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자기관리(Self-care)’ 트렌드는 태국에서 유독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약 3년 전부터 본격화된 태국의 웰니스 열풍은 이제 일시적인 유행 단계를 지나 방콕 시민들의 일상적 라이프스타일로 완전히 정착한 모습이다. 과거 태국의 웰니스가 관광객을 위한 마사지숍이나 스파 정도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필라테스, 요가, 명상 센터가 도심 곳곳에 자리 잡으며 현지인의 자기관리 문화 자체를 바꿔놓고 있다. 말 그대로 ‘힐링(Healing)’이 새로운 럭셔리가 된 방콕(Bangkok)이라고 볼 수 있다.
태국 정부관광청(TAT)에 따르면 태국의 웰빙(Well-being) 경제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427억 달러에 달했으며 세계 웰빙 경제 시장은 2026년 약 7조 9,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웰니스 관광 시장만 놓고 봐도 2025년 약 152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14.6%씩 성장해 2035년에는 58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태국 관광체육부 역시 2025년 웰니스 관광 부문에서 약 8,900억 바트(한화 약 38조 5,726억 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최근 촌부리(Chonburi)에서 열린 태국 최대 규모 관광 교역전 ‘태국 트래블 마트 플러스(TTM+) 2026’에서도 ‘힐링이 새로운 럭셔리’라는 슬로건을 행사 전면에 내걸며, 전통적인 스파와 마사지를 넘어 의료관광과 대체의학까지 아우르는 프리미엄 웰니스 산업으로의 전환이 공식화됐다. 태국 정부는 국경 지대 메디컬 특구 육성 등에 2026 회계연도 기준 5억 바트(한화 약 216억 6,500만 원) 이상의 예산을 편성하며 웰니스 산업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태국 방콕 도심에서는 이제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사실상 사라졌다. 특히 엠지(MZ)세대를 중심으로 애슬레저 의류를 출근복이나 외출복으로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한국의 애슬레저 브랜드 ‘젝시믹스(XEXYMIX)’가 지난 4월 방콕 두짓 센트럴 파크(Dusit Central Park)에 매장을 열 만큼 최근 태국은 동남아시아 웰니스 산업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 젝시믹스(XEXYMIX)를 판매 중인 태국의 온라인 플랫폼 쇼피(Shopee) (좌) / 라자다(Lazada) (우) - 출처: ‘쇼피(Shopee)’ 웹사이트 (좌) / ‘라자다(Lazada) 웹사이트 (우) >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바로 ‘필라테스(Pilates)’ 열풍이다. 한때 고급 피트니스센터의 부가 프로그램 정도로 여겨지던 필라테스는 이제 방콕 시내 곳곳에 전문 스튜디오가 들어설 만큼 독자적인 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체형 교정과 코어 강화, 재활 목적의 필라테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스쿰빗(Sukhumvit)을 중심으로 방콕의 주요 상권에는 소규모 프라이빗 스튜디오부터 프랜차이즈형 대형 센터까지 다양한 형태의 필라테스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방콕의 한 필라테스 스튜디오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필라테스는 소수의 상류층이 즐기는 운동이었지만, 지금은 직장인들도 퇴근 후 당연히 찾는 운동으로 인식이 바뀌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필라테스 붐의 중심에는 한류가 자리하고 있다. 날씬하고 균형 잡힌 체형을 유지하는 케이팝 아이돌의 이미지는 태국 젊은 세대에게 ‘한국식 필라테스’에 대한 강한 신뢰로 이어졌다. 실제로 국내 유명 필라테스 브랜드는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체력 관리와 부상 예방, 재활을 담당해 온 경력을 앞세워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으며, 태국에는 이미 다수의 파트너 스튜디오가 운영 중이다. 한 국내 필라테스 교육기관 대표는 “케이팝 열기가 뜨거운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식 필라테스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며 “한국 아티스트들의 몸매와 자기관리 노하우가 곧 케이-필라테스(Pilates)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한국에서 정식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필라테스 강사들이 직접 방콕으로 건너와 현지 스튜디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사례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식 체형 교정 노하우와 세심한 1:1 지도 방식을 앞세워 현지 태국인은 물론 서구권 외국인 회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부 강사는 한국인 교민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샵을 직접 열어 운영하기도 하며, 태국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국인 강사가 운영하는 필라테스 스튜디오에 대한 관심과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인 강사=전문적이고 세련된 지도’라는 인식이 서서히 자리 잡는 분위기다. 나아가 일부 업체는 산전·산후 관리, 척추측만증 재활 등 특성화 프로그램과 국제 자격증 과정까지 태국 현지에서 함께 운영하며, 단순 강습을 넘어 교육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더불어 한류 스타 출신 강사들의 행보도 이 같은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걸그룹 포미닛(4minute) 출신으로 현재 필라테스·바레 스튜디오를 공동 운영 중인 남지현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태국에서 열린 웰니스 행사 참여 소식을 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방콕 도심의 한 루프탑에서 진행된 행사 현장 사진과 함께 “세상은 넓고 웰니스를 향한 마음은 같다는 것을 배운 한 해였다”는 소감을 남기며 ‘#Thailand’, ‘#Korea’, ‘#wellness’ 등의 해시태그를 함께 게재해 이번 행사가 한·태 웰니스 교류 성격의 자리였음을 짐작하게 했다. 가수에서 배우, 나아가 필라테스 사업가로 영역을 넓혀 온 그의 자기관리 노하우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물론, 이 같은 스타 강사들의 현지 활동은 ‘케이-필라테스’에 대한 신뢰를 한층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걸그룹 포미닛(4minute) 전 멤버 남지현이 태국 방콕의 웰니스 행사에 참여한 모습 - 출처: 남지현 인스타그램 계정(@jihyunilovee) >
태국 방콕의 웰니스 열풍과 한국인 필라테스 강사들의 활약은 한류가 더 이상 드라마나 음악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고, 건강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까지 폭넓게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케이 뷰티, 케이 푸드에 이어 이제는 ‘케이-헬스앤뷰티(Health&Beauty)’라는 이름으로 한국식 몸 관리법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이자 서비스 산업으로 수출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현지 노동 허가와 비자 문제, 언어 장벽, 태국 로컬 웰니스 업계와의 경쟁 심화 등은 한국인 강사들이 앞으로 계속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태국에서 정식으로 강습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취업 비자와 노동 허가증(워크퍼밋)이 필요한데,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프리랜서 형태로 단기 체류하며 활동하는 강사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현지 진출을 준비하는 강사들 사이에서는 비자와 세무 문제를 미리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태국 정부는 웰니스 산업 육성에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며 시장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더불어 케이팝을 매개로 한 한국식 자기관리 문화에 대한 현지의 호감도가 높은 만큼 한국식 필라테스와 웰니스 서비스가 이 흐름에 성공적으로 올라타 한류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방콕의 웰니스 시장은 이제 막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한국 강사와 브랜드들이 어떤 방식으로 현지화 전략을 펼쳐나갈지가 향후 시장 안착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쇼피(Shopee)’ 공식 웹사이트,
https://shopee.co.th/xexymix.th
- ‘라자다(Lazada)’ 공식 웹사이트,
https://www.lazada.co.th/xexymix-th/
- ‘나무 필라테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namupilates),
https://www.instagram.com/namupilates/
- ‘나무 필라테스’ 윤주영 원장 인스타그램 계정(@juju_namu)
https://www.instagram.com/p/DQJGm4gkf1q/?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NTc4MTIwNjQ2YQ==
- 남지현 인스타그램 계정(@jihyunilovee),
https://www.instagram.com/p/DaLGWIOEvIE/?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