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오페라의 성지이자 세계 최고 권위의 극장으로 꼽히는 밀라노 라 스칼라(Teatro alla Scala)가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라 스칼라 극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2026/2027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하는 한편, 248년 극장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마에스트로 정명훈 체제의 공식적인 출범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의 임기는 최소 2030년까지이며, 현지 언론과 음악계는 오랜 협업 끝에 성사된 이번 선임을 '예정된 만남의 결실'이자 극장의 새로운 황금기를 여는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발표에서 현지 예술계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오는 12월 7일 밀라노의 수호성인 성 암브로시오 축일에 맞춰 열리는 시즌 개막작으로 주세페 베르디의 명작 <오텔로(Otello)>로 선정됐다는 점이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 <오텔로>가 개막작으로 공연되는 것은 37년 만이다. 이탈리아 주요 언론은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음악감독 부임과 함께 이번 프로덕션이 선보일 새로운 해석과 무대 연출에 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24시간 뉴스 채널인 «스카이 티지24(Sky TG24)»는 이번 라 스칼라 시즌 발표를 비중 있게 다루며 정명훈 음악감독의 기자회견 발언을 상세히 전했다. «스카이 티지24»는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Fortunato Ortombina) 라 스칼라 극장장의 말을 인용해 "이번에 선보일 베르디의 <오텔로>는 극장이 걸어온 위대한 도전의 역사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매체는 정명훈 음악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소감에도 주목했다. 그는 "지금은 아직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오페라 리허설이 시작되면 이 오케스트라와 극장의 기꺼운 '노예'가 될 것이다. 음악가들을 향한 경계 없는 사랑으로 극장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감독은 주세페 베르디가 <오텔로>를 작곡했을 당시의 나이인 73세와 현재 자신의 나이가 같다는 점을 언급하며 "인간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이 심오한 비극에 도전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고, 그의 발언은 현지 취재진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음악·공연 예술 전문지 «일 조르날레 델라 무지카(Il Giornale della Musica)»는 이번 시즌이 오르톰비나 총감독과 정명훈 음악감독이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이끄는 첫 번째 시즌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연출을 맡은 다미아노 미키엘레토(Damiano Michieletto)의 새로운 연출 방향을 소개하며, 오페라계의 주요 화두인 ‘인종적 정체성’ 문제를 짚었다.
«일 조르날레 델라 무지카»는 "이번 <오텔로> 프로덕션의 주인공인 테너 브라이언 재드(Brian Jagde)는 피부를 검게 칠하는 이른바 '블랙페이스' 분장 없이 무대에 오른다"고 전했다. 이는 전통적인 블랙페이스 관행에서 벗어나 인물의 외형보다 인간 내면의 질투와 파멸에 초점을 맞추려는 새로운 해석으로, 이번 프로덕션의 핵심 특징 가운데 하나로 소개됐다.
<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라 스칼라 새 시즌 발표를 비중 있게 보도한 이탈리아 현지 언론 - 출처: '이탈리아포스트(ItalyPost)' >
비즈니스와 문화를 아우르는 종합 매체 «이탈리아포스트(ItalyPost)»도 베르디 오페라의 본고장 밀라노에서 라 스칼라 극장의 새 시즌이 공개된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베르디의 명작 <오텔로>가 라 스칼라 시즌 개막작으로 3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는 점을 제목으로 내세우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탈리아포스트(ItalyPost)»는 정명훈 음악감독이 라 스칼라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최소 2030년까지 극장을 이끌게 됐다는 점을 소개하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베르디의 걸작이 한국인 지휘자의 해석을 통해 어떻게 새롭게 구현될지에 현지 오페라 애호가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연예술 전문 포털 '테아트로잇(Teatro.it)'은 매년 12월 7일 열리는 라 스칼라의 시즌 개막 공연이 지닌 상징성과 국제적 영향력을 조명했다. 특히 이번 정명훈 음악감독 체제의 출범이 단순히 밀라노에 국한되지 않고, 라 스칼라 극장의 글로벌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테아트로잇'은 "이번에 새롭게 제작되는 <오텔로> 프로덕션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출연진을 갖췄으며, 향후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투어의 핵심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이번 라 스칼라의 2026/2027 시즌 발표는 단순한 연례 프로그램 공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문화예술 통신원의 시각에서 분석한 이번 발표의 핵심은 ‘전통의 중심에서 이뤄지는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과감한 혁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정명훈'이라는 선택은 라 스칼라 극장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정명훈 음악감독은 지난 37년간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과 함께 80회 이상의 오페라와 150회 이상의 콘서트를 선보이며 단원들과 깊은 음악적 신뢰와 유대감을 쌓아왔다. 보수적 전통이 강한 이탈리아 오페라계가 동양인 지휘자에게 음악감독직을 맡긴 것은 그가 오랜 시간 베르디와 푸치니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증명해 왔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이 그의 선임을 '도전'이 아닌 '예정된 귀결' 또는 '당연한 선택'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미학적 측면에서의 '노 블랙페이스(No Blackface)' 선언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중요한 변화로 평가된다.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베르디의 오페라에서 '무어인 오텔로'의 정체성은 오랫동안 피부를 검게 칠하는 블랙페이스 분장으로 표현돼 왔다. 그러나 현대 공연 예술계에서 블랙페이스의 인종차별적 요소를 둘러싼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다미아노 미키엘레토 연출과 정명훈 음악감독은 이러한 관행에서 벗어난 새로운 해석을 선택했다. 이는 오텔로의 비극을 단순히 인종적 소외의 문제로 한정하기보다 인간 내면의 불안과 질투, 파멸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집중하려는 연출 의도로 해석된다.
셋째, 한국 독자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이번 <오텔로> 프로덕션이 아시아, 특히 한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현지 언론이 보도한 글로벌 전략과 맞물려 이번 라 스칼라의 <오텔로>는 오는 2027년 9월 새롭게 개관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의 개관 공연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라 스칼라 극장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기술진, 무대 세트가 함께 이동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만큼 한국과 이탈리아 공연예술 교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라 스칼라 극장으로서도 정명훈 음악감독 체제를 통해 아시아 클래식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12월 7일 저녁,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앞 광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취재진과 이탈리아 정·재계, 문화계 인사들로 붐빈다. 올해 그 무대의 중심에는 대한민국의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서게 된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이 한목소리로 기대를 나타내고 있듯, 37년 만에 개막작으로 돌아오는 베르디의 <오텔로>는 라 스칼라의 오랜 전통 위에 현대적 가치와 글로벌 비전을 덧입히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밀라노의 차가운 겨울밤을 울릴 그의 첫 지휘를 앞두고, 지금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시선은 라 스칼라로 향하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스카이 티지24(Sky TG24)» (2026.05.29). ‘Scala, presentata la nuova stagione. Ortombina: “Otello evoca le grandi sfide del passato”, https://tg24.sky.it/spettacolo/2026/05/29/teatro-alla-scala-milano-stagione-2026-2027
- «일 조르날레 델라 무지카(Il Giornale della Musica)» (2026.05.29). ‘La Scala apre con Otello’, https://www.giornaledellamusica.it/news/la-scala-apre-con-otello
- «이탈리아포스트(ItalyPost)» (2026.05.29). ‘Teatro alla Scala, Chung sceglie Verdi per il 7 dicembre. Torna l'Otello dopo 37 anni’, https://www.italypost.it/news/cultura/6778/teatro-alla-scala-chung-sceglie-verdi-per-il-7-dicembre-torna-l-otello-dopo-37-anni.html?=false&id=0
- '테아트로잇(Teatro.it)' (2026.05.29). ‘Sarà Otello di Giuseppe Verdi ad aprire la nuova stagione del Teatro alla Scala: attesa per il nuovo allestimento con la regia di Damiano Michieletto e la direzione di Myung-Whun Chung’, https://www.teatro.it/notizie/lirica/scala-di-milano-otello-apre-la-stagione-2027-attesa-per-la-prima-con-michieletto-e-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