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런던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한국의 산업 경쟁력과 혁신 모델, 미래 협력 가능성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포럼이 열렸다. 지난달 말 런던 왕립예술학회(Royal Society of Arts, RSA)에서 열린 ‘코리아 포럼 2026: 한류를 넘어, 미래를 제안하다(Beyond Soft Power: From K-Wave to K-Initiative)’는 케이팝과 K-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가 앞으로 산업과 기술, 국제 협력으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을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주영한국대사관과 주영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re UK, KCCUK)이 개최한 이번 포럼은 ‘한국 주간 2026(Korea Week 2026)’의 일환으로 열렸다. 문화·산업·학계·외교 분야 관계자 등 약 100명이 참석해 한국의 미래 경쟁력과 한·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행사가 열린 영국 왕립예술학회(Royal Society of Arts, RSA)는 1754년 설립된 유서 깊은 기관으로, 인류의 지적 발전과 창의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네트워크 활동을 펼쳐온 곳이다.
행사장을 찾은 순간부터 이번 코리아 포럼에 대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럼 시작 약 30분 전부터 참석자들이 행사장 입구로 속속 들어섰고, 내부는 곧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가득 찼다. 한국 관련 산업 관계자뿐 아니라 문화계 종사자와 학계 인사, 외교 관계자, 현지 한류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참석자들이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행사 시작 전부터 참석자들 사이에서 한국 문화와 산업을 주제로 한 대화가 활발하게 오갔다는 점이다. 단순히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기보다, 서로의 관심사와 경험을 공유하는 네트워킹의 장에 가까웠다. 곳곳에서는 케이팝과 한국 기업, 한식, 최근 영국에서 확대되고 있는 한류의 영향력 등을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서로의 관심 분야를 묻고 의견을 나누며 포럼의 시작을 기다렸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행사장이 참석자들로 가득 찬 모습은 한국에 대한 현지의 높은 관심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수많은 좌석이 마련된 공간은 포럼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부분 채워졌고, 연사들이 도착하자 참석자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며 담소를 이어갔다.
< 런던에서 열린 코리아 포럼에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과 미래를 주제로 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행사가 시작되고 조명이 어두워지자 참석자들은 주제별 발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흥종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는 개회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 성장과 혁신, 문화 강국으로 성장해 온 과정을 소개하며 한국의 도전 정신과 회복력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한국의 성장 과정과 미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에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일부 발언에는 웃음과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코리아 포럼은 한류를 단순한 문화 현상으로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이를 한국 산업·기술·창의성 기반과 연결해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LSE) 유영진 교수가 ‘한류와 한국 기업: 문화 형성에서 기업의 역할(K-Wave & Korean Firms: The Role of Business in the Shaping of Culture)’를 주제로 발표했다. 유 교수는 한국 기업이 단순한 경제 주체를 넘어 현대 한국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설명했다.
발표에서는 한국 기업의 성장 과정에 자리한 도전 정신과 혁신 문화에 초점이 맞췄다. 특히 “일단 시도하고 만들어보는” 한국 특유의 기업가 정신이 글로벌 경쟁력의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기술 경쟁을 넘어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을 결합하는 역량이 한국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진 CJ 푸드 영국법인 한지수 대표의 발표 ‘트렌드에서 식탁으로: K-푸드는 영국인의 일상이 될 수 있을까?(From Trend to Table: Can K-Food Become Part of Everyday Life in the UK?)’에서는 최근 영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국 음식의 성장세를 중심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한국 음식이 특정 팬층의 소비를 넘어 외식, 유통, 가정식 시장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소개하고, K-푸드가 호기심을 넘어 영국인의 일상적인 식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전략과 과제를 설명했다.
발표 이후 질의응답과 참석자 간 대화에서는 한국 식당과 한국 식품, 최근 영국에서 경험한 한국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를 통해 K-푸드가 한류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독립적인 문화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영국 내에서도 일상적인 소비문화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런던에서 열린 코리아 포럼에서는 한국 문화의 영향력과 미래를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마지막 발표에서는 프론트 로우 글로벌(FrontRow Global)의 모니카 리 대표가 글로벌 팬덤과 디지털 커뮤니티의 변화, 그리고 K-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케이팝을 비롯한 한국 콘텐츠 산업이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소비하는 단계를 넘어 팬 커뮤니티와 기술 기반 플랫폼, 글로벌 인프라를 중심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가지 주제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제한된 시간에도 참석자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졌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 한국과 영국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을지, 한국 문화의 지속 가능한 글로벌 확장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질문이 잇따랐다.
질의응답에서는 참석자들이 케이팝과 K-드라마의 인기뿐 아니라 한국의 창의성과 기술력, 기업 문화, 글로벌 전략 등 한류를 뒷받침하는 산업적 기반에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콘텐츠 소비를 넘어 산업과 기술, 국제 협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식 프로그램 이후 이어진 네트워킹 리셉션에서도 참석자들의 대화는 계속됐다. 연사를 포함한 많은 참석자가 곧바로 자리를 떠나지 않고 행사장 곳곳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발표 내용에 대해 연사들에게 추가 질문을 하는 참석자도 있었으며, 리셉션에서 제공된 한식을 즐기며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한국 문화와 산업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남아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를 통해 이번 포럼이 단순한 발표를 넘어 한국을 매개로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교류하고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으로 기능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코리아 포럼 2026은 영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과거 한류가 음악과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 중심의 영향력으로 주목받았다면, 이제는 한국의 기술력과 산업 경쟁력, 창의적인 접근 방식까지 함께 논의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문화 강국으로서의 이미지가 산업과 국제 협력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영국은 한국의 중요한 협력 대상 가운데 하나로 주목된다. 세계적인 문화산업과 금융, 기술 생태계를 갖춘 영국에서 한국의 경험과 혁신 모델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발전해 나갈지는 앞으로 한류의 확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런던 중심부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한국 문화의 현재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한류가 산업과 기술, 국제 협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함께 논의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코리아넷(Korea.net)》 (2026.06.29). ‘Korea Forum 2026’ at the Royal Society of Arts, https://www.korea.net/Events/Overseas/view?articleId=26823
-《주영국대한민국 대사관》 (2026.06.29). The Embassy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the Korean Cultural Centre UK hosted Korea Forum 2026, https://gb.mofa.go.kr/gb-en/brd/m_8341/view.do?seq=743720
-《주영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re UK)》 (2026.06.11). Beyond Soft Power: From K-Wave to K-Initiative, https://kccuk.org.uk/en/programmes/k-culture-forum/korea-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