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국제 어린이극 축제 2026(BICT Fest 2026)>에서 펼쳐진 64줄(64J)의 공연
- 태국 방콕에서 펼쳐진 64J줄의 <목림삼(Tree, Trees, Tres)>, 태국의 어린이들과 함께 하다 -
<방콕 국제 어린이·청소년 연극제(Bangkok International Children's Theatre Festival, 이하 BICT Fest)>가 올해로 다섯 번째 개최이자 창설 10주년을 맞이했다. 2026년 8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방콕 곳곳에서 펼쳐진 이번 축제는 "Play Attention: Look Who's Growing Up!"이라는 테마 아래, 어린이부터 청소년, 어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놀이'라는 감각을 되찾는 시간을 마련했다. 주최 측은 이 테마가 지난 10년간 축제가 성장해 온 여정을 상징함과 동시에, 관객에게 무언가를 돌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이와 보호자는 물론 모든 연령의 관객이 자유롭게 '놀이의 힘'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공연예술을 매개로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다. 올해 축제에는 한국, 일본, 대만, 벨기에, 프랑스, 영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9개국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총 11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무료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 공연예술의 문턱을 낮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축제의 중심 무대는 원 방콕(One Bangkok)의 중앙 공원으로 이곳이 열흘간 도심 속 공연예술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 방콕 국제 어린이극 축제 2026 메인 이미지 - 출처 : 방콕 국제 어린이극 축제 홈페이지 >
한국 대표 참가작 64줄(64J)의 <목림삼(Tree Trees Tres)>
이번 축제에서 한국을 대표해서 참가한 팀은 컨템포러리 서커스(물리적 신체극) 단체 '64줄(64J)'이다. 이들은 원 방콕 파크 야외무대에서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목림삼(Tree Trees Tres)>을 선보였다. 29일 공연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됐다. 대사 없이 몸짓과 신체 기예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작품은 50분간 전 연령 관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통신원이 취재를 간 29일 토요일 이날에는 비가 와서 야외 공연이 건물 내부에서 진행됐다.
작품은 만물의 균형을 지키는 신이 한 대도시에 특별한 요원을 파견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이 요원의 임무는 마천루로 가득한 도시, 저마다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는 사람들 사이에 숲을 만들어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균형을 되찾는 것이다. 그러나 임무가 진행되는 동안 예상치 못한 유쾌한 혼돈이 펼쳐진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작품은 순간을 살아가기보다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데 몰두하는 '디지털 시대 인간'의 삶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예리하게 되짚는다. 도심 한복판에 숲을 만든다는 상징을 통해 '살아 있음의 감각'을 일깨우고자 한 이 작품은 어린이 관객에게는 흥미로운 눈 요깃거리를, 어른 관객에게는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사색의 계기를 함께 선사 했다는 점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으로 평가할 만하다.
< 방콕 국제 어린이극 축제 2026에 참가한 64줄 - 출처 : 방콕 국제 어린이극 축제 홈페이지 >< 방콕 국제 어린이극 축제 2026에 참가한 64줄의 공연 일정 - 출처 : 방콕 국제 어린이극 축제 홈페이지 >
64줄(64J), 몸을 중심에 둔 실험
'64줄'이라는 팀명은 물리학적 개념에서 비롯됐다. 64 킬로그램의 물체를 초속 1미터의 속도로 1미터만큼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을 의미하는데 이는 동시에 창단자 박상현의 변하지 않는 몸무게이기도 하다. 팀의 작업은 "64줄의 에너지가 곧 움직임"이라는 원리를 어떻게 가장 효율적이고 극대화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으며, 이후로도 몸을 중심에 둔 공연을 일관되게 추구해 왔다. 박상현이 연출을 맡았고 오동규, 한기윤이 무대에 올랐다. 음악감독은 신세빈, 소품 디자인은 신재욱이 담당을 했다.
64줄은 그간 국내에서도 '슬랙 와이어(slack wire)'라는 특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창작 작업을 이어왔다. 2020년에는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드라이브 인 서커스>에서 두 개의 사다리에 느슨하게 고정한 줄 위를 넘나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선보였고, 이후로도 슬랙 와이어를 활용해 일상에 녹아드는 움직임을 탐구한 <코사인그래프> 등의 작업을 발표하며 자신들만의 언어를 다듬어왔다. 일상적인 사물을 낯선 맥락에 배치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 이들의 주된 창작 방법론으로 기존 공연 형식이 지닌 한계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이번 방콕 무대에서도 이어진 셈이다.
< 방콕 국제 어린이극 축제 2026에 참가한 64줄의 공연 - 출처 : 통신원 촬영 >< 방콕 국제 어린이극 축제 2026에 참가한 64줄의 공연 - 출처 : 통신원 촬영 >
한-태 문화예술 교류의 현장에서
이번 <방콕 국제 어린이·청소년 연극제(BICT Fest)> 참가는 한국 서커스·물리극 창작자들이 동남아시아 관객과 직접 만나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사 없이 신체 언어만으로 소통하는 64줄의 작업 방식은 언어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서기에 특히 적합했고, 실제로 원 방콕 파크에 모인 태국 어린이와 가족 관객들은 자막이나 통역 없이도 작품의 유머와 메시지에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이는 공연예술, 그중에서도 비언어극이 국가 간 문화 교류의 실질적인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방콕 국제 어린이·청소년 연극제(BICT Fest)>가 10년에 걸쳐 쌓아온 국제 네트워크에 한국팀이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공연예술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신뢰와 관심이 축적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이번 축제처럼 어린이·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한 국제 교류는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그 가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린 관객이 자국이 아닌 다른 문화권의 작품을 접하고 즐기는 경험은 이들이 성장한 이후 문화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과 포용력을 갖춘 세대로 자라나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난 이후 쑤란야 뿐야피탁(Suranya Poonyaphitak) <방콕 국제 어린이·청소년 연극제(BICT Fest)>디렉터 만나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64줄의 공연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태국의 어린이, 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어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의 좋은 공연과 아트스트들을 태국에서 많이 선보이고 싶다. 방콕 이 외에도 다른 지역의 어린이들도 좋은 콘텐츠를 많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되면 푸껫이나 다른 지역에서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전했다.
<방콕 국제 어린이·청소년 연극제(BICT Fest 2026)>는 방콕이라는 도시가 어린이 공연예술을 매개로 아시아와 유럽의 다양한 창작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 그 안에서 64줄이 선보인 <목림삼(Tree Trees Tres)>은 슬랙 와이어와 균형이라는 오랜 특기를 디지털 시대에 대한 성찰이라는 동시대적 주제와 엮어낸 작업으로 한국의 컨템포러리 서커스 및 신체극이 국제 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이러한 국제 축제를 통한 교류가 이어진다면 한국의 공연예술이 동남아시아 관객과 더 폭넓게 만나고 나아가 양국 창작자 간의 공동 작업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본 공연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케이-아츠 온더고(K-arts on the GO)>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www.k-go.or.kr "
사진 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방콕 국제 어린이극 축제 홈페이지, https://www.bictfest.com/
- 방콕 국제 어린이극 축제 공연 공식 홈페이지, https://bictfest.com/2026/f5-tree-trees-tres/
- 64줄 인스타그램 계정(@64j_official), https://www.instagram.com/64j_official/