 걸쳐 케이팝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주요 이슈를 총정리했다. △케이팝은 어떻게 들리는가 △케이팝은 어디서 왔는가 △케이팝 밴드들은 어디서 왔는가 △무대 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케이팝은 왜 그렇게 넓은 팬덤을 끌어들이는가 △케이팝 팬들은 누구인가 △케이팝의 전망은 어떤가로 나눠져 말 그대로 오랜(?) 음악팬들을 대상으로 한 케이팝 입문서 같은 느낌이 든다. 《뮤직익스프레스》는 먼저 BTS의 베를린 콘서트 당시 순식간에 티켓을 매진시키고, 2일 전부터 팬들이 노숙했던 때를 떠올렸다. 케이팝이 독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독일 미디어 및 관련 분야는 이를 '특이한 10대 소녀들을 위한 것'으로 치부하며 그간 제대로 된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그 미디어 중에는 《뮤직익스프레스》 스스로도 그랬음을 고백하면서. 《뮤직익스프레스》는 '(독일 미디어들이) 적당한 취재와 잠재된 인종주의적 기사를 통해 무지와 우월감을 가지고 케이팝을 다루어왔다'면서 '(케이팝에 대한) 비판이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장르에 대해, 그 배경과 그 역사를 알고자 노력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뮤직익스프레스》는 국제적으로 협업하는 케이팝 스타를 조명하면서, 미국 팝스타들도 케이팝 팬덤 확장을 위해 케이팝을 먼저 찾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블랙핑크나 BTS와 같이 성공적인 그룹은 이미 오랫동안 미국와 유럽의 저명한 작곡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에드 시런, 브루노 마스, 찰리 XCX 등이 최근 케이팝 인기곡에 이름을 올렸다. 반대로 미국 팝스타들도 케이팝 팬덤을 얻기 위해서 케이팝과 협업한다. 레이디 가가는 새 앨범에 블랙핑크를 초청했고, 베키 G도 BTS의 제이홉과 '치킨누들수프'을 함께 만들었으며 Halsey는 BTS의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뮤직익스프레스'에 실린 케이팝 기사. 케이팝이 가지는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흑백으로 편집한 점이 눈에 띈다>
《뮤직익스프레스》는 '케이팝은 음악 그 이상이다. BTS의 슈가가 언급한 것처럼 그 장르의 매력은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패션, 리얼리티쇼, 라이브, 무대 위 연출 등 종합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이어 케이팝 역사의 시초로 1992년 4월 11일 서태지의 데뷔무대를 언급했다. 이어 서태지와 아이들 멤버였던 양현석이 세운 YG 엔터테인먼트와 SM 엔터테인먼트, JYP 소개로 넘어갔다. 케이팝의 엄격한 훈련 시스템과 사건사고 소식도 물론 빠지지 않았다. 《뮤직익스프레스》는 '블랙핑크의 제니는 YG에서의 연습생 시절을 매주 평가받고 비판받아야 하는 '냉혹한 세계에서의 정말 잔인한 과정'이라고 말했다'면서 케이팝 스타들이 지켜야 하는 엄격한 규정, 케이팝 스타들의 잇따른 자살, 빅뱅 승리의 버닝썬 사건도 언급했다. 《뮤직익스프레스》가 보는 케이팝의 성공요인은 두 가지로 좁혀진다. 먼저 '한류'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잡지는 케이팝이라는 상품이 '수출상품'으로 다루어졌다고 소개했다. 두번째는 온라인에서의 케이팝 영향력이다. '케이팝 상품의 높은 품질, 팬들과 밀접한 연결성을 만들어내고 큰 분량의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영리한 온라인 확산 전략 덕분이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의 모델을 완벽하게 만들었고, 이를 통해 세계를 휩쓸었다' 최근 정치적 액션으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던 케이팝 스탄스들이 《뮤직익스프레스》에도 큰 인상을 남긴 모양이다. 《뮤직익스프레스》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도널드 트럼프의 유세장을 망쳐버린 케이팝 팬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케이팝 전문가들에게 이러한 움직임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노력,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 젠더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현, 케이팝 매니지먼트 방식에 대한 비판 또한 케이팝 팬 커뮤니티의 오랜 테마'라고 설명했다.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도) 매우 다양한 관점과 다른 그룹이 있지만 이러한 논쟁 문화는 건강하고 활기차다. 무엇보다 팬들은 그들이 콘서트 비디오나 스타의 사진을 올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인터넷 파워를 가졌다는 걸 알고 있다.' 기사는 최근까지 업계에서 일했던 아르헨티나 국적의 전 직원의 말을 빌려 마무리 된다. 그 직원은 '(케이팝 콘서트와) 비슷한 수준을 가진 쇼를 기억할 수 없다. 그 케이팝 그룹은 한 치의 오류도 없이 완벽했고, 관객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채롭게 섞여 있었다'면서 '그때 깨달았다. 이건 정말 최고의 상품(top quality product)'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팬들의 힘으로 인해 케이팝 산업이 점점 더 개방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고 있다. 팬들의 소셜미디어 활동이 없었다면 케이팝은 오늘날 한국에서 하나의 유행에 불과했을 것이다.' ※ 사진 출처와 참고자료: , Nr. 777, September 2020, Axel Springer Mediahouse Berlin GmbH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